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 성공사례

기술혁신 성공사례 - 한라비스테온공조(주)

기술혁신 성공사례에서는 혁신기업들의 성공프로젝트를 기술혁신 측면에서 살펴봅니다.

공동작성_
이동기 ((주)SBP전략경영연구소)
이정선 전문작가(프리랜서)


시장 Needs 기반의
R&D활동과 내부 추진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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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말 현대자동차는 미국 LA 모터쇼에서 세계최초로 실제 양산·판매를 위한 투싼 수소연료전지차(FCEV)를 선보였다.
 
FCEV는 수소를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를 생성하는 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하는 전기자동차로 배출 유해가스없이 물만 배출하며, 한번 충전으로 500㎞ 전후를 달릴 수 있는 궁극의 친환경차로 꼽힌다.

현대차는 유럽 몇몇 국가에 FCEV를 판매한 데 이어 지난 8월 국내와 미국에도 1호차를 전달하고 수소연료전지차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현대차가 FCEV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미래 친환경차에 대한 기술력을 선점하겠다는 1차적 목적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생각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현재 현대·기아차의 수소연료전지차는 세계최고 수준에 올라 있어 2013년초 세계최초로 양산 체제를 갖췄으며, 해외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와 비교해도 2년 이상 앞서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처럼 현대자동차의 FCEV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하는 가운데 한라비스테온공조(HVCC)가 차별화된 기술로 공동개발한 연료전지자동차용 ‘원심식 공기압축기’가 제24주차 IR52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IR52 장영실상은 독창성과 기술수준이 뛰어난 신제품을 선정, 산업기술 혁신과 발전에 기여한 기술개발자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이번 수상제품인 ‘원심식 공기압축기’는 외부공기를 압축해 연료전지에 공급하는 핵심부품이다.

현재 사용하는 스크류 타입의 공기압축기는 중량이 무겁고 소음이 과다하게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는 반면 연료전지차용 ‘원심식 공기압축기’는 기존제품 대비 동력소비를 25% 개선했고, 고속회전시 발생하는 소음을 최대 25데시벨(dB) 이상 줄여 쾌적한 운행을 가능하게 했다.

친환경 솔루션 개발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 새로운 방식의 ‘원심식 공기압축기’로 6번째 IR52 장영실상 수상의 쾌거를 이루며 ‘세계시장에서 자동차용 열에너지 관리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을 꿈꾸는 한리비스테온공조. 그들의 성공전략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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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진화를 이끄는 부품기술의 진화

1) 자동차 메이커들이 부품생산자를 선정하는 기준

혹자는 자동차를 일컬어 인간의 욕망을 만족시키고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축복의 선물’이라고 했다. 그만큼 우리의 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거의 매일 이용하는 자동차를 이루는 부품은 과연 몇개나 될까?
 
정확한 개수는 실제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도 모를 만큼 많은데, 작은 나사 하나까지 다 합하면 대략 2만개에서 3만개의 부품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모든 부품은 자동차 메이커가 생산한 제품일까? 물론 아니다. 전체 부품의 약 70% 이상은 외부 부품생산자(Supplier)로부터 공급받고 있는데, 부품생산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자동차 메이커가 제시하는 스펙에 대한 품질을 만족시키는 것으로 역할이 한정된 단품 공급자와 부품을 시스템에 적용하거나 장착할 때 기능과 성능에 대한 실차테스트(Field Test)까지 자체적으로 완료해야 하는 시스템 공급자(System Supplier)로 나뉘는데, 이들 시스템 공급자에게는 자동차 전반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체계적인 관리가 매우 중요하게 요구된다.

잘 알다시피 자동차 기술은 빛의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자동차 기술의 진화는 부품기술의 진화와 일맥상통한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높은 기술력을 가진 부품업체들을 찾아나서는 이유다.
 
그렇다면 자동차 메이커들이 부품업체들을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얼마전 ‘일본의 자동차 메이커와 부품공급사들간의 연구개발 협력강화’에 대하여 조사·분석한 내용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하자.

