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3

Special Theme 03 - 글로벌시대 연구개발 전략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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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해성 기술, 2차 디지털 혁명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기술혁신의 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글로벌 생태계내에서 개인, 기업, 국가가 서로 연결되어 의존성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선진국과 신흥국 시장의 경기변동의 주기도 짧아지고 진폭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변혁의 시대에 미국․일본․독일 등 선진국들은 제조업의 부활과 지속성장을 위한 정책들을 앞다투어 추진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기업연구소 3만개 시대를 맞게 된다.

이에 우리 기업이 주목해야 할 최근 환경변화와 성장전략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마누엘 카스텔스 교수는 그의 저서 「정보시대: 경제·사회·문화」01에서 새롭게 도래하는 네트워크 사회를 신경제(New Economy)로 명명하고 기존의 경제체계와 구분하였다.

(01 「The Information Age: EconomyㆍSocietyㆍCulture」,1999)

또한 새로운 경제의 생산방식이 기존과는 달리 정보적이고, 전지구적이며, 네트워크의 원리에 따라 작동한다고 역설하였다. 이러한 신경제의 3가지 특성에 따른 변화는 우리 주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MS, 구글, 페이스북 등 정보처리능력이 뛰어난 기업의 급격한 성장, 창업단계부터 글로벌시장을 목표로 제품을 개발하는 본-글로벌(Born-Globals) 기업의 증가, 온라인을 통한 지식에의 글로벌화된 접근, 국경을 넘어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노동 등이 그것이다.
 
애플02의 주도로 MS,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 벌이고 있는 플랫폼 경쟁 또한 이러한 신경제로의 전환에 따른 기업들의 불가피한 변화로 볼 수 있다.

(02 애플은 자신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든 부문에서 수많은 기업들과 기업생태계를 구축하며 신경제로의 전환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신경제는 기업의 변화를 야기한다. 정보와 지식의 처리능력을 향상시키고 글로벌 판로를 확보하고 다양한 기업들과 생태계를 구축하도록 한다는 뜻이다.
 
또한 와해성 기술의 대두, 최고급 인재의 부족, 아시아 중산층의 급격한 증가, 극심한 기후변화 현상 등 급변하는 환경 요인은 산업 및 가치사슬의 재편을 촉발하고 있다.
 
즉, 기업은 신경제로의 전환에 더해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

이하에서는 우리나라 기업연구소 3만개 시대에 맞춰 앞서 언급한 기업이 주목해야 할 최근 환경변화 및 대응방법을 몇가지 살펴보고자 한다.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의 대두

먼저 신경제의 특성과도 관련성이 높은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에 대해 살펴보자. 많은 언론들과 시장조사기관에서 2014년을 사물인터넷의 개화원년으로 보고 있다.
 
사물인터넷은 인간, 사물, 서비스 등 세가지 분산된 환경요소에 대해 인간의 명시적 개입없이 상호 협력적으로 센싱, 네트워킹, 정보처리 등 지능적 관계를 형성하는 사물공간 연결망을 의미한다고 한다.03
 
(03 홍성욱, 2002, 네트워크 혁명, 그 열림과 닫힘, 들녘)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의 철학교수인 마크 킹웰은 “미래에도 중요할 단 한가지 기술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네트워킹을 만드는 역량을 향상시켜 주는 기술”이라고 하였다.
 
그렇기 때문일까? 닷컴 버블, IT버블이라고도 불리는 거품이 꺼지고나서도 통신모듈 및 센서, 무선 네트워크, 빅데이터 처리기술, 커넥티드 스마트 단말 등의 네트워킹과 관련된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기계간 연결뿐아니라 사람과 기계, 사람 사이까지도 연결하면서 사물인터넷은 기술적으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사물인터넷의 활용은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신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수익창출의 원천이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GE는 사물인터넷 개념을 확장하여 산업인터넷(Industrial Internet) 계획을 발표하였는데, 이를 활용하면 항공용 제트엔진, 풍력발전, 병원장비 등의 효율성을 1% 제고할 수 있다고 한다.
 
사용자의 건강과 안전, 편의를 위해 사물인터넷을 적용한 신규제품이나 서비스의 사례는 나이키+제품군, 페덱스의 SenseAware, KT의 스마트 홈서비스 등 셀 수없이 많다.

