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리포트 - (주)에디테크 최상준 대표이사
줌인리포트에서는 강소기업의 대표나 연구소장 등을 만나 기술경쟁력을 향한 열정과 노력을 알아봅니다.
맞춤형 기술로 세계 공략하는
스몰 자이언츠(Small Giants)의 꿈
수많은 중소기업 중에서도 눈에 띄는 기업이 있다. (주)에디테크 역시 ‘작지만 강한 기업’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곳이다.
시작부터 차별화된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해온 (주)에디테크. 이를 이끌어가는 최상준 대표이사의 맞춤형 경영전략 뒤에는 맞춤형 기술개발이 자리하고 있다.
글_ 정라희
사진_ 이완기(라운드테이블 이미지컴퍼니)
특수목적용 계측기 시장의 강자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전문화된 계측기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주)에디테크의 주력분야 역시 전자계측기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흔히 접할 수 있는 범용 계측기가 아닌 특수목적용 계측기만을 생산한다.
범용 계측기는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어야 하는 데다 경쟁도 심한 편. 이 때문에 최상준 대표이사는 기업설립 당시부터 특수목적용 계측기 시장을 염두에 두고 블루오션을 개척했다.
“제 전공이 전자공학입니다. 창업 전 20년 동안 국내 전자계측기의 효시업체라 할 수 있는 곳에서 근무했습니다.
졸업 후 전자계측기만 연구해왔기 때문에 나름대로 노하우도 있었어요. 산업이 첨단화될수록 전력의 품질이 특히 중요해지는데, 이와 관련된 계측기 기술만큼은 자신 있었습니다.”
1998년에 설립한 (주)에디테크는 처음부터 기술중심 기업으로 시작했다. 최상준 대표가 관련업계에 종사하며 전문가로 쌓은 인지도는 회사의 기술력을 신뢰할 수 있게 하는 힘이었다.
하지만 최 대표는 과거의 경험에만 기대지 않았다. 회사설립 때부터 연구전담부서를 배치하고, 산학연 공동기술개발 컨소시엄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2004년에는 기업연구소를 설립했다. 현재 16명 내외인 (주)에디테크의 직원중 연구인력은 50%에 해당하는 8명. 매출 대비 연구개발 투입비용이 10~15%를 웃돌 만큼 기술력을 중요시하고 있다.
“물론 인력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은 있습니다. 특정기술만 다루다보니 엔지니어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그렇지만 기술은 1~2년 연구해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시장에 나오지 않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야 하므로 기초연구는 필수입니다.”
탄탄한 기초연구 덕분일까. (주)에디테크는 중소기업임에도 독자적인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등록한 특허가 14건, 프로그램은 10건에 달한다. 오랜 기간 한우물만 파온 덕분에, 협력하는 기업들에게도 전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
활선 상태에서 절대상을 검출하는 기술 개발
(주)에디테크가 날개를 달고 훨훨 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전력 등과 같은 대규모 기업과의 끈끈한 파트너십이 주효했다.
최상준 대표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력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수위에 있다. 이와 관련된 전력 IT기술도 상당히 앞선 편. 일본에서도 우리나라 배전시스템을 벤치마킹할 정도다.
미국 등 선진국의 전력손실률이 7%인 데 비해, 우리나라 전력손실률은 4% 내외다. 동남아 지역이 평균 20%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부분 전력손실을 예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불과 4%의 손실이라도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4조원에 가까운 경제적 손해다.
그럼에도 선로손실을 비롯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전력손실을 제외하고, 불평형 부하로 발생하는 전력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일 묘안이 딱히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탄생한 아이디어가 스마트 그리드를 통해 배전선로상에서 전력의 불평형 부하를 해소하는 것이었다.
“광범위한 지역에 분포된 불특정 수용가들이 언제, 얼마만큼 전기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력부하는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부하특성에 따라 전압도 변동되고요.
이렇게 불평형 부하가 발생하면 전력손실률이 높아집니다. 그렇다면 평행 부하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전까지는 전력 소비자인 수용가의 삼상전력의 절대상인 A, B, C상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배전 자동화는 물론 삼상 부하를 균등하게 맞추기가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발전소에서는 전력효율을 높이기 위해 표준 A, B, C상으로 구분한 3상 전력을 발전하는데요. 이 3상이 변전소를 거쳐 전력소비자인 수용가에게 공급됩니다.
이때 발전소와 변전소가 전국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전력을 산업과 가정에 공급합니다. 그래서 정확한 상관리가 필요한 거고요.”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수용가는 특정상에 집중된 부하를 효율적으로 분배하면 더 좋은 품질의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력 손실을 막고 전기사고 예방, 전력비 절감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전반적인 설비수명도 늘어난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한국전력은 물론 (주)에디테크도 갖고 있던 것.