자동차 메이커는 앞서 언급한 70% 이상의 소요부품 소싱(Sourcing)을 위해 부품공급자들로부터 개발계획이나 목표와 관련된 자체개발, 공동연구, 단순공급 등의 다양한 제안을 받게 된다.

이때 수많은 제안들 가운데 자동차 메이커들이 부품공급사를 선정하는 주요 포인트는 크게 세가지로 분류된다.
 
그림 2 에서처럼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선정포인트는 ‘개발경쟁력’에 관한 것으로, 세부내용을 보면 ‘기존의 기술이나 일부 개선된 기술의 개발과 적용’이 아닌 ‘신기술이나 새로운 컨셉(Concept)의 기술개발’을 제안하는 경우를 최우선 선정포인트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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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성공적인 공동연구개발의 조건

이렇게 자동차의 신기술이나 새로운 컨셉의 개발제안은 일반적으로 시스템 공급사에 의해 추진된다. 이때 시스템 공급사가 자동차 메이커와의 연구개발활동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특히 유의해야 할 것들이 있다.

먼저, 실제 개발이 이뤄지기 전부터 사전에 충분히 교감하고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루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만일 이러한 과정이 생략된다면 연구개발 또는 실차테스트 과정에서 시스템이나 자동차의 성능과 품질에 매우 심각한 결함이 나타나거나 아예 개발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
 
어떤 시스템이라도 각 단위부품들은 기능적, 구조적으로 전체 시스템내에 상호의존하고 있거나 서로 영향을 미치는 관계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시스템 전반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부품을 개발하거나 생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이러한 개발과정에서는 서로의 표준화 정책에 대해 충분한 공감과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신기술이나 신개념(Concept)의 시스템과 부품개발 과정에서 협력과 공조는 필수적이다.

여기서 다시 앞서 언급한 일본의 자동차 메이커와 부품공급사의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성공적인 연구개발을 위한 효과적인 협력활동의 형태는 가능한 앞선 단계에서 공동으로 협력연구를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다른 조건은 자동차 메이커와 공급사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이다. 이메일과 전화 그리고 직접 대면식(Face-to-Face) 회의 등 수시적이고 전방위적인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공동개발에 앞서 선결되어야 할 전제조건의 핵심은 상호신뢰에 의한 정보교환과 기업간에 매우 긴밀한 협력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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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금부터 한라비스테온공조(이하 HVCC)의 연료전지자동차용 원심식 공기압축기(에어 컴프레셔, 모델명 TBH-08)의 개발과정을 기술혁신의 관점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연구개발전략과 추진체계

1) 연료전지차의 핵심부품인 새로운 방식의 공기압축기를 개발하라!

2008년 미국의 리먼브라더스(Lehman Brothers)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포드자동차 등 소위 ‘Big3’를 비롯하여 대부분 자동차 메이커들의 중장기 제품개발 계획의 수정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이렇듯 침체된 경제상황하에서 국내의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기아자동차 역시 신차개발 계획에 대한 전략적 고민에 빠졌다.

금융위기를 기폭제로 전세계 자동차업계는 친환경, 그린, 스마트카라는 이슈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만 하는 상황. 기나긴 고심 끝에 결정된 전략적 대안은 바로 ‘연료전지(Fuel Cell) 자동차’였다.

연료전지차는 차체에 탑재된 스택(Stack; 전기발생장치)에 수소와 공기를 공급하면 화학반응으로 전기가 발생하고 이를 이용해 구동하는 친환경 전기자동차다.
 
일반자동차에서의 심장이 엔진이라고 한다면, 연료전지차에서는 스택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멤브레인에 촉매를 코팅한 MEA(Membrane Electrode Assembly)와 바이폴라 플레이트(Bipolar Plate)를 번갈아 여러개 스택킹(Stacking)한 것을 말한다.

연료전지차가 전기를 일으키기 위한 설비 가운데 공기를 공급하는 장치는 차량의 소음과 효율, 수명 등에 큰 영향을 주는 핵심제품이다.
 