제조업의 흐름을 바꿔놓을 것으로 극찬받고 있는 기술이 있다. 바로 3D프린팅이다.
 
이미 1990년대 등장했지만 고가격·저품질의 사양으로 인해 실험실 수준에 머물러 있다가, 2000년대 후반부터 성능향상 및 저가격이 실현되면서 여러 분야에서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간단한 인형과 같은 장난감으로부터, 생체조직, 음식, 예술작품, 심지어 건물까지 그 사용영역을 계속 확장해 나가는 중이다.
 
이런 3D프린팅은 기술기반의 제조자 운동으로 인해 생산과 시장의 거리를 더욱 좁히고, 맞춤형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제품의 디지털 설계 파일만 있다면 누구나 제품을 실체화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제작도구뿐 아니라, 네트워크에 연결된 지능화된 산업용 로봇들로 가득한 공장은 개인 맞춤형의 유연한 생산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04

(04 에릭 슈미트, 제러드 코언, 「새로운 디지털 시대」(이진원 옮김), 알키, 2013)

로봇의 활용 역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지역별, 산업별 편차가 있긴 하지만 자동차산업이나 전자산업의 경우에 전세계적으로 3만대 이상이 팔린 상태이다. 식음료, 고무, 플라스틱, 금속산업의 경우에도 수천대의 새로운 로봇을 도입하고 있다.

로봇 도입이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는 주된 원인으로 가격하락, 학습기능 및 자연어 프로세싱과 등으로 인한 손쉬운 사용, 복잡하고 다양한 작업수행 가능성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고령화와 고임금이라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수요의 증대도 주요한 도입요인으로 볼수 있다.
 
대표적인 산업용 로봇으로 리싱크 로보틱스社(Rethink Robotics)의 백스터(Baxter)05가 있다.
 
(05 곽숙철, 「훈련시키는 로봇 벡스터 : 본격적인 기계와의 경쟁이 시작됐다」, 2013)

2.5만달러의 비교적 저렴한 이 로봇은 누구나 쉽게 특별한 프로그래밍 없이 훈련시켜 일을 시킬 수 있다. 영화에서만 보던 자가학습도 가능하고 쉼없이 일하는 로봇이 새로운 공장의 풍경의 한 면을 만들어가고 있다.


최고급 인재의 부족

소비자 개인주문에 따라 자동으로 원료를 입고시켜 제품을 생산하는 로봇으로 가득한 공장들로 인해 정말 사람은 필요없게 되는 것일까.
 
맨파워그룹이 2011년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의 경영자들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26%의 고용주들이 테크니션이나 엔지니어 등 우수인재를 채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며, 일본기업의 80% 역시 동일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매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인력의 수급 트렌드에 비추어 볼 때 전세계적으로 고숙련 근로자들은 부족하고 미숙련 근로자들은 과잉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브라질, 중국, 인도 등에서도 지식집약적 제조업의 성장이 급속하게 이뤄지면서 공학자나 과학자와 같은 최고급 인재뿐 아니라 테크니션이나 공장근로자와 같은 중간숙련 근로자들에 대한 수요도 동시에 급증하리라 예상된다.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인구자체의 감소와 융합기술 등을 이해할 수 있는 최고급인재들에 대한 기업 수요는 더욱 더 증가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산업변화에 따른 구조적인 인력의 미스매칭 문제뿐 아니라 최고급 인재 확보전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커넥티드 로봇과 디지털 제작도구를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제조시설이 증가하더라도(설령 IBM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인공지능 컴퓨터 시스템인 왓슨(Watson)이 더욱 능력을 발휘하게 되더라도) 기획, R&D, BM개발, 스토리텔링 등 고도의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 지식과 정보활동은 사람의 몫이 될 듯하다.

단순 정형화된 지식보다 암묵적 지식과 이를 경험하고 체화한 인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소비시장의 확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는 생산기지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소비시장으로 급팽창하면서 위기이자 기회로서 작용할 예정이다.
 
