아트 & 사이언스

Movie in Tech - 뇌의 진화 '루시'

 

MOVIE IN TECH에서는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과학기술에 대해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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뤽 베송 감독에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SF액션 영화 ‘루시’(Lucy)가 최근 국내외에서 개봉된 바 있다.

최민식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이 영화는 인간이 자신의 두뇌를 100% 다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가상하고 있는데, 너무 황당한 장면들도 적지 않아 보인다.

다만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진화에 관한 감독의 독특한 철학이 엿보이기도 하는데, 뇌의 진화 및 다른 기술에 대해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글_ 최성우 과학평론가
사진출처_ < 루시 > 공식 홈페이지(http://lucy2014.kr)


뇌의 용량과 진화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스칼렛 요한슨 분)의 이름인 루시(Lucy)는 인류 최초의 여성을 지칭하는 중의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고인류학상 최고원인(最古猿人)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에 속하는 인간 조상의 유골이 1974년에 에티오피아의 하다르 사막에서 ‘모리스타이엡’과 ‘요한슨’이 이끌던 프랑스 미국의 합동조사팀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 유골의 주인공은 약 350만년 전에 생존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신장 1m 가량의 20세 전후의 여성이었다.

전골격의 반 정도가 수습되었는데, 뇌 용량은 400cc 정도로 작고 직립보행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루시’라는 이름은 비틀즈의 곡명인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다이아몬드를 가진 하늘의 루시)’에서 따온 것인데, 루시가 발견되던 날 밤에 조사대의 캠프에서 이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루시의 화석은 또한 유인원과 현생 인류의 사이의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로 여겨지기도 해서 학자들의 많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잃어버린 고리’란 생물의 진화과정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중간고리, 즉 멸실되어 있는 생물 종을 말하는데, 진화론의 확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루시의 작은 뇌에 비해, 현대 인류의 뇌 용량은 약 3배 정도이다.

인류가 진화함에 따라 대체적으로 뇌의 용량도 커졌다고 볼 수 있는데,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이후에 나타난 호모 하빌리스의 뇌 용량은 약 530~800cc, 완전한 직립보행을 한 호모 에렉투스의 뇌 용량은 900~1,100cc 정도이고, 20만년~5만년 전에 살았던 호모 사피엔스의 뇌 용량은 1,300 ~1,600cc이다.

이런 결과에 비추어 일반적으로 ‘머리가 클수록 지능이 높다’고 생각하기 쉽고, 인류학자들 중에서도 실제로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천재과학자의 대표격인 아인슈타인의 뇌는 일반인에 비해 크지 않았고, 다른 인간조상 화석을 살펴 보아도 그렇다는 것이다.
 
즉 2004년 10월 인도네시아의 플로레스 섬에서 발견된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이른바
‘호빗족’이라고도 불리는 인류의 화석은 키가 1m로 작았는데, 약 2만 5,000여년 전에 생존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화석의 두개골은 무척 작아서 뇌용량은 400cc 정도밖에 안되지만, 주변에서 함께 발견된 정교한 화살촉이나 돌칼 등으로 미루어볼 때 그 지능은 같은 시대에 살던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 수준으로 똑똑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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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파와 도감청 기술

보통의 인간이 뇌를 사용하는 정도인 10%를 넘어서, 주인공인 루시의 뇌 사용률이 급속히 증가함에 따라 나타나는 놀라운 능력들은 대부분 과학적 근거가 매우 빈약해 보인다.

특히 뇌의 사용률이 100%에 근접함에 따라 나타나는 공간이동, 시간이동 장면은 허황되어 보이기까지 하는데, 뇌의 능력과는 별개로 공간이동이나 시간이동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나마 다소 개연성이 있는 대목이 루시가 악당들의 대화나 통화내용을 원격에서 알아내는 장면인데, 물론 이 역시 뇌의 사용능력이 개선 된다고 해서 실제로 가능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사람의 뇌에서 나오는 뇌파는 약 10Hz 이하의 저주파이지만, 방송통신에 이용되는 텔레비전, 무전기, 휴대전화 등의 전파는 주파수가 수백만배인 최소 30MHz 이상의 고주파이기 때문이다.

뇌의 능력과는 별론으로, 도감청 기술에 대해 살펴보자면, 영화의 장면은 도감청 중에서도 무선통신의 주파수를 잡아내 엿듣는 ‘Wireless Tapping’ 또는 ‘Radio Intercept’에 가깝다.

즉 무선통신이 발달함에 따라, 도청 역시 기존 유선으로 연결해서 엿듣는 유선도청뿐 아니라 무선도청, 원격도청도 가능해진 것이다.

무선도청은 공중에서 전파되는 주파수를 분석해서 그 안에 담긴 내용을 알아내는 것인데, 무선전화, 무전기, 와이파이(Wi-Fi) 등 무선인터넷의 주파수, 혹은 휴대전화의 암호화된 주파수를 중간에 가로채서 해독해내는 방식이다.

교통사고 현장에 경찰보다 견인차가 먼저 도착하거나 장의업체 등이 미리 정보를 알아내서 의혹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경찰의 무전내용을 도청하였기에 가능한 것이고 실제로 적발된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무선전화나 무전기는 진폭변조(AM)나 주파수변조(FM) 방식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기 때문에 혼선이 발생하기 쉽고 따라서 도감청이나 정보유출의 가능성도 높다.

무선인터넷도 도청이 어렵지 않은 편인데, 유선인터넷과는 달리 보안이 허술한 편이고 각종 비밀번호와 사용내역이 노출되기 쉬우므로 많은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지하철, 공항, 커피숍 등에서는 중요한 비밀번호 등을 함부로 입력하지 말아야 한다.

휴대전화 역시 사용주파수만 찾아낸다면 통화내용의 도청이 가능한데, 요즘에는 스파이웨어(Spyware) 등의 비밀프로그램을 몰래 설치하여 휴대전화를 원격으로 조종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통신망이 연결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대화나 정보를 빼내는 원격도청 기술이 개발되기 시작하였다.

대표적으로는 적외선 레이저를 발사하여 음파의 변화를 측정하는 원격 음성도청 기술이 있는데,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 레이저를 멀리서 발사하기 때문에 도청을 알아차리기가 매우 어렵다.

또한 컴퓨터의 본체와 모니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감시하는 원격 영상도청도 있는데, 특정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레이저 도청처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모니터 화면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도청기술이든 도청방지기술이든 계속 발전함에 따라 어느 한쪽이 압도적으로 우세하기는 어려운데, 도청 당하지 않으려면 각자가 최대한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