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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리포트 - (주)아팩 심명식 대표이사

줌인리포트에서는 강소기업의 대표나 연구소장 등을 만나 기술경쟁력을 향한 열정과 노력을 알아봅니다.

글_ 정라희
사진_ 이완기(라운드테이블 이미지컴퍼니)


물과 기술이 만나
사람과 환경에 이로움을 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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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아팩 심명식 대표이사는 일평생 수성 아크릴 점 · 접착제만 연구했다.

수성 아크릴 점·접착제는 유성에 비해 기술개발이나 적용 면에서 까다로운 면이 있지만, 심 대표는 오직 수성에만 관심을 두고 외길을 걸어왔다.
 
그가 생각하는 수성 아크릴 점·접착제의 장점은 분명하다. 사람에게 해롭지 않고, 공해가 없으며, 화기에 강한 것.

산업계에서 ‘친환경’이 대세로 떠오른 지금, (주)아팩이 추구하는 기술의 영향권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수성접착제 연구 25년,
이 길에 전부를 걸었다


화학전공자인 심명식 대표이사는 연구원으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그가 취직한 회사는 이른바 수분산성 아크릴 합성수지 접착제인 아크릴 에멀전을 생산하던 곳이었다.
 
아크릴 에멀전은 수성페인트나 수성잉크, 수성접착제 등 각종 산업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 원료. 심 대표가 처음 이 분야에 발을 담갔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 대다수 산업현장에서는 유성을 주로 사용했다.

“1979년에 근무하던 회사에서 미국 본사와 합작해 아크릴 에멀전을 국내에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전 햇병아리 신입사원으로 관련기술을 접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11년 동안 아크릴 에멀전 연구를 했어요. 다른 회사로 이직해서도 6년간 연구소에서 일했죠. 연구소장으로 직장생활을 마무리할 즈음에, 그때까지 확보한 기술노하우를 바탕으로 1996년에 (주)아팩을 설립했습니다.”

젊은 시절 연구를 갓 시작했을 때에는 주어진 일에 충실했을 뿐, 수성의 강점이나 필요성에 대해 절감하지 못했다는 심명식 대표. 그러나 해를 거듭하며 관련지식이 깊어지고, 안목이 넓어지면서 수성 아크릴 점·접착제 연구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의식주와 관련한 모든 분야에 접착제가 사용됩니다. 집을 지을 때, 옷을 만들 때, 식품을 포장할 때 등 다방면에 접착제를 활용하지요. 일상생활에서 무수하게 쓰는 것이 접착제인데도, 아직 산업계 대다수는 솔벤트 베이스의 유성접착제를 사용합니다.”

이처럼 건축자재부터 다양한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접착제의 활용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심명식 대표는 ‘수성’에 대한 남다른 생각을 회사 설립목적과 비전에도 고스란히 담았다.

(주)아팩의 미션은 “친환경 수지 개발에 총력을 경주하여 유성수지를 수성수지로 전환시켜 인류건강과 자연환경 보존에 기여”하는 것.
 
이를 통해 (주)아팩은 ‘202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수지기술을 확립해 친환경 수지기술분야의 지존으로 거듭나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우리 회사의 미션과 비전은 확고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회사는 ‘수성’이라는 분명한 기준을 두고 연구개발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평소에 연구원들에게도 의식교육을 강조합니다. 회사 곳곳마다 ‘나는 수성 점·접착제의 거장이 되기 위해 이곳에 왔다’는 문구를 붙여두고 스스로 연구목적을 상기하게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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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무진한 적용분야로 블루오션 개척

사실 점·접착제 분야에 뛰어든 기업의 숫자는 무척 많다. 매출 50억원이 넘는 업체가 동종업계에 50개가 넘을 정도로 경쟁은 치열하다.

하지만 심명식 대표는 그렇기 때문에 ‘기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기술력을 갖춘 회사만이 살아남기 때문이다.

“유성과 수성을 함께 다루는 회사는 많습니다. 그렇지만 아크릴 에멀전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는 드물어요. 유성을 수성으로 대체할 분야는 여전히 무궁무진합니다. 연구 아이템이 끊이지 않는 만큼 저를 포함해 우리 회사 연구원들이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기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중소기업이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기란 쉽지 않은 법. 그러나 심명식 대표는 말과 행동을 일치하며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수성 아크릴 점·접착제 생산을 수십년간 해오면서도 기술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진 점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제가 연구원 출신이기 때문에 우리 회사는 창업 때부터 ‘기술’을 가장 우선시하며 성장해왔습니다. 회사를 설립한 직후부터 연구실을 설치해 지금까지 운영해왔고요.”

