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heme intro - 자동차와 전자산업간의 융합
Management는 최근 이슈가 되는 기술혁신 주제를 해당분야 전문가들이 심도있게 다루는 섹션입니다.
이항구 팀장(선임연구위원)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
hklee@kiet.re.kr
주요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면서 자동차산업의 기술패러다임이 변화하자 자동차업체들은 친환경, 저연비, 고안전, 고편의 기술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는 기계, 철강, 화학, 섬유, 전기전자 등 다양한 산업간의 연계와 첨단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제조되는 대표적인 융합제품으로 산업 전반의 구조 고도화에 기여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이 전기동력 자율주행자동차시대를 지향하면서 전기전자산업을 포함한 정보통신기술(ICT)과의 효율적이며 광범위한 융합이 미래 경쟁력을 결정할 전망이다.
여기에서는 산업영역이 붕괴되고 있는 자동차산업과 전자산업간의 융합 현황과 융합 신제품의 성공적인 상용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 방향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자동차산업과 전자산업간의 영역 붕괴
자동차와 전자산업이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대 산업에 대한 의존도 심화를 우려하고 있으나, 양 산업의 생태계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외연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성장전략과 지원정책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와 선진국들은 전통제조업과 첨단기술간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미 미국과 영국은 금융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자국 제조업을 부활시키기 위해 지원 하부구조의 구축 등 산업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은 산업용 전자산업을 포함한 정보통신기술(ICT)을 제조업에 접목해 공정혁신을 모색하면서 생산효율성을 제고하고 있다.
일본도 제조업의 영화를 되찾기 위해 자국기업들이 점진적인 개선에서 벗어나 급진적인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은 자동차산업과 전자산업의 전통 강국으로 세계경제를 주도해 왔다.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의 자동차산업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지자 미국 정부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동원해 자동차산업을 정상괘도에 올려놓았다.
미국 정부는 친환경 자동차와 자율주행 자동차 부문에서의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 산학관 협력을 통해 관련기술의 개발과 상용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자동차산업도 품질문제와 자연재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일시적으로 길을 잃었으나, 정부의 노후차 교체 및 친환경차 구매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과거의 경쟁력을 되찾았다.
독일 자동차산업은 금융위기 이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엔지니어링,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기술을 바탕으로 판매를 확대하면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한편, 미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회복에는 ICT업체들이 일조하고 있으며, 일본의 자동차산업은 전자산업의 부활을 견인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들이 자동차산업과 ICT산업을 제조업경쟁력 강화의 지렛대로 활용하면서 양 산업간의 융합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자동차산업과 전기전자산업간 기술융합의 산물인 하이브리드자동차와 전기자동차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으며, 자동차산업과 ICT산업간의 융합을 통해 스마트자동차의 상용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는 내연기관 자동차부품의 35% 이상을 전기전자부품이 차지하고 있지만 전기동력화와 스마트화로 인해 동 비중이 70%를 넘어설 전망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동차산업의 전기동력화와 스마트화는 과거와는 다른 성장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기술패러다임이 100여년만에 바뀌면서 자동차업체 독자적으로 성장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동력 자율주행01 자동차 시대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동차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우주항공기술(ST), 로봇기술(RT),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등 첨단기술간의 융합을 위한 기업간 제휴가 확대되어야 한다.
자동차업체가 신기술개발과 상용화에 따른 투자비용의 분담과 위험의 분산, 그리고 세계표준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개방형혁신(Open Innovation)을 통한 기술개발과 전자업체를 포함한 부품소재 공급기업과의 수평적인 협력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선진국 자동차업체와 ICT업체간 전략적 제휴 확대
최근 개최되고 있는 전자산업 전시회장은 첨단 자동차산업의 전시장을 방불케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이 이미 움직이는 생활·문화공간으로 자리잡으면서 운전자나 탑승자들이 보다 편리하고 인간 친화적인 첨단기능들을 요구하자 자동차업체와 ICT업체들이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 시스템 등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그동안 전자산업에서의 기술혁신과 전문화는 자동차산업보다 빠르게 진행되어 왔다.
1970년대말 이후 추진되었던 전자산업의 분산화(Disintegration)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핵심역량을 보유한 전자업체간 경쟁과 협력을 촉진해 왔다.
특히 1980년대 중반 미국의 공동연구개발법과 공동생산법 제정은 그동안 독점금지법으로 제한해온 기업간 제휴를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또한 1993년 미국의 이중용도기술(Dual Technology) 정책은 군사용으로만 사용되어온 무선통신기술과 위성항법기술(GPS)의 상용화를 통해 ICT혁명을 촉발해 미국을 다시 한번 신경제(New Economy) 국면에 진입시켰다.
또한 모바일 혁명은 신기술 창업과 고용창출뿐 아니라 전자산업내 전통기업의 구조조정을 불러일으켰다.
디지털화에 부응하지 못한 유럽의 노키아, 미국의 제록스, 버라이어존, HP, IBM, 일본의 소니 등이 경쟁대열에서 밀려나거나 사업을 전환한 반면 애플, MS,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신생기업이 새로운 ICT 생태계를 조성하면서 산업융합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전기동력 자동차시대가 전개되자 배터리와 모터, 충전 하부구조 관련업체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으며, 스마트카 시대로 나아가면서 소프트웨어와 정보통신, 스마트 하이웨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산업의 생태계가 개방되고 새로운 형태의 사업모델과 수익창출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이 PC나 모바일기기를 통해 연결된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운전자와 탑승객들은 모바일기기와 자동차간 연결을 희망하고 있다.
2013년 12월 컨설팅업체인 Accenture가 자동차 구매자를 대상으로 향후 자동차 기능의 선호도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9%가 자동차 내부에서의 연결성이라고 답한 반면 14%만이 전통적으로 중시되어온 자동차의 성능이라고 응답했다.