현재 연료전지차량용 공기압축기에 사용되는 ‘스크류(용적식) 압축방식’은 윤활유 급유장치가 추가로 필요해 중량이 무거워지고 부피는 커지며 소음과 진동이 과다하게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

차세대 자동차로 연료전지차를 채택하며 새로운 방식의 공기압축기가 필요했던 현대차는 한라비스테온공조에 공동연구개발을 의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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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라비스테온공조(HVCC)의 도전

HVCC는 1986년 자동차 에어컨 & 히터시스템 전문기업으로 출발하여, 2013년 모회사인 미국 비스테온社의 공조부문을 인수해 세계 2위 규모의 자동차 공조회사로 주목받고 있는 글로벌기업이자 부품공급자의 형태에서 보면 시스템 공급자이다.

당시 HVCC는 자동차 공조시스템사업 그리고 차세대 자동차에 대응하는 기술과 각종 부품의 개발로드맵(Roadmap)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지만, 계획보다 3~4년 앞선 시점에서의 선행개발 요구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당장 확보된 기술역량이나 개발체계가 충분히 대응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차례에 걸친 신제품/신기술개발 전략 회의가 이어졌고, 그 결과 3가지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즉 연료전지 자동차에 대응한 연구개발은 비록 중장기적 관점에서 준비하고 있을지라도 고객이 시급성을 감안해 적극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 시기를 앞당겨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과 연료전지차용 에어컴프레셔의 핵심기술 보유인력의 확보를 위한 조직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 마지막으로 주변부품이나 소재를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 모든 정보소스(Source)를 동원하여 모든 가능성을 찾겠다는 각 기능부문간의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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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러한 전략적·정책적 방향의 결정에는 실무차원의 면밀한 사전검증 작업이 이뤄졌다. HVCC에서는 모든 연구개발 및 제품개발활동에 CDP(Concept Development Process)에 의한 심의가 진행된다.

즉 기술이나 제품의 아이디어에 대해 시장성, 사업성, 개발가능성, 재무성, 기여도 등 검증항목들을 사전에 심의하는 소위‘Gate Review System’을 갖추고 있다.

‘GR(Gate Review) 0’에서부터 ‘GR 3’까지 4단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단계마다 대상제품이나 신기술에 대해 각 개발단계별 정의된 프로세스에 따라 연구개발을 수행토록 유도하고, 프로세스를 통해 발생된 산출물(Deliverable)에 대한 검증과정을 거치면서, 연구개발 프로젝트 진행여부(Go & Stop)를 결정하고 있다.
 
또한 과제의 규모와 전략적 중대성에 따라 과제유형을 R/D/Other의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심의멤버를 차등화하고 있으며, 전략적 의사결정을 위해 비단 연구소뿐만 아니라, 마케팅, 생산, 품질 등 프로젝트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Stakeholder)들을 Gate Review Meeting에 참석하도록 하여 Cross Functional Check가 가능한 심의체계를 운영해 오고 있다.

여기서 연료전지자동차 시장의 성장시점이나 당장의 사업성을 추구하게 되면 기준을 만족시키기 어렵고, 결국 이 과제는 ‘GR 0’ 단계의 통과가 불가능하게 된다.
 
그래서 내부의 평가시스템이 신기술과 기존 제품기술 그리고 개선기술 개발 등 연구개발의 형태에 따라 심의포인트를 차별화하고 있는데, 연료전지차의 경우 기술적 파급도와 미래사업성과 시너지가 매우 높은 과제라는 판단아래 심의과정을 통과하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내부적으로 현대차의 연료전지자동차 스택의 에어 컴프레셔 개발기획이 추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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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이미 언급 한 바와 같이 연료전지자동차용 부품의 개발은 중장기 계획의 일부였으므로 당시 내부적으로 그 기술들을 개발할 수 있는 인프라와 핵심인력이 부족하였다.
 
특히 40,000RPM 이상(선풍기 약 300RPM)의 고속회전에서 컴프레셔에서 발생되는 진동과 소음은 차량 소음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 NVH(Noise, Vibration, Harshness)의 제거와 축소를 위한 설계기술을 보유한 인력을 확보하고, 기존 연구인력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또다른 이슈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력자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위한 신규인력에 대한 중요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두개의 트랙(Track)으로 채용활동을 추진했다.
 