2014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현재 5억명으로 추산되는 아시아의 중산층 인구가 2020년까지 현재의 3배가 넘는 17억 5,0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들이 향후 세계경제의 큰 자원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또다른 기관에선 연소득 3,650달러에서 36,500달러의 세계인구가 2012년 20억명에서 2030년 50억명으로 증가하며 그 중에 아시아의 비중은 64%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상품에 대한 어마어마한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새로운 시장에의 접근은 정보와 물자,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성이 증가한 네트워크의 시대에 글로벌 역량을 갖춘 기업에게는 더욱 쉬워지며 도약의 기회로 작용한다. 한편 이러한 신흥국 시장의 발전은 멕시코시티·베이징·도쿄·뭄바이 등 인구 1,500만명 이상의 ‘메가시티’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06

(06 앨빈 토플러, 하이디 토플러, 「부의 미래」(김중웅 옮김), 청림출판, 2006)


극심한 기후변화 등 불확실성 증대

지난 3~4년 동안 일본 대지진, 태국의 대홍수 등 다수의 국가에서 극심한 기후변화 현상과 이로 인한 어마어마한 재난을 목격하였다.
 
자연재해는 해당지역에 위해를 가할 뿐 아니라 복잡한 원재료의 공급망이나 물류에도 타격을 입혀 세계적인 무역손실을 가져오기도 한다.
 
또한 고객의 선호의 잦은 변동이나 와해성 기술의 등장으로 수요시장은 출렁이고, 원자재 가격의 변동은 관련된 상품들의 가격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다양한 지역에서의 아웃소싱을 통한 생산이 늘면서 환율변동 역시 기업들에게는 커다란 그레이 스완(Gray Swan)07, 와일드 카드가 되고 있다.

(07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리스크 상시체계로, 발생할 경우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주는 사건. 니콜라스 탈레브 미국 뉴욕대 교수의 저서 「블랙스완」(Black Swan)에서 따온 용어. 블랙스완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사건이나 상황이 발생하는 것(출처: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선진국은 제조업 혁신중

이러한 추세적 변화들 때문일까? 영·미·독·일 등 선진공업국을 중심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만성적으로 앓아오던 고용 및 양극화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며 자국의 제조업의 부활, 제조업 혁신을 위한 노력들을 경주하고 있다.
 
글로벌화에 따른 국제분업으로 중국을 포함한 BRICs와 한국 등 아시아에게 제조업 주도권을 넘겨주면서 선진국은 안으로는 제조업 고용 및 부가가치 비중의 하락, 좋은 일자리 부족 및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한편 셰일가스 개발에 따른 전반적인 에너지 비용의 감소, 신흥국 인건비 상승에 따른 상대임금 격차의 축소, 제품 기술뿐 아니라 3D프린팅,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제조기술의 비약적 발전 등의 외부요인은 선진 각국이 제조업을 버릴 수 없는 국가 중심산업으로 재자리매김하려는 의도를 가능케 하고 있다.

미국은 2009년 미국제조업 부활계획을 시작으로 R&D활동과 기술혁신 확산간의 간격을 좁힐 목적으로 ‘제조혁신국가네트워크’ 창설계획을 2012년 발표하였다.08
 
(08 한목, 「‘R&D 혁신’ 선택 아닌 필수」, 2013
http://www.pwc.com/kr/ko/press-room/20130910.jhtml)

이의 일환으로 2012년 적층가공기술혁신연구소(NAMII. 후에 America Makes로 개칭), 올해 2월 디지털제조·설계혁신연구소를 개소하는 등 10년 동안 최대 45개 혁신연구소를 개소할 예정이다.

금융업을 비롯한 창조산업을 중요시하던 영국 역시 제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제조업과 서비스의 균형성장과 미래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산업정책을 2010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 히든챔피언 기업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독일 역시 전세계 제조업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하락(1995년 8.9% → 2011년 6.5%), 생산인구의 감소, 에너지 등 자원제약 등을 극복하고 제조강국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2006년 ‘하이테크전략 2020’을 위시로 작년에 ‘Industry 4.0’을 발표하며 제조업의 전면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역시 장기 경기침체와 저출산, 고령화 등 사회문제 해결, 동일본 대지진 복구를 위해 ‘2010년 신성장전략’, ‘2012년 일본재생전략’, ‘2013년 산업재건계획’을 포함한 일본재흥전략 등 일련의 산업발전정책을 추진 중이다.

