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6

특별기획 06 - 친환경 건축사례 : SK케미칼 연구소 ECO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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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에너지 위기와 지구온난화 문제는 이제 사회, 윤리적인 책임의 문제가 아니라 의무가 되어가고 있다.

대한민국 전체 에너지소비량의 25%를 차지하는 건축부문의 에너지 문제는 건축관계자들에게 핵심적인 이슈이다. 건축물의 에너지는 광범위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회색도시에 자연의 푸르름을 삽입하고 우수가 순환하고 땅이 숨쉴 수 있도록 틈을 제공하는 생태적인 요인, 건축물의 공간조직과 외피디자인, 자연채광, 환기와 같은 건축디자인, 거주자의 쾌적성을 향상시키는 설비시스템, 거주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건축재료 그리고 건축물 사용시 운영적인 요인 등 그 스펙트럼은 대단히 광범위하다.

연구소 건물은 특히 기능적인 부분이 중요한데,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 소비가 일어난다.

또한 연구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연구원들의 육체적, 심리적 건강도 중요하고 도시시설물로서 분담해야 하는 환경에 대한 책임도 중요하다.
 
이에 여기에서는 필자가 몸담고 있는 희림건축에서 설계하여 국내 친환경 연구소건축물의 선도적인 사례로 일컬어지고 있는 SK케미칼 ECO Lab을 통해 친환경연구소의 가능성을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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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은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이미지를 담기 위해 판교테크노밸리에 ECO Lab을 신축하면서 국내에서 선도적인 친환경 건축물을 구현하려는 목표를 수립하였다.

ECO Lab은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친환경 소재와 토털 헬스케어의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21세기 디지털시대를 반영하는 테크노밸리의 이미지에 맞추어 첨단의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고 연구소와 업무시설의 복합적인 환경을 친환경적인 건축물에 조화롭게 담아내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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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건축물의 시작 –
통합설계를 위한 팀워크


ECO Lab의 설계기간은 약 3년으로 이례적으로 길었다.
 
친환경 설계개념을 도입하고 글로벌기업 이미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미국 친환경 건축물 인증시스템인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 Development)의 최고등급인 플래티넘 획득을 목표로 하고 발주처, 설계사, 친환경 컨설팅사 그리고 시공사가 함께 논의하고 의사결정을 해가는 데 필요한 시간이었다.

광범위하고 복합적인 쟁점을 포함하는 친환경 건축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프로젝트의 이해당사자간 적극적인 논의가 이루어진 통합설계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었다.


패시브 디자인 이야기

건축물의 에너지와 환경을 조절함에 있어서 건축물의 형태, 공간, 외피, 외부공간 등 디자인적 요소들의 중요성은 기계, 전기와 같은 설비시스템에 우선한다. ECO Lab의 다양한 디자인 요소들 을 먼저 살펴보자.

1) 아트리움 – 그린 케미칼의 허브

ECO Lab은 연구소와 업무시설이 복합된 건물이다. 서로 다른 기능을 공간적으로 나누기 위한 아트리움이 삽입되어 친환경적 공간의 핵심이 되었다.

현대인은 하루일과의 90%를 실내에서 생활한다고 한다. 자연채광이 잘되는 실내공간에서 자연을 접촉하면서 심신의 피로를 푸는 것은 대단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① 자연채광 및 환기

아트리움을 통해 자연채광과 자연환기가 극대화된다.
 
아트리움 상부의 천창에 적용된 마이크로 루버는 직달 일사를 차단하고 확산광을 유입해서 현휘는 방지하면서 자연채광 효과를 극대화한다. 전동으로 작동되는 상부 개폐창은 굴뚝효과에 의해 인접공간의 환기를 극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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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수순환 및 실내 그린 스페이스

아트리움의 한쪽 벽면은 벽천으로 조성되어 있다. 실내공간에 수공간을 도입함으로써 청량감있는 물소리와 실내습도 조절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연구소와 업무시설에서 공유하는 휴게발코니에는 식생을 도입해서 사용자의 심신을 정화하는 공간적 배려를 하고 있다. 사용자 거주후 평가에서 아트리움이 가장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선정된 것도 이 요소들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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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성능 외피 디자인

건축물의 외피는 사람이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입는 옷과 같다. 따라서 미학적 관점만이 아니라 방위에 따라 다른 환경적 특성을 고려한 적절한 디자인 전략이 필요하다.
 
ECO Lab은 남측에는 일사조절을 위한 차양장치를 달고, 서측에는 일사부하를 줄이기 위해 공조실을 배치하고 벽면적을 늘렸다.

동측에는 부분적이나마 발코니 녹화를 통해 낮은 고도의 일사를 조절하고자 했다.
 
북측 업무공간의 창면적이 건너편 녹지 조망을 위해 커진 한계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고성능, 고기밀 3중 유리창을 적용해서 단열성능을 향상시켰다.

남측 연구소의 창부분 일부에는 BIPV(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를 설치해서 전기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그림 5 , 그림 6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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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광덕트 및 건강한 재료 선택

지하공간의 자연채광을 위해 남측 조경공간에 광덕트를 설치했다. 조명에너지 저감 및 쾌적도 향상을 위한 방법이 된다.
 