현재 (주)아팩에서 근무하는 연구원은 모두 18명. 전 직원이 32명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이 넘는 인력이다. 많은 기업이 기술보다 영업에 치중하며 사세를 넓혀갈 때도 심명식 대표의 생각은 흔들리지 않았다.
 
매출이 35억원에 불과하던 2001년에 기업연구소를 설치하고, 고객사 연구소와 협력해 완제품을 만드는 등 공생관계에 집중했다. 최근에는 별도의 R&D센터를 건립하는 등 선도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주)아팩은 경쟁자가 넘치는 레드오션을 앞선 기술을 통해 블루오션으로 개척해가고 있다.

“친환경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외국 대기업에서 수입하던 비중이 우리 회사 제품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베네수엘라 등 수출비중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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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술로 경쟁력을 높이다

(주)아팩의 연구를 통해 국산화에 성공한 기술도 다수다.
 
수성 그라비아 인쇄용 양이온 에멀전 제조기술과 보호필름용 점착제 제조기술은 (주)아팩이 특허를 보유한 기술. 또한 ‘연포장용(Dry Lamination) 친환경 수성 아크릴 접착제’의 경우 정부과제를 통해 개발해 특허는 물론 신기술인증까지 마친 사례다.
 
연포장재는 라면이나 과자 등의 얇은 포장재로 플라스틱 필름이 세 겹으로 겹쳐 있다. 이때 여러 겹의 필름을 고정하기 위해 특수접착제가 필요한데, 기존에는 벤젠, 톨루엔와 같은 유해성분이 포함된 유성 접착제를 주로 사용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심명식 대표는 2007년부터 10억원을 투자해 수용성 연포장재용 접착제 개발에 나섰다. 당시 매출 100억원대의 회사가 1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모험. 하지만 심 대표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 결과, 3년만에 물을 활용해 기존 제품보다 접착력이 좋은 신제품을 개발했다. (주)아팩은 이 기술로 한국고분자학회 벤처기술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수성 점·접착제에 대한 사회와 산업계의 낮은 인식이 발목을 잡을 때도 많다. 유성에 최적화된 생산라인을 수성에 맞춰 바꾸는 일이 다소 번거롭고,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기술을 새롭게 채택하는 걸 주저하는 업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심명식 대표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낸다.

“연포장재의 경우 식품에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인체에 무해한 수성 점·접착제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많은 곳이 유성을 사용하고 있어요. 박스 테이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용중 인체에 직접 닿는 박스 테이프의 경우 이웃나라 중국에서도 수성 점·접착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그런 인식조차 희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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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있게 내세우는 수성 점·접착제의 강점

심명식 대표이사는 (주)아팩의 아크릴 에멀전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근본적으로 유독성 물질을 방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화재나 폭발의 위험요인이 없기 때문에 이로 인한 관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 또한 유해성 폐기물이 줄어들고 용제의 배출규제에 따른 관련법규상의 모든 규제로부터 자유롭다.

“유성 대신 수성을 사용하면 용제 회수설비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고, 탄소배출량 역시 줄어듭니다. 냄새가 나지 않아 작업장의 근무환경이 좋아지고, 새집증후군도 차단할 수 있어요.”

이 같은 장점을 익히 알고 있는 까닭에, 심명식 대표는 R&D센터를 비롯한 사옥을 신축할 때 건축자재와 페인트 등을 수성으로 사용했다. 이 때문에 새 건물 느낌이 물씬 풍기는 ㈜아팩의 사옥에서는 유성 특유의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이처럼 ‘물’과 ‘기술’을 결합해 사람과 환경에 해를 미치지 않는 접착제를 개발한 (주)아팩의 심명식 대표이사.

그래서 심 대표는 자신을 두고 농담처럼 ‘21세기 봉이 김선달’이라 일컫는다. (주)아팩의 주력 사업인 수성 점·점착제 원료의 50%가 ‘물’이기 때문이다.

“이전에 미국에서 제품을 수입해오면 절반 정도는 미국 수돗물을 수입해온 거나 마찬가지였어요. 그런 점에서 전 자부심이 있어요. 외국에서 수입해오던 물을 모두 국산으로 대체한 거니까요.”

이와 반대로 (주)아팩의 제품을 수출하면 우리나라 수돗물을 수출하는 것이라고 농치는 심명식 대표. 우스갯소리처럼 말하지만 심 대표의 말에는 뼈가 있다.
 
사람과 환경에 무해한 수성 점·접착제가 (주)아팩의 기술을 통해 더욱 널리 사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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