독일의 Industry 4.0이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사이버물리시스템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그림 1 에서 보듯이 영국과 미국도 새로운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횡단적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 시대에 각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밀접하게 연결된 글로벌 유기체로서 상호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다.
 
기존 관련성이 모호했던 나비효과가 이제는 아닌 것이다. ‘기업연구소 3만개 시대’에 돌입하면서 이러한 세계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고려할 사항 몇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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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모델 주도의 ‘열린 연구’의 강화

2012년 과학기술혁신역량평가 분석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30개국 중 9위에 위치할 정도로 꽤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반도체, 자동차 등 몇몇 분야 대기업의 높은 기술수준에 따른 착시는 아닐까 싶다.
 
실제 중소기업의 평균연구비는 대기업의 1/69 수준이고, 석·박사 연구원 비율도 1/2에 불과하다. 중소기업들이 자체 평가한 선진국 대비 기술수준도 매우 열악하다.
 
선진국이 제조업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겠다고 국가적으로 나서고, 가까이 중국도 첨단분야에 투자하는 작금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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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R&D에 대한 투자를 과감하게 늘려야 한다. 단순제조만으로는 개도국 또는 로봇과의 저임금 경쟁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 지식기반 기술경쟁력으로 고부가가치 승부를 내야 한다.
 
R&D집중도가 높은 세계 1,000대 기업들도 4.2%를 R&D에 사용하는 반면 독일의 히든챔피언은 평균 5.9%, 그 중 상위 20% 기업은 9% 이상 투자하고 있다.
 
투자를 하고 싶지만 여력이 없다고 낙심할 필요는 없다. 전통적인 금융권 이외에도 최근에는 킥스타터와 같은 크라우드 펀딩도 국내에 소개되어 이를 통한 자금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후술하겠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는 방법도 여러가지가 있다. 의지와 열정이 있는 곳에 길이 열릴 것이다.

그런데 R&D는 R&D부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장과 괴리된 기술이나 제품의 결과가 얼마나 허망한지는 익히 알려져 있다.
 
어떠한 제품을 디자인할 것인지, 그것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만들 것인지에 대해 마케팅부서나 생산부서와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끊임 없이 존속적 혁신과 와해성 혁신(로엔드 및 신규시장 와해)을 가속화해야 한다.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기술과 제품을 적시에 개발하여 출시하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연구개발-마케팅 인터페이스를 운영한다거나 상품기획 부서를 만들기도 한다.
 
제레미리프킨은 그의 저서 ‘소유의 종말09’에서 시장은 네트워크에, 소유는 접속에 자리를 내주며 판매자와 구매자는 공급자와 사용자로 바뀌고, 사실상 모든 것이 접속되는 접속의 시대가 다가온다고 얘기하였다.
 
(09 제러미 리프킨, 「소유의 종말」(이희재 옮김), 민음사, 2000)

얼마 전 실제로 테슬라 전기자동차는 직접 구매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미국 뉴저지 주에서 판매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마케팅부서의 직원들과 협업하지 않더라도 연구원들이 직접 소비자, 사용자의 요구를 손쉽게 반영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 자체 기술개발만이 능사가 아니다. 경쟁기업보다 더 빠른 제품출시를 위해서는 기술이전이나 M&A 등 기술개발 이외의 기술 ‘확보’ 전략에 더 방점을 두어야 한다.
 
이런 전략을 추진할 때 연구소의 반발이 있다고 한다. 기술개발을 하지 않는데 연구원들이 왜 필요하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했다. 기술개발만이 중시되던 시대에서 최적의 기술확보 전략을 추진하도록 연구원의 역할 및 기능도 바뀌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가 ‘빠른 추격자’에서 선도자의 시대로 들어서면서 이제 R&D의 수행 자체보다도 아이디어, 아이템 발굴 등 사전R&D 활동이 더욱 중요해진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노력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개방형 혁신이나 열린 연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P&G의 C&D(Connect and Development)나 이노센티브 등은 잘 알려진 사례이며, SNS나 웹을 이용하여 유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의 의견교환을 통해 실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더 빠르고, 더 저렴하게, 더 나은 품질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뛰어난 역량을 지닌 사람들이 소통하는 개방형 혁신 커뮤니티를 만들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집단지성의 활용은 외부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활발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워싱턴대 심리학과 교수인 뛰어난 혁신은 한 개인의 창의성만으로 발현된 것이 아니라 자율적이고 협력적인 조직에서의 창의성에서 나온다고 「그룹 지니어스」(Group Genius)10란 책에서 얘기하고 있다.
 