건축재료는 원자재 채취에서부터 가공, 제작, 운송, 설치, 폐기 전과정에 걸쳐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설치 이후에는 거주자 건강과 직결된 문제가 된다.

따라서 휘발성유기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s)이나 독성물질을 방출하지 많은 접착제와 천장재, 환경부하를 줄이기 위한 재활용 카펫, 자연재료 중에서도 성장이 빨라 벌목에 의한 완경부하를 줄일 수 있는 대나무 바닥재, 운송에 의한 환경부담 완화를 위한 지역재료 등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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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양한 녹지공간

친환경 도시와 건축에 대한 논의의 출발이자 가장 큰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은 회색도시에서 시민들이 자연을 접촉할 수 있는 녹지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밀로 개발되는 도시환경에서 충분한 녹지공간을 갖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ECO Lab은 한정된 대지 안에서 지하 선큰가든, 선큰가든의 벽면녹화, 1층 생태연못 및 녹지, 업무시설 동측 입면녹화와 데크녹화 그리고 옥상녹화까지 다층적이고 다양한 녹지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생태건축가 켄양(Ken Yeang)이 지상에서 옥상까지 연계된 그린 네트워크를 주장했는데, ECO Lab은 그 개념을 확장해서 지하에서 옥상까지 연계된 녹화공간을 시도한 셈이다.
 
경관적 가치 이외에도 녹지공간의 가치는 그늘과 증발산에 의한 환경조절, 온실가스 저감, 서식처 제공, 심리적 안정감 제공 등 대단히 크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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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시스템 이야기

패시브 전략이 충분히 고려되어 건축물의 신체가 효율적으로 디자인되었다면 이제 건축물에 운전에너지를 제공하는 혈관인 액티브 시스템을 고려할 차례이다. 화석에너지 사용은 줄이고 더 쾌적한 설비시스템을 선정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다.

1) 저에너지, 쾌적 설비시스템

ECO Lab은 업무시설과 연구소의 특성에 따라 각각 다른 공조시스템을 채택했다. 업무시설에는 바닥공조를 채택했다.

일반적인 천장형 공조에 비해 바닥 거주역에서 공조함으로써 적은 공조풍량으로도 거주자가 보다 쾌적함을 느낀다. 적은 풍량으로 동일한 쾌적감을 유지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에너지소비량이 줄게 된다.

연구소에는 천정복사냉난방 시스템을 채택했다. 복사냉난방은 공기방식에 비해 훨씬 쾌적하고 소음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집중도를 높여야 하는 연구소의 특성에 적합한 시스템이다.
 
이 두 시스템은 고가인 한계로 아직 일반화된 시스템은 아니지만 에너지 저감과 쾌적도 측면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공조시스템으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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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재생에너지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공공건축물의 경우에는 신재생에너지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민간의 경우는 의무는 아니지만 ECO Lab은 에너지 저감을 위해 냉난방 열원으로 지열히프펌프를 적용하고 남측 창호에 BIPV를 적용해 화장실 건조기 사용전력을 충당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자급율을 높이고 있다.

3) 수자원 저감

한국은 물부족 국가에 속한다. 수자원 절약을 위해 절수형 설비를 적용하는 것은 이제 일반화된 현실이다.

ECO Lab은 여기서 더 나아가 빗물을 모으고, 지하수를 활용하며, 세면대 물과 같은 중수(Grey Water)를 재활용하는 포괄적인 수자원 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림 10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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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털 환경부하 저감

위에서 기술한 내용 외에도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노력으로 자전거타기 독려를 위한 팬시한 자전거보관소, 고효율 차량을 위한 우선 주차 구획설정 등 소소한 배려들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노력들이 종합되어 건축물 전체에너지 저감 44%, 수자원 저감 63%, 온실가스 저감 33%라는 고효율 친환경 건축물이 완성되었다.

에너지 저감량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4.4억원이고, 탄소저감량은 소나무를 94,000그루 조림한 효과에 달한다.
 
수자원도 연간 상수 정화처리량을 약 1만톤을 절감하는 수준이다. 일반건물과 비교하면 동일건물을 신축하면서 대규모 숲과 샘도 같이 조성한 셈이다( 그림 1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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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한 지 4년이 되었지만 ECO Lab은 여전히 친환경 연구소 건축물로 주목받고 있다. 실사용 연구소 건축물로서 LEED 플래티넘등급을 받은 기록도 아직 갱신되지 않은 것 같다.
 
국제인증에서 높은 등급을 받은 것을 과다선전하고자 함이 아니라, 기업의 사옥에 경영철학을 담고자 하는 발주처의 강한 의지가 많은 시도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고 설계사, 시공사, 컨설팅사가 모두 협력해서 한국 친환경건축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SK케미칼 ECO Lab은 에너지 및 환경 성능 지표만이 아니라 거주자 만족도도 높은 친환경 연구소로서 눈여겨볼 가치가 있는 사례라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