국내의 전기모터나 컴프레셔 등을 개발한 경험이 있는 기업 또는 연구소 출신의 경력직 연구원과 향후 지속발전을 위해 대학을 갓 졸업하는 신입연구원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렇게 확보된 연구인력들은 기존의 인력 및 현대차의 연구원들과 함께 자동차 전반에 대한 기능의 이해와 세부기술 지식, 글로벌 관점에서의 표준화에 대하여 수시로 교육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동차에 대한 역량을 강화해 나갔다.

세번째 활동으로는 내부에서 개발하기 어려운 기술들, 예를 들면 소재와 베어링 등의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또다른 난관이었다.

해결을 위해서는 기계와 기구, 소재를 연구하는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들을 탐색하여 이와 관련된 기술 전체를 리스트업하고, 다시 그 기술에 대한 설계와 생산기술을 종합정리했다.

이후 관련된 연구소와 중소기업들을 방문하여 해당 기술을 파악하여 신뢰성을 확보하고 내구성이 검증된 기술을 대상으로 개발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철저한 검증 후에도 개발과정에서의 어려움은 계속되었다. 무엇보다 큰 어려움은 연료전지 자동차와 그에 따른 부품에 대한 기존의 기술표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기존 시스템이 상업적으로 존재했다면 그것을 기반으로 기술의 수준이나 내구성 등을 정의하여 표준으로 삼으면 되겠지만, 그것이 아예 없는 까닭에 각 단위부품에 대한 내구성, 성능모듈에 대한 내구연한 등 각각의 사항을 하나하나 고객사와 서로 합의해 나가는 방식으로 표준화작업을 이어나갔다.
 
이렇게 개발된 기술은 다시 MGPP(Multi-Generation Product Plan)하에 신속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초기 프로토타입(Prototype)의 기술이 시스템에 장착돼 상품으로서 가치와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2~3번의 기술업그레이드 과정이 추진된다. 초기 제품에 비해 지속적으로 소형화와 경량화, 단순화가 진행되어야 비로소 상품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업그레이드의 과정과 다양한 루트(Route)를 통해 확보된 기술만이 내부의 기술역량으로 체질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많은 시간과 활동과정을 거쳐 개발된 것이 바로 연료전지차량용 에어 컴프레셔이다.
 
‘원심형 압축’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에어 컴프레셔는 경쟁사 방식에 비해 동력을 약 25% 저감할 수 있고 전기소모가 적기 때문에 차량 효율이 그만큼 더 높다.
 
또한 연료전지차량은 내연기관이 없기 때문에 공기압축기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는데, 이 제품은 고속회전(4만 2,000RPM) 영역에서 소음이 경쟁 제품에 비해 최대 25데시벨(dB) 이상 획기적으로 줄인 진보된 기술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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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성공 Point

자동차부품 공급사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은 ‘고객에게 철저하게 부합하는 기술개발’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실제 고객사와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하는 데는 많은 난관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외부 고객사와의 관계뿐 아니라 내부조직이나 기능간에도 유사한 형태로 존재한다.
 
HVCC가 연료전지자동차용 스택의 에어 컴프레셔 개발과정에서 보여준 체계와 전략은 단연 돋보인다.

