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혁신의 열쇠 - New to World ITEM은 소통에서

혁신의 열쇠는 우리 사회 및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혁신의 키워드와 마인드에 대해 조망하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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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한국 경제의 위기와
New to World Item의 필요성


지난 2월 경기개발연구원에서 발간한 「대한민국의 성공방정식과 향후 과제」라는 보고서는 대한민국의 전후 60년 동안 이뤄낸 경제성장과 그 성공기반을 분석하여 주목을 받았다.
 
1953년 13억 달러에 불과하던 GDP가 2012년 1조 1,292억 달러로 869배 성장하고 2014년 세계 7위의 수출대국이 된 배경에는 10가지의 성공방정식이 있으며, 지금의 위기는 자긍심과 자신감을 가지고 슬기롭게 극복하자는 내용으로 우리나라 산업발전의 역사와 현재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다.
 
수치가 말해주듯이 지금까지 눈부신 성장을 해왔으며 조선,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 등에서는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지금이 위기이며 이를 잘 극복해나가야 한다는 내용은 같은 산업계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공감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소재산업은 경제성장과 함께 발전해 왔다. 중화학산업은 과거 풍부하고 질 높은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국의 발전을 이끌어왔으며, 지난해에는 무역흑자 969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였다.
 
그 중에서도 편광판, 리튬 배터리는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부 소재의 화려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소재산업은 여전히 위기라고 느껴진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경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조선,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다운스트림 산업에 비해 소재산업은 상대적으로 뒤처져있을 뿐 아니라, 핵심소재 및 부품에 대한 기술선진국 의존도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디스플레이의 경우 핵심소재인 유리는 미국(코닝)기술, 액정은 독일(머크)기술, 그리고 편광판은 일본(니토덴코)기술에 의존해 왔다.
 
디스플레이 소재의 많은 부분이 국내기술로 개발되어 대체되었지만, 여전히 핵심적인 소재개발 기술은 이들 기술선진국에 비해 뒤처져 있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10년간 국내 소재부품 산업은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력 축적으로 높은 성장을 해왔고, 이는 향후 산업발전에 큰 의미를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소재산업이 중요한 이유는 모든 산업을 떠받치는 기반산업이라는 점 때문이다. 때로는 강력한 소재기업이 갑·을 관계를 뒤집기도 한다.
 
통상 밸류체인상 다운스트림 산업이 갑이 되지만 소재가 최종제품의 성능을 좌우하고 혁신을 주도하면서 새로운 갑을 관계가 형성되는데, 이러한 소재기업을 ‘슈퍼 을’ 기업이라고 한다.
 
‘슈퍼 을’ 기업은 소재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서 지속적인 성장을 해오고 있다.
 
지금 우리가 느끼고 있는 위기감을 해소하고 ‘슈퍼을’ 기업과 같은 진정한 기술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강력한 시장지배 제품’(New to World Item)을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New to World Item’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말하며, 이는 튼튼한 소재기술이 있어야 가능하다. 어느
한 분야의 혁신적인 기술만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

선명하고 넓은 화면을 제공하는 얇고 가벼운 TV, 이는 유리기판, 액정, 편광판과 같은 소재기술과 발전된 전자기기 설계기술이 만나서 완성되었으며,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이 혁신의 중심에 소재기술이 있었으며 다양한 협력을 통해 완성되었다. ‘New to World Item’ 개발을 위해서는 그런 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갑을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일방적인 협력이나 기술만 단순히 제공하는 협력은 한계가 있다. 진정한 소통을 통하여 장벽을 없애는 파괴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기술개발에 있어 소통의 의미

소통(Communication)은 ‘사물이 막힘이 없이 잘 통하거나 서로 잘 통함’ , 영어로는 ‘Mutual Understanding’(서로 이해함)을 의미하며, 인간사회에서 소통은 그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교류수단이다.
 
산업계에서는 마케팅 측면에서 고객과의 소통, 리더십 측면에서 구성원과의 소통을 이야기해 왔지만 기술분야에서 소통을 이야기하는 것은 드물었다.

하지만 최근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로에 애플이 있었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방법론으로 ‘융합’(Convergence), ‘통섭’(Consilience), ‘통합’(Integration)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방법도 결국은 상호간의 막힘이 없는 이해, 즉 소통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기술의 영역에 있어서도 변화와 혁신은 소통을 근간에 두고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과학계뿐만이 아니라 산업계에도 찾아볼 수 있다.

대한민국 최초로 나일론을 양산한 코오롱은 2005년 국내 최초로 폴리이미드 개발 및 양산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국내 경쟁사와의 출혈경쟁이 심화되자, 과감한 소통을 통해 공동사업체(Joint Venture)를 이루어 냈으며, 차세대 Flexible Display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개발을 위해 그룹사간 Cross Functional Communication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외부기관과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소통은 기술개발 및 사업혁신에 중요한 행동지침이 되기 때문에 코오롱 중앙기술원에서는 연구원들에게 소통을 바탕으로 한 도전과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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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리더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소양은 소통

흔히 과학자에 대해 ‘자기분야에 몰두하여 꽉 막힌 사람’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과학은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학문으로 명확한 검증을 위해 기본적으로 토론과 논쟁을 기반으로 한 소통이 그 출발점이다.

보어(Niels Bohr)와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19세기 말 양자역학을 태동시킨 위대한 과학자들이 솔베이 회의를 중심으로 수많은 토론을 통해 양자역학을 완성해내었다.

즉, 과학자는 자신의 굳건한 이론적 바탕 위에 새로운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열린 소통의 자세를 갖춰야 한다.

현대의 산업은 어느 한 사람, 한 조직으로는 절대 혁신적인 결과를 얻어낼 수 없다. 더군다나 여러 사람과 조직이 모여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산업기술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볼 수 있다.
 
향후의 산업을 이끌어나갈 산업기술의 리더라면 이러한 인적, 기술적 소통은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소양이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과학 및 지역 클러스터사업이나 출연연이 산·학·연 소통의 허브가 되고자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는 점도 이러한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성과, 즉 ‘New to World Item’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활발한 소통의 채널을 만들어주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