주지하다시피 자동차업체들과 배터리, 전기, 소재업체들은 전기동력자동차의 성능향상, 편리한 충전과 가격인하를 위해 공동 노력하고 있다.02
최근에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용화를 위한 산학관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데, 이해당사자들의 폭넓은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구글이 3~5년 후에 자율주행 자동차를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세계유수의 대학들이 연구개발 컨소시엄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카네기멜론 대학은 완성차업체인 GM, 부품업체인 컨티넨탈, 소프트웨어업체인 구글 등과 공동으로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하여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Urban Challenge에 참가하고 있다.
완성차업체들 중에서는 도요타/다이하츠-후지중공업-마즈다-BMW, GM-푸조시트로엥, 폭스바겐-스즈키, 르노/닛산/아브토바즈-다임러-포드가 전기동력 자동차와 스마트카의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제휴하고 있다.
GM은 2007년부터 카네기멜론 대학과 자율주행자동차를 공동개발해 왔으며, 2008년에는 GM-CMU Autonomous Driving Collaborative Research Lab을 구축하고 센서융합과 시스템통제 등의 핵심기술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포드도 미시간대학교, MS, 자동차보험사들과 함께 음성인식 기술을 포함한 Sync 시스템 등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BMW는 미국의 ChargePoint 및 DriveNow와 협업체를 구성해 전기자동차의 충전 및 관련서비스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난양공대(싱가포르)와는 미래이동연구소를 공동운용하고 있다.
닛산은 MIT, 스탠포드, 옥스포드, 카네기멜론, 토쿄대학 등의 부설연구기관과 협력하고 있으며, 무인리프전기자동차로 자동차업체 중에서는 최초로 고속도로 주행시험을 실시한 바 있다.
스탠포드 대학은 자율주행자동차 연구개발을 위해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완성차업체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있으며 보쉬, 폭스바겐 등의 독일업체들과도 협력하고 있다.
부품업체 중에서는 세계최대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독일의 보쉬와 미국의 IBM이 지능형 상호연계 자동차제품을 보다 효율적이며 정확히 개발하기 위해 새로운 데이터 구동시스템 엔지니어링 플랫폼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지속적인 공학기술(Continuous Engineering)을 기반으로 한 보쉬의 엔지니어링 플랫폼이 IBM의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기술과 융합하고 있다.
독일의 반도체업체 인피니언은 ‘Euro 6’에 최적화된 엔진제어부품 개발을 위해 완성차업체의 개발 초기단계부터 참여해 관련모듈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임베디드소프트웨어 업체들도 자동차 구매자들이 사용편의와 조작편의 등의 기능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자 관련 소프트웨어를 자동차업체들과 공동개발하고 있다.
이미 자동차가 100개 이상의 컴퓨터 제어장치와 1,000만줄이 넘는 소프트웨어 코드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연계성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향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산업융합을 추진할 필요
국내 자동차업체들도 국내외 기업과 제휴를 추진하고 있으나, 제휴범위와 대상기업이 제한적이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산업에서는 국내 자동차업체가 독자(Stand Alone)적으로 선진업체 추격이 가능했지만, 스마트카와 전기동력차산업에서는 보완적인 기능을 보유한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이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사내협력과 함께 동종기업 및 이업종기업과의 협력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최고 수준의 스마트폰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무선통신업체들의 기술력도 우수하다.
그러나 센서와 소프트웨어 기술력은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져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자동차업체와 ICT업체간의 제휴가 아키텍처가 다르기 때문에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의 자동차업체들이 ICT업체와 제휴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인식의 전환부터 필요하다.
자동차산업이 내연기관 운전시대에서 전기동력 무인운전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선진국 기업들은 파괴적인 혁신이 일어날 경우 산학협력 뿐 아니라 기업간 제휴를 적극 추진해 왔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산업과 전자산업의 독과점적 구조와 수직통합적 구조가 이러한 협력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술융합은 규모의 경제효과보다 범위의 경제효과가 더 클 때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ICT산업에서 융합이 가속화되어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자동차 산업은 ‘규모의 경제’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밀레니엄 세대 등 모바일기기에 친숙한 새로운 소비계층이 자동차 구매자로 성장하고 3D 프린터가 자동차와 부품생산에 활용되면서 자동차산업은 양산 주문(Mass Customization)의 시대를 넘어 주문생산(Build to Order)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산업은 기술융합을 넘어 산업융합을 통해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국내 자동차산업과 ICT산업내 기업간의 수평적 협업과 비교열위 부문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정부는 양 산업내 기업간에 공동연구개발을 확대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예산을 지원하고, 개발기술의 신속한 상용화를 위해 범부처간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기존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정도의 파괴적인 혁신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일단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되고 제품의 성능이나 서비스가 불만족스러울 경우 구매를 회피한다.
이에 따라 수많은 신기술제품들이 양산에 이르지 못하고 시장에서 퇴출되어 왔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의 전환과 수요 촉진 및 산업육성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는 생산자와 소비자간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기술제품의 장점과 제약요인을 해결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대해 홍보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혁신적 기술제품의 초기시장 창출을 위해 구매보조금 지급이나 세액공제 등의 유인을 부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신산업 육성을 위해 중장기 산업발전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는 명확한 비전과 목표 아래 실행전략을 수립하고 정책홍보를 통해 민간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수요추이를 모니터링하면서 지원정책을 미세조정해 신산업을 창조함으로써 고용을 창출해 나가야 한다.
01 자동차업체에 따라 조종(Piloted), 자율(Autonomous; Self-Driving), 무인(Driverless)으로 표현하고 있다.
02 KPMG, Global Automotive Executive Survey,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