1) 고객 중심의 신속하고 유연한 관리와 실행체계

먼저, 중장기전략 로드맵의 수립과 유연한 관리체계를 들 수 있다. 보통 기업이나 연구소들의 중장기전략과 로드맵은 쉽게 변경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전략의 집중도와 추진의 신중함을 위해 다소간의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기업내 여러 기능부서가 장기간에 걸쳐서 다양한 정보의 수집과 분석을 거쳐 현재상황에 가장 합당한 방안을 제시해 놓고, 그에 준하여 각종 투자와 핵심역량확보 등의 계획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전략과 로드맵 변경은 투자와 세부전략 활동들의 효과를 떨어뜨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략을 수정할 경우 조직내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고 잘못된 결과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현대차의 의뢰가 들어왔을 당시 HVCC 역시 기존의 중장기전략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대고객 중 하나인 현대차가 차세대 환경친화형 자동차 개발에 필요한 부품개발을 의뢰해 왔을 때, 미래의 사업방향과 현재의 기술적 시너지 등 다양한 각도에서 충분히 검토를 거친 후 전사가 합의하여 유연한 의사결정을 내렸고, 그에 따른 하부의 실행전략과 계획들이 일사불란하게 전개되어 기술개발의 성공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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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발과 생산의 리드타임(Lead-Time)을 줄이는 활동체계

두번째는 2013년 조직구조가 아시아, 유럽 그리고 북미 등 3개 지역으로 글로벌화되면서 표출될 수 있는 지역간 개발협력과 그에 따른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여 개발과 생산의 리드타임(Lead-Time)을 줄이는 활동체계를 들 수 있다.

지역적으로 혹은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거나 기능적으로 구분되어 있는 조직에서는 연구개발활동이나 생산, 마케팅 활동 등이 서로 격리되어 공조와 협력 등의 문제가 흔하게 발생한다.
 
따라서 한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이질적 문화와 서로 다른 언어의 사용으로 사업초기 부터 아예 운영 자체를 독립적으로 추진하는 회사들도 많다. 이러한 경우 기업은 더 큰 발전과 미래를 기대하기가 매우 어려울 수 있다.

HVCC 역시 사업의 글로벌화에 따라 각 지역거점과 R&D센터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체계에서의 운영컨셉은 본사 연구소에서 기본설계를 완료하고 현지에서 생산을 위한 간단한 마무리 작업을 거쳐 전세계 동시 생산·판매를 추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운영형태는 치명적인 문제를 낳기도 했다.

본사인 국내 대전 R&D센터에서 기본제품에 대한 설계를 완료하고, 이를 전세계 동시 생산·공급 방식으로 진행하다 보니 각 지역에 이관된 제품의 설계가 해당지역의 생산설비에 맞게 재조정되는 과정이 길고, 또한 시장특성에 맞게 수정·변경하는 경우들이 자주 발생되면서 계획된 기간을 훨씬 초과하는 것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될 경우 향후 영업과 마케팅 활동에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HVCC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하였고 그 중 하나가 개발단계에서부터 개발내용과 과정에 대하여 수시로 서로 공유·소통하여 시행착오와 시간을 줄여 나가는 것이다.

즉, 개발 프로젝트별 해당지역의 연구자, 생산/영업 등 핵심인력을 중심으로 팀(Cross Functional Team)을 구성하여 이들이 수시로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서 서로 의사소통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대면(Face-to-Face) 회의를 통해 인식과 이해의 Gap을 극복해 나가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이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그에 요구되는 각종 연구결과물이나 산출물들이 즉시 공유될 수 있는 시스템(PMS; Product Management System)을 구축해 활용하고 있다.

CDP(Concept Development Process)의 운영과정에서도 각 GR마다 3개 지역의 핵심 연구자, 관리자 등이 동시에 회의(통신, 화상 등)를 진행하고 있다. 이로써 각 지역별 시차로 인해 거의 24시간 회의체계가 구축되어 있다.

이렇게 내부의 협력과 공조 그리고 수시로 소통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추어지자 고객과의 원활한 협력을 위한 소통채널 역시 자연스럽게 구축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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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연구개발 운영시스템의 조화로운 구축과 원활한 운영

세번째는 CDP(Concept Development Process)와 PMS(Product Management System) 등 연구개발 운영시스템 자체의 조화를 들 수 있다.
 
국내 대부분의 기업이나 연구소에서는소위 과제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거나 상당기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개발 및 기술기획의 성공열쇠는 내부문화와 기존 시스템들간의 조화에 근거한 시스템 구축과 원칙에 근거한 원활한 운영에 있다.

PMS는 연구개발 과제(Project)의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개발, 생산 그리고 판매가 일어나서 재무성과의 집계에 이르는 소위 ‘R&D와 사업의 전주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사차원의 시스템을 말한다.

