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 사이언스

Movie in Tech - 거북선과 이지스함 < 명량 >

MOVIE IN TECH에서는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과학기술에 대해 알아봅니다.

글_ 최성우 과학평론가
사진제공_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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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다룬 영화 ‘명량’이 개봉 이후 관객동원 기록들을 갈아치우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바 있다.
 
이순신 장군의 충의와 리더십 및 민초들의 애환 등을 새로운 시각에서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해전 장면 등을 박진감 넘치게 재현한 점 등이 수많은 관객들을 불러 모은 듯하다.
 
이 영화를 계기로 하여 거북선, 판옥선 등 조선수군의 전투함에 대한 고증을 해보고, 이지스함 등 현대의 첨단 함정과 관련기술 등을 살펴보도록 하자.



거북선은 철갑선이었나?

우리는 대부분 어릴 적부터 거북선을 ‘세계최초의 철갑선’이라 배워왔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거북선이 임진왜란 당시 수많은 왜군의 배를 침몰시킨 조선수군의 주력전투함이라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수군의 주력전투함은 거북선이라기보다는 판옥선이었고, 거북선은 오늘날 육군의 탱크처럼 돌격선의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거북선이 실제로 철갑선이었는지 여부는 지금도 학자들 간에 의견이 엇갈리는 문제로서, 보다 조심스럽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근래 이순신 장군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과 드라마 등을 자주 접하면서, 임진왜란 때 조선수군이 연전연승을 거둔 비결이 이순신 장군의 뛰어난 전략과 리더십에 더하여, 주력전투함과 화포 등 왜군에 비해 월등했던 무기의 성능에도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전함에 화포를 장착하여 전투에 최초로 활용한 이는 바로 고려 말의 최무선으로서, 서양보다 200년 쯤 앞선 것이었다.

물론 화약 자체는 중국에서 오래 전에 발명된 것이었지만, 최무선과 그의 아들 최해산은 화약과 화포를 개량하고 이를 탑재한 전함으로 왜구를 크게 무찌름으로써 훗날 이순신 장군이 구축한 막강한 조선수군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조선의 주력전투함이었던 판옥선(板屋船)은 임진왜란 직전인 명종 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기존의 평선(平船)과 달리 2층 구조로 건조해서, 노를 젓는 병사들은 배의 아래층에, 공격을 담당하는 병사들은 위층에 배치하도록 하였다.
 
판옥선은 갑판이 높아 왜군들의 강점인 선상 백병전을 방해했을 뿐 아니라 아군의 활쏘기, 함포공격 등을 훨씬 용이하게 만들었기에 전투력과 기동성, 견고함을 두루갖춘 뛰어난 함정이었다.

거북선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조선초기 태종 대의 ‘조선왕조실록’에 처음 나온다.

이 거북선과 임진왜란 당시의 거북선이 어떤 관계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이순신 장군은 판옥선의 윗부분을 덮어씌우는 방식으로 거북선을 창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거북선은 ‘두터운 장갑을 두르고 그 위에 칼, 송곳 등을 꽂아놓았다’고 전해질 뿐, 명확히 ‘철갑’을 썼다는 기록은 없다.
 
거북선이 실제로 철갑선이었는지에 대한 논쟁은 생각보다 오래되었는데, 역설적이게도 서양과 일본에서 거북선을 ‘세계 최초의 철갑선’이라 인정하는 편이다.

이에 대해 일부 국내 과학사학자들은 조심스러운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즉 임진왜란 당시 일본수군의 장수들이 자신들의 패전을 변명하고자 거북선이 무시무시한 철갑선이었다고 둘러댔고, 근대 이후 한반도 침략의 야망을 키우던 일본이 임진왜란 당시의 패배를 합리화하고자 철갑선 주장을 부풀렸다는 것이다.
 
거북선이 세계최초의 철갑선이었다는 주장이 나오는, 1895년에 쓴 유길준의 ‘서유견문’ 역시 군국주의적인 일본서적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거북선이 탁월한 위력을 지닌 당대 최고수준의 전투함인 것인 분명하지만, 철갑선 여부 등은 보다 합리적인 접근과 철저한 고증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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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함과 대잠로켓

거북선이 85문의 포문을 갖춘 막강한 공격력과 견고한 수비력을 동시에 갖춘 당대 최고의 전투함이었다면, 오늘날의 최고 전투함에는 단연 ‘이지스함’이 꼽힌다.
 
이지스라는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딸인 아테나에게 준 방패인 ‘아에기스’(Aegis)에서 따온 것으로서,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어 준 아에기스는 벼락을 맞아도 부서지지 않고 방패를 흔들면 무서운 폭풍이 일어날 만큼 위력이 대단했던 것으로 묘사된다.

이지스는 목표의 탐색으로부터 이를 파괴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에 포함시키도록 미국 해군이 개발한 최신 종합무기 시스템이다.

1983년에 취역한 미 해군의 순양함 타이콘데로가 호가 이지스 시스템을 탑재한 최초의 함정이었다.

이지스함의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미사일 발사대에 있는데, 기존의 함정들은 갑판 위에 미사일 발사대가 설치되어 선회 구동범위가 넓고 공간도 많이 차지하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지스함의 미사일 발사대는 갑판 하부에 수직으로 설치되어 공간도 적게 차지하면서, 미사일이 항상 발사대기 상태로 유지되어 목표물에 대한 대응시간도 단축되었다. 이 수직발사대를 통해 분당 약 122기의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대함 미사일, 대잠 미사일, 장거리 순항 미사일 등 상황에 맞게 다양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적이 쏜 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다.

미국, 일본에 이어서 우리나라도 이지스함을 갖추게 되었는데, 2007년에 건조된 ‘세종대왕함’이 대표적이다.
 
세종대왕함의 이지스 레이더 시스템은 반경 1,000km 밖에 있는 비행기 900여대를 동시에 탐색할 수 있고, 적군의 탄도미사일 궤적도 알아낼 수 있다.

100대가 넘는 전투기와도 상대할 수 있는 세종대왕함 같은 이지스함을 활용하면 기존 전투의 개념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다.

그러나, 가공할 공격력과 방어력을 지닌 이지스함에도 간혹 약점이 제기되는데, 바로 잠수함과 어뢰공격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이다.

첨단의 이지스 레이더라도 상공이 아닌, 전파가 잘 통과하지 못하는 물 속의 물체를 파악하고 제대로 공격하기는 쉽지않은 일이다. 이를 보완하고자 개발된 것이 잠수함 공격용 로켓이다.
 
이러한 대잠로켓은 미사일과 어뢰의 기능을 합쳐놓은 격으로서, 기존 어뢰와는 달리 로켓추진기관을 이용하여 미사일처럼 함정의 수직발사대에서 발사되며, 수십 km를 날아간 후에는 수중으로 들어가서 어뢰처럼 잠수함을 요격한다.
 
미군에서는 대잠로켓무기로 아스록(ASROC: Anti Submarine Rocket)을 개발하여 현재 실전 배치하였고, 우리 해군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한 대잠로켓 ‘홍상어’를 세종대왕함과 대형 구축함들에 배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