최상준 대표는 2002년부터 불평형 부하를 해소할 수 있는 절대상 검출시스템에 대한 기초연구를 완료해 한국전력과 협력연구개발을 통해 신기술인증을 받았다. 물론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기까지 어려움도 있었다.
이론상으로 시도가능한 방법도 막상 실전에 들어가면 막히는 부분이 발생했던 것이다.
“2005년에서 2006년 사이에 일본에서 절대상을 찾는 조사장치에 관한 논문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우리가 몇년 전에 시도했다가 실패한 내용이에요.
발전소와 변전소에서는 절대상을 알 수 있지만, 부하변동에 따라 주파수가 변한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거죠.발전소에서 아무리 좋은 품질의 전력을 만들어도 전기사용량 변화에 따라 주파수는 변하거든요.”
처음 예상했던 방법에서 벗어나 다시금 새로운 방법으로 도전에 나선 (주)에디테크.
그 결과 2006년 7월에 ‘CDMA 통신망을 이용한 배전선로 절대상 검출기술’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는 전기가 통하고 있는 활선에서 절대상을 검출하는 기술. (주)에디테크가 개발한 상검출 시스템은 휴대전화의 통신방법인 CDMA 통신망을 통한 세계최초 상데이터 교환방식이다.
(주)에디테크는 이 기술로 신기술인증 제1호를 획득했다.
한편으로 GPS의 시각동기 및 휴대전화의 음성통신기능을 이용한 배전선로의 표준상 검출기술은 신기술인증 제222호다.
그 밖에도 (주)에디테크는 절대상 검출시스템과 관련한 다양한 특허를 확보하고 있다.
앞선 기술을 이해시키며 신시장 개척
(주)에디테크의 절대상 검출시스템은 2010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 발명특허대전에서 최고상 금상을 받기도 했다. 세계적인 원천기술임을 인정받은 셈이다.
하지만 원천기술을 개발하며 술술 풀릴 것 같은 해외수출은 예상보다 더디게 흘러갔다.
한국전력의 해외수출 시범화사업의 첫 타자로 선발되어 자신있게 해외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정작 현지반응이 미지근했던 것.
이유는 현지상황보다 몇십년가량 앞선 기술 때문이었다. 절대상 판별의 중요성에 대한 현지 전력 관계자들의 인식이 없었던 것이다.
“정전사고를 예방하고 전력손실을 최소화하려면 절대상을 정확하게 판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회사제품은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서든 활선상태의 전선에 가져다대면 정확한 상을 찾아냅니다.
그런데 현지에서는 배전자동화나 효율적인 전력공급에 대한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현지 관계자들은 단순전력을 공급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 절대상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죠.
이 때문에 표준 A, B, C상을 판별하는 우리회사 제품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더군요.”
그러나 최상준 대표는 여기서 좌절하지 않았다. 현지 관계자들의 인식전환이 일어나면 결국에는 판매가 호전될 것으로 판단한 것.
해외 전력기술자를 대상으로 수십차례 지속적인 교육을 진행하며 절대상 검출시스템의 경제적·기술적 효과를 구체적으로 홍보하며 현지관계자의 인식을 전환해 나갔다.
꾸준한 노력 덕분에 수출의 문이 열렸고, 현재는 말레이시아 수출을 앞두고 본격적인 선적을 준비 중이다.
“변전소들의 병렬운전을 계획 중인 해외 배전선로에서 절대상을 찾는 과정에서 상이 어긋나 있는 걸 우리가 입증해 보였죠. 현지 전력청 관계자들이 놀란 기색을 보였습니다.
배전 자동화를 시작하는 국가일수록 절대상을 정확하게 판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안정적인 전력계통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해외 전력청 관계자들이 공감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에디테크가 해외시장의 물꼬를 튼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는 수천에서 수만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곳. 최 대표는 이들 국가에서는 독립적인 발전소가 많아 절대상 관리를 위한 소요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신만의 분명한 차별화 전략을 가지고 국내시장을 장악하거나 해외에 진출한 한국형 중소기업을 두고 ‘스몰 자이언츠’(Small Giants)라고한다.
국내에서는 직접 전력기술자 교육에 나설 정도로 (주)에디테크의 역할은 크다. 이제 남은 것은 해외다.
(주)에디테크는 절대상 검출시스템뿐만 아니라 산업용 전력에 공급되는 3상전력의 불평형 전압을 해소하고 실시간 전압변동 상태 등을 분석하는 장치인 3상전압 기록계와 세계최초 초소형 열화상 카메라 등 차별화된 품목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주)에디테크의 해외시장 진출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세계시장에 통하는 기술력으로 앞으로의 여정에 일찌감치 청신호를 켠 그들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