반면, CDP는 R&D 부문이 중심이 되어 연구개발 과제의 심의와 관리 그리고 전략적 의사결정을 위한 시스템으로, 신제품이나 신기술의 아이디어에서부터 각 개발단계에서의 결과에 대해 기업의 전략적 방향이나 기술역량의 발전에 명확하게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여부를 평가하는 체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의 핵심은 PMS와 CDP을 서로 얼마나 잘 연계하여 구축하는가 하는 것이다.

HVCC의 큰 장점은 연구개발 과정에서의 활동과 사업적 성과 등 전과정에 대한 결과가 자연스럽게 과제의 심의체계와 연동되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사점

연구개발 체계의 구축은 대기업에서든 중소·중견기업에서든 그들 나름의 문화와 경영활동에 잘 녹아져 있어야 사업성과의 가시화를 위한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다.
 
그렇다면 수차례에 걸친 지배구조의 변화 등 내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HVCC가 연료전지의 에어 컴프레셔 기술개발이라는 성과를 창출하는 과정에서의 활동과 내용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무엇일까?

1) 고객지향적 사고를 중심으로 전략의 유연성을 높여라!

첫번째, 전략의 유연성은 경영층의 관심과 전사가 고객지향적 사고를 하는 데 기반을 두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HVCC는 연구 개발 비전은 “고객이 선호하는 R&D의 추진”으로 정의하고, 현재 R&D의 추진방향을 고객사들이 기술개발의 핵심이슈로 삼고 있는 ‘품질향상’에 두고 있다.
 
그리고 중장기적 선행개발의 주제는 작고, 가볍고, 고성능의 시스템으로 혁신되어가는 자동차의 발전방향에 맞춰 ‘컴펙트(Compact)화와 성능목표 30% 달성’이라는 도전적 목표아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고객의 VOC로부터 미래 신기술의 흐름에 선행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의 유연성은 결국 기업내 CEO를 중심으로 미래기술에 대한 관심과 이를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내부의 체계에 있는 것이다.

2) 기업문화에 부합하는 핵심인력을 육성·관리하라!

두번째, 기업문화에 부합하는 핵심인력을 육성·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규 채용된 경력직 연구원들의 전문지식은 교육을 통해 기존 연구원들에게 전파하고, 반대로 기존 연구원들은 경력직 연구원들에게 공조시스템 전반에 걸친 설계 노하우를 전수시킴으로써 상호 전문가로 육성될 수 있는 Career Development Program을 체계화하고 있다.

더불어 신입연구원들은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지만 미래에 더 크게 활용될 수 있다는 신념아래 회사의 문화와 시스템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자신의 문화와 사업환경에 적합한 사람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육성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여 준다는 것을 믿는 까닭이다.

3) 의사소통 활성화 및 공통의 지식과 연대의식을 심어주는 교육체계를 갖춰라!

세번째, 의사소통(Communication)의 활성화와 더불어 공통의 지식과 연대의식을 심어주는 ‘교육체계’를 들 수 있다.

보통 기업이나 연구소들은 연구개발 또는 기술의 내용에 대해 전사적인 의사소통을 추진하는데, HVCC는 전체 연구개발 에너지의 30~50% 이상이 소요될 만큼 많은 자원을 여기에 투자한다.

기본적인 이해에서부터 전사 차원에서의 신제품, 신기술의 개발에 대한 공감대, 즉 공통적 인식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기업전략을 추진하는 데 있어 매우 큰 역할을 한다.
 
HVCC는 글로벌 사업장(유럽, 북미, 아시아 등)으로 인한 언어적 장벽, 시간적 격차 그리고 문화적 차별성 등을 극복하기 위해 기본소양 교육, 전문기술 교육, ISE(해외법인근무 임직원) 교육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시하고 있다.

특히, 각 해당인력에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 국내에서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신기술, 신제품 개발에 있어 회사내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장벽을 사전에 제거하는 데 중점을 둠으로써 세계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세계최고의 기술들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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