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 엣세이 - 중소기업 성장사다리 완성을 위해서
플러스 엣세이는 사회저명 인사가 기고한 글입니다.
하이휠 자전거가 ‘지배적 디자인’이 되지 못한 이유
하이휠 자전거(High Wheel Bicycle)는 우리가 흔히 ‘빈폴자전거’라 부르는, 앞바퀴가 뒷바퀴에 비해 큰 자전거를 말한다.
자전거 바퀴가 영국의 큰 동전 페니(Penny)와 작은 동전 파싱(Farthing)이 앞뒤로 있는 모양과 비슷하다 하여 페니파싱(Penny Farthing)이라고도 부른다.
1790년대에 제작된 최초의 자전거 셀레리페리(Célérifère)는 앞바퀴와 뒷바퀴의 크기가 같았다.
이후 다양한 형태의 자전거가 등장하여 ‘지배적 디자인’(Dominant Design) 경쟁에 뛰어들었고 하이휠 자전거도 그 중 하나였다.
하이휠 자전거는 앞바퀴가 커 다른 자전거에 비해 빠르게 달릴 수 있어 자전거 경주가 인기를 끌었던 그 당시에 하이휠 자전거의 인기는 점차 높아졌다.
바퀴가 커지면 커질수록 페달을 한 번 회전하더라도 더 멀리 그리고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어 하이휠 자전거 앞바퀴의 직경은 점점 커져갔다.
하지만 앞바퀴가 커질수록 치명적인 약점도 더욱 커졌는데, 그것은 바로 안정성이었다.
앞바퀴에 페달이 달린 하이휠 자전거는 직경이 길어 질수록 안장의 높이도 함께 높아져 발이 땅에 닿지 않을 정도였다.
결국 점차 자전거 중심잡기가 어려워졌으며 넘어졌을 때 부상도 더욱 심해져만 갔다.
이러한 하이휠 자전거 인기는 1880년대 ‘로버 세이프티 자전거’(Rover Safety Bicycle)의 등장으로 사그라지기 시작하였다.
로버 세이프티 자전거는 현재의 일반 자전거와 같이 체인을 사용하여 뒷바퀴를 구동시켰다.
그리고 앞바퀴 직경을 줄이고 뒷바퀴를 키우는 방식으로 차체를 낮추어, 언제든지 발이 땅에 닿을 수 있어 넘어진다 하여도 부상의 정도가 적었다.
Safety Bicycle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자전거는 하이휠 자전거에 비해 매우 안전하였고, 이로 인해 기존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자전거는 여성들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게 되어 더욱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이후 로버 세이프티 자전거는 다이아몬드(형태) 프레임을 도입하고, 던롭이 개발한 공기타이어를 적용하여 안전은 물론 속도에서도 하이휠 자전거를 앞서기 시작했다.
결국 하이휠 자전거는 시장에서 빠르게 쇠퇴한 반면, 로버 세이프티 자전거는 ‘지배적 디자인’으로 자리잡아 지금까지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하이휠 자전거가 ‘지배적 디자인’이 되지 못한 이유와 중소기업 성장사다리 완성과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그것은 바로 ‘불균형’에 있다.
하이휠 자전거가 몰락한 이유는 앞, 뒷바퀴의 불균형이 문제였고, 현재 중소기업 성장사다리 완성은 정책의 불균형으로 인해 미완성에 머물고 있다.
창조경제를 최우선 슬로건으로 내건 이후 창업·벤처기업 관련정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하지만 과연 창업·벤처중심 정책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살리기에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반면, 창업·벤처기 이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어 성장기와 안정기에 위치한 기업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정책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다.
이는 현재 성장단계별 중소기업 법률체계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창업·벤처기업은 각각 「중소기업창업 지원법」과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있고, 중견기업은 「중견기업 성장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이 존재한다.
반면 그 사이에 위치한 기업들을 육성하기 위한 별도의 법률은 없다.
왜 우리나라의 중견기업의 수가 대기업 계열사보다 적은지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하겠다.
창조경제정책이 성장단계별 정책에만 불균형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산업별 정책에도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ICT(정보통신기술)과 문화콘텐츠에 집중된 지원정책으로 인해 제조업 기업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에 따르면 한국의 제조업경쟁력 지수는 일본, 독일, 미국에 이어 4위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를 제외하면 몇위로 평가될지 궁금하다.
한국의 중소제조업의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성은 더욱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단가 후려치기와 같은 불공정거래는 더욱 심화되어 제조업의 경영성과 지표는 매년 악화되고 있다.
오죽하면 1970년대 창업세대가 애써 일궈놓은 기업을 2세들이 기름밥 먹기싫다며 가업승계를 포기해 M&A시장에 나온 중소기업이 매년 증가하고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은 경제산업 구조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삼성에 밀려 한물갔다고 평가하는 일본은 아시아 최고의 제조업 국가로 여전히 세계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유로존 위기에서도 건재함을 과시했던 독일은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이다.
이들 국가 제조업의 특징은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있는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중견기업(히든챔피언)이 많다는 것이다.
이처럼 성장기·안정기 기업과 제조업의 중요성, 특히 정부정책 최대화두인 고용분야에서 이들의 성과는 최근 한 연구결과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창업의 고용영향력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제조업의 고용기여도는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 보고서의 결론은 “제조업의 순고용 증가와 제조업의 경기변동에 따른 고용변화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고용기반으로서 제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2014년 6월말 박근혜 대통령이 ‘대도약을 위한 제조업혁신 3.0’을 제안한 이후 각 정부부처에서 제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준비중에 있다고 한다.
늦게나마 제조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한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이후 실질적 대책이 어떻게 나올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제조업에 대한 관심으로 산업적 측면에서 급한 불은 껐지만, 성장단계별 측면에서 불균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성장단계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 다시 말해 중소기업 성장사다리의 완성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로 성장기·안정기 기업의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창업·벤처와 중견기업은 각각 지원법률을 가지고 있어 안정적인 지원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반면 그 사이에 위치한 성장기·안정기 기업 성장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다. 그러니 이들에 대한 지원방안은 언제나 불안정하고 단기적 처방에 머물 수밖에 없다.
즉, 창업·벤처기업이 각종 지원법으로 도움을 받아 성장기·안정기 기업으로 성장한 이후에는 중견기업으로 도약하기 전까지는 해당 성장단계에 필요한 지원이 단절된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의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둘째는 ‘R&D → 사업화 → 판로개척’에 이르는 성장정책의 확대가 필요하다.
R&D는 신기술 개발과 기존 기술의 활용의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신기술개발 활성화를 위해 R&D사업에 대한 확대가 필요하고, 우수기술기반 기업간의 기술교류와 대학·출연연 보유기술 활용을 확대하여 기존 기술간의 융·복합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후 R&D를 통해 개발된 기술에 대해서는 사업화자금을 확대하여 개발기술에 대한 사장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업화 이후 판로개척이 가장 중요하다.
R&D와 사업화를 통해 개발된 우수제품이 판로가 없어 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는 공공구매 촉진과 홈쇼핑에서 중소기업 제품판매비중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전시회와 바이어 초청행사 등을 통한 해외판로 개척도 동시에 실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