(10 키스 소여, 「그룹 지니어스」(이호준 옮김), 북섬, 2007)

우리는 많은 기업들이 구매, 제조, 마케팅, 엔지니어링, 재무 등 여러 부서 사람들로 구성된 혁신연구실을 운영하여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국내 우수기업들에서도 부서간, 직급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면서 높은 수준의 지식세미나나 상대방의 업무 이해하기 등을 통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사활이 걸린 최고급 인재확보 및 관리

현재 국내에서도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이 최대의 화두이긴 하다. 그렇지만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높은 실업률과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도 기업들은 재능있는 인력을 채용하는 데 절망적이다.

정말 아이러니한 시대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재의 부족은 앞으로는 더욱 문제가 될 것 같다.

우선은 총인구도, 생산가능인구 등 모수 자체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며, 2013년에 발표된 「과학기술인력 중장기 수급전망」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학·석사의 경우는 초과공급 되는 반면, 박사의 경우는 1만 2천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때 인재는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한 기업의 자산이다. 과거의 R&D 연구자가 아닌 비즈니스 감각을 가지고 전체 기술전략을 디자인할 수 있는 ‘R&D 그래퍼(Grapher)’형 최고급 인재가 중요하다.
 
R&D 그래퍼는 기술적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외부와의 유기적 협력의 바탕하에 사업화시키는 창조력과 유연한 사고를 지닌 인재를 뜻한다.

그런데 이러한 똑똑하고 창의적인 노동력을 확보하기는 ‘하늘에 별따기’인 것 같다. 지방에 있는 기업이라면 더더욱 인재를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궁즉통(窮卽通)이라고 해결방법은 반드시 있다.

우선 인재채용의 채널을 다양화해볼 필요가 있다. 네트워크의 시대에는 노동의 이동성도 심화되어 국경을 넘는 일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하였다.
 
인재를 찾을 때 그 범위를 국내에 국한시킬 필요가 없다. 웹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능력있는 최고급 인재를 찾을 수 있는 좋은 통로이다.
 
최근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가 직접 입사를 하도록 설득해 서울대 컴퓨터 공학 석사과정 학생이 취업을 하게 되었다는 신문기사도 있었다.
 
또한 메이커스11라는 책에서는 “과거에는 싼 외국인 노동자만 쉽게 구했지만, 지금은 싼 외국인 천재도 쉽게 구할 수 있다.”라는 극단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고 하고 있다.
 
(11 크리스 앤더슨, 「메이커스」(윤태경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2013)

실제 저자인 크리스 앤더슨은 커뮤니티를 통해 현재는 3D로보틱스社 CEO인 조르디 무노즈 바르달레스를 만나 회사를 공동운영했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조르디는 그 당시 19세의 멕시코의 고등학생일 뿐이었다.

또다른 한 방법은 인재유지의 한 방편도 될 수 있는 것으로 내부적으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학부 또는 석박사과정 등 학위과정이나 유수의 외부교육과정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전문가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매슬로우는 인간의 5가지 욕구 중에서 가장 고차원적이며 중독성있는 것이 자기실현 욕구라고 한 바 있다.12
 
(12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미래기업의 조건」(이진원 옮김), 비즈니스북스, 2005)

월급은 오히려 다홍치마일 수 있다. 직원들 자신이 전문가로 성장하고, 무엇인가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제공해 주는 것이 최근 고성장과 직장만족도가 높은 기업들의 인재관리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전자부품소성용 내화물 전문업체인 YJC는 연구소 사원의 석박사 과정을 100% 지원하고 있다.

철도차량용 부품회사인 우진기전은 글로벌 역량 확보를 위해 오전 7시부터 회사에서 일본어 강좌를 개설하고 우수자들에게는 4개월간의 일본연수를 지원한다.
 
