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in Tech - 다이버전트(Divergent)
MOVIE IN TECH는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과학기술에 대해 알아봅니다.
글_ 최성우 과학평론가
사진출처_ 조이앤컨텐츠그룹
사람의 행동을 조종할 수 있을까
쉐일린 우들리, 테오 제임스 등 주연에 닐 버거가 감독한 새로운 SF영화 ‘다이버전트 (Divergent)’가 최근 국내외에서 개봉된 바 있다.
젊은 남녀 배우들의 액션연기 등으로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지만, ‘다섯개의 분파에 의해 통제되는 사회’라는 이 영화의 독특한 설정은 많은 관객들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다이버전트’에 등장하는 여러 과학기술적 요소들의 실현 가능성 뿐 아니라, 이 영화에 함축된 철학적 의미와 사회적 메시지 등을 함께 고찰하는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을 듯하다.
분파에 의해 모든 것이 통제되는 사회
영화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의 미국 도시 시카고로서, 여러 차례의 전쟁과 재해 등으로 폐허가 될 뻔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사람들은 다섯개의 분파로 나뉘어 자신이 속한 분파의 행동규범을 철저히 따르는 통제된 세상에서 살게 된다.
이른바 ‘핏줄보다 분파’라는 모토 아래 모든 사람들은 열여섯 살이 되면 평생 소속될 분파를 결정하기 위해 테스트를 받게 되는데, 그 중 여러 분파의 속성을 동시에 지닌 이른바 ‘다이버전트’인 남녀 주인공들이 나타나 정부의 통제시스템과 충돌하면서 이들을 둘러싼 음모와 비밀 등이 드러난다는 내용이다.
판타지 여류작가 베로니카 로스의 원작소설 ‘다이버전트’ 역시 해외에서 큰 선풍을 일으킨 바 있다.
여기에 나오는 다섯개의 분파는 서로 다른 가치와 속성을 지니는데, 이타심을 바탕으로 정치를 담당하고 정부를 구성하는 ‘애브니게이션’, 뛰어난 신체적 능력과 용기를 지니고 군대, 경찰 등의 치안을 담당하는 ‘돈트리스’, 지능이 탁월하여 연구개발 업무와 국가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에러다이트’, 평화주의자들의 집단으로 농업 등에 생산업무에 주로 종사하는 ‘애머티’, 정직을 바탕으로 국가의 법을 제정하고 관리하는 ‘캔더’ 등이다.
정부는 해당 분파에 속한 사람들에게 분파별 행동양식과 규범을 주입하여 통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하는데, 어느 분파에도 속하지 않는 ‘다이버전트’는 체제를 위협하는 위험인물로 간주되어 금기시된다.
그런데 ‘특정그룹에 속하지 않으면, 남과는 다른 존재로 판명되어 제거의 대상이 되는 무서운 사회’는 영화 속의 판타지가 아니라, 바로 우리 현실의 반영과 은유가 아닌가 싶다.
예를 들면, 남성과 여성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성적(性的) 소수자들은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주위사람들로부터 차별과 냉대를 받게 마련이다.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사회에서도 자주 문제가 되는 이른바 ‘왕따’ 현상은, 특정 분파에 속하지 않은 ‘다이버전트’에 대한 경계심과 너무도 흡사하다.
또한 이 영화는 개인의 의지와 선택 문제 등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분파를 선택할 시점의 청소년은 ‘속성 테스트’를 받게 되고, 부모의 분파를 그대로 답습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자신의 의지에 따라 부모나 테스트 결과와는 다른 분파를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성격과 기질도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가? 의지로서 성격을 바꾸는 것이 가능한가?’ 라는 유전학의 해묵은 문제와 맞물려 있다.
인간 뇌의 조종
SF물답게, 이 영화에 등장하는 과학기술들도 눈여겨볼 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특히 ‘분파 속성 테스트’를 받는 청소년은 머리에 연결된 장치를 통하여 가상현실을 주입하여 특정상황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는지 모니터하게 된다든지, 기존 ‘애브니게이션’을 대신하여 정부운영을 차지하고자 음모를 꾸미는 ‘에러다이트’의 지도자가 경찰격인 ‘돈트리스’ 집단사람들을 좀비처럼 마음대로 조종한다든지 하는 장면 등이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은 많은 영화에서 등장하였을 뿐 아니라 예전 글에서도 다룬 바 있는 주제이므로 다시 상세히 설명하지는 않겠으나, 사람의 뇌를 통제하여 꿈이나 행동을 조종할 수 있는 기술이 실제로 가능한지 등은 흥미롭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영화 ‘인셉션’에서도 타인의 꿈에 들어가서 그 사람의 생각을 훔치는 장면 등이 등장한 바 있는데, 올 초에 꿈을 현실처럼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게 하는 머리밴드가 개발되는 외신보도가 있었다.
전자장치가 부착된 밴드를 머리에 착용하고 자면 뇌파, 안구 움직임 등을 측정하고 분석하여, 수면자가 꿈을 꾸는 동안 꿈 속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자극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자각몽’을 통하여 꿈을 자신의 뜻대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타인의 생각과 행동마저 마음대로 통제하게 될 위험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으나 아직은 요원한 일이며, 또한 그 정도로 완벽히 통제를 하려면 머리에 쓰는 모자 등으로 뇌파를 조정하는 정도로는 어렵고, 사람의 뇌에 전자 칩을 심는 수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사람의 뇌에 전자 칩을 심는 실험은 매우 위험할 뿐 아니라, 뇌질환 치료 등의 목적이 아니라면 윤리적 차원에서도 허용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곤충의 몸에 칩을 이식하여 행동을 조종하는 실험은 이미 성공한 바 있다.
미국 국방과학연구소(DARPA) 등이 곤충이나 동물 등에 전차 칩을 이식하여 정찰용이나 군사용으로 활용하는 연구를 일찍부터 시도해 왔는데, 2012년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연구진들은 바퀴벌레의 몸에 칩을 연결하여 이들이 S차 커브를 돌게 하는 등, 원격으로 조종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또한 칩을 직접 이식하지는 않았지만, ‘가상현실을 이용한 생물체 원격유도 기술’을 통하여 거북이가 사람이 그린 길을 따라가며 정확하게 목표지점에 도달하게 만드는 실험이 국내에서도 성공한 바 있다.
오래 전부터 연구되어 온 로봇 곤충이든 칩 등을 통한 실제 동물의 조종이든, 장래 유용성도 크겠지만 악용될 경우의 위험성과 폐해 역시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