나노하이테크란 계량측정자동화시스템 회사에서도 한국계량측정협회,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의 법정교육과학원이나 대학원 진학시 지원뿐 아니라 컴퓨터 특수강좌, 교수초빙 사내 2~3개월 과학교육 등도 실시하고 있다.13

(13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 「인재가 미래다」 북오디세이, 2014)

재정적으로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직원에 대한 투자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성공하는 좋은 기업들의 수많은 사례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인 직원에 대한 투자가 기업과 직원의 동반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첫걸음임을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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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사업의 적극적 활용

기업들은 인재확보·관리나 R&D를 강화하려고 할 때에 정부의 다양한 지원사업들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비용과 노력을 절감할 필요가 있다. 고부가가치 산업을 창조하려는 경쟁은 개별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 국가적 문제이다.
 
정부는 산업 및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기업 R&D를 포함한 경영활동에 대해 그 어느 국가보다도 다양하고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부지원에 대해 모르고 있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정부의 기술개발지원제도의 활용률도 최대 22.6%에 불과하고 활용시 불편하게 느끼는 점으로 ‘지원시책 정보획득의 어려움’을 거론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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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 사업의 평가회의에 참석했을 때 신청기업 직원의 눈물을 보았다. 그동안 기업을 일구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였던 열정과 노력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사업 지원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그래서 작은 지면이나마 몇가지 정부지원에 대해 말씀드리고자한다.

중소기업종합정보서비스인 비즈인포(www.bizinfo.go.kr,기업마당)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수록된 지원정보는 금융, 세제, 기술, 인력 등 9개 분야, 649개에 이른다.
 
기업을 위한 정부지원제도를 기술부문으로 국한하더라도 적지 않은 수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서 온오프라인으로 발간하는 기술혁신지원제도를 통해 조세, 금융, 출연, 인력, 기술, 인증, 구매에 대한 산업부와 미래부, 중기청 등 주요부처들의 128개 제도를 접할 수 있다.
 
매년 초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국적인 설명회도 개최하여 홍보함으로써 많은 기업을 포함한 혁신주체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기업지원을 위한 기관들도 전국에 산재해 있다.
 
산업부의 R&D 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기관으로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있다. 미래부에는 한국연구재단과,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중소기업청에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지원에 필요한 기술인프라와 산학연관 연계협력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18개의 테크노파크와 지역혁신센터, 지역특화센터들이 있다.
 
기술공동개발 및 기술지원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14개 산업기술연구회 소속 정부출연연구소나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같은 14개 전문생산기술연구소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한국산업단지공단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 최근에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기 위한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다수의 지원기관들이 개인과 기업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기업들이 활용할 가치가 충분한 인터넷 사이트들도 준비되어 있다.
 
산업부만 해도 산업기술종합정보서비스 사이트인 ITTS(www.itts.or.kr), 중장기산업기술전략 및 산업기술동향을 만나볼 수 있는 MAE(www.mae.or.kr, 산업기술로드맵), 기술이전 및 기술평가 등 기술시장정보를 제공하는 국가기술사업화종합정보망(NTB)(www.ntb.or.kr), 소재부품종합정보망(www.mctnet.org), 논문과 특허 데이터를 계량적으로 분석하여 기술정보를 찾아내고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신기술을 탐색할 수
있는 분석시스템인 RADERS 등이 있다.14

(14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미국 첨단제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권고”(산업기술정책 브리프), 2012
 
GOS, 2013, The Future of Manufacturing : A New Era of Opportunity and Challenge for the UK, Summary Report

MGI, 2012, Manufacturing the Future : The Next Era of Global Growth and Innovation)

수없이 많은 정부사업들과 지원기관, 정보제공 사이트들을 통하여 정부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글로벌 두뇌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제조활동과 관련된 활동의 디지털화 및 자동화에 따라 부가가치 창출의 스마일 커브라는 말처럼 부가가치의 원천이 지식을 창출, 확산시키는 기획, R&D, 마케팅 등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국제분업관계 속에서 그동안 국내기업이 제조공장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했다면, 이제 3만개 기업연구소 시대를 맞아 새로운 기술과 환경변화를 발빠르게 포착하고 내부적 변화를 시도하여 세계를 선도하는 두뇌경쟁력을 갖춘 기업들로 성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