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 성공사례 - (주)가교테크 부설연구소
기술 및 제품의 개발과정이 매우 제한적으로 공개되고 있는 국내 기업환경에서 혁신기업의 성공프로젝트를 기술혁신 측면에서 살펴봅니다.
공동작성_
윤병운 교수(동국대학교 산업시스템공학과),
허원경 전문작가(프리랜서)
대담_
윤홍익 대표이사((주)가교테크)
산학협력 기반 기술개발
※ 정보공개를 허락하고 인터뷰에 응해주신 (주)가교테크 윤홍익 대표이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들어가기
글로벌경쟁 시대에 중소기업이 유망사업을 발굴해 신기술을 획득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신기술없이 기업의 성장은 물론, 생존조차 담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자본력이 부족한 상당수의 중소기업은 효율적인 신사업 발굴의 대안으로 정부출연연구소나 대학으로부터 ‘기술이전’을 시도하고 있다. 대학과 공동연구를 진행해 기술의 라이센싱을 획득하는 등의 산학협력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대학이 개발한 순수 원천기술을 기업으로 이전해 산업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학협력은 위기에 직면한 중소기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여기서 대학과의 산학협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냉방시스템 최적 자동제어장치(SmartBEN)’를 개발해 지난해 IR52장영실상을 수상한 기업, 가교테크의 사례를 살펴보려고 한다.
창업초기 저가수주로 경영난에 직면했던 윤홍익 대표이사는 충남대 기계설계공학과 유성연 교수와 산학협력을 통해 2~3일 후의 날씨상태를 포함한 건물의 냉방부하를 5% 범위내로 정확하게 예측해 냉방시스템을 최적상태로 자동제어하는 ‘SmartBEN’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기술표준원으로부터 신기술제품에 부여하는 신제품(NEP) 인증을 받았으며, 신기술(NET), GS(Good Software)인증 등을 받아 독창성과 우수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 같이 성공적인 산학협력 사례는 위기에 빠진 중소기업의 활로를 열어주는 효과적인 대안이 된다. 지금부터 가교테크의 성공과정을 살펴보면서, 산합협력을 통한 효과적인 기술이전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효과적인 기술획득 방법, ‘기술이전’
(1) 신사업 기회를 탐색하는 기업들
글로벌불황 시대에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위기극복의 돌파구를 찾으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업들에게 신사업 발굴은 생존을 위해 피해갈 수 없는 핵심과제가 되었다.
물론 글로벌경쟁 환경에서 새로운 사업을 찾고자하는 노력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그러나 세계불황으로 인한 기업들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최근 수년간 한국기업이 과거보다 더 많은 도전에 봉착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1990년대까지 한국기업의 CEO들은 비교적 쉽게 신규사업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해외기업들의 선진사례만 성공적으로 분석해도 수많은 신규사업 아이템을 쏟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한국기업이 보유한 ‘빠르고 값싸게’ 제품을 양산하는 노하우는 해외 경쟁사들까지 능가할 수 있는 기술향상의 토대가 됐다. 이렇게 이미 만들어진 시장에서 선두제품을 빠르게 추격하는 국내기업들의 전략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생산에 기반을 둔 제품양산 경쟁력은 차츰 힘을 잃어가고 있다. 강한 생산력으로 무장한 중국과 베트남 등 신흥국가들의 경쟁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기업 중 대다수는 아직도 기존의 생산기반 성장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제대로 된 신규사업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의 방증이기도 하다.
결국 문제는 신규사업 추진을 위한 아이템의 부재이다. 신사업 발굴을 위해 신규사업 전담팀을 꾸리거나 컨설팅 회사에 용역을 주어 성장 동력을 찾고자 하지만, 성공사례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미국 MIT Sloan 경영대학원의 Gloor와 Cooper는 신사업 발굴의 한계에 부딪힌 기업들을 위해 최신 트렌드를 탐색하여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이를 사업화시키는 과정인 Cool Hunting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이것은 특정분야의 신사업을 찾아내고 이를 추진하는 방법을 체계화한 것이다.
유망 신사업을 찾아내는 첫번째 단계는 국제연합(UN)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과 같은 세계 주요기관 또는 대학 및 연구소에서 발간하는 미래트렌드 보고서를 살펴보는 것인데, ‘미래 보고서’, ‘글로벌 트렌드’, ‘테크놀로지 리뷰’ 등을 보면 미래사회나 기술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얻은 사업 아이템들은 그들의 성격과 기업의 현황에 따라 구분돼야 한다.
신사업의 유형은 기존 사업들과의 연관성을 바탕으로 Ambition-Driven 신사업, Customer/Market-Driven 신사업, Competence-Driven 신사업으로 나누어진다.
먼저, Ambition-Driven 신사업은 사업규모가 크고 사업내용이 기존과는 달라 신규사업 조직이 필요한 경우이다. 이런 유형은 전혀 다른 영역의 시장과 고객에게 기존과 다른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인수합병과 조인트벤처, 기술이전 등의 방법을 활용하여 신사업과기술확보를 수행한다.
Customer/Market-Driven 신사업 유형은 기존 사업이 영위하고 있는 시장과 고객을 바탕으로 가치사슬의 확장을 통해 신사업을 발굴한다. 이 유형은 시장과 고객의 상황에 따라 신사업의 형태가 달라지며 이에 따른 기술과 서비스의 확보가 핵심적이다.
마지막으로 Competence-Driven 신사업은 기업이 이미 확보하고 있는 원천기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유형이다. 핵심기술을 활용하여 기존 사업내의 기술로드맵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영역을 창출해야 한다.
이와 같이 신사업 후보군을 구분지은 뒤 기업의 전략적 방향성을 고려하여 수차례의 스크리닝 및 평가 과정을 통해 최종 의사결정으로 이어진다.
(2) 효율적인 신사업 발굴의 팁: 기술이전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유망사업을 찾아내는 능력과 기술력, 마케팅력 등의 역량이 부족하다. 특히 대기업들이 주로 활용하는 인수합병이나 조인트벤처와 같은 형태는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또한 기존의 시장과 고객을 확장하거나 이미 확보하고 있는 원천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는 것은 시작 단계에 있는 중소기업에게 적절하지 않은 방법일 것이다. 반면, 기술이전 방식은 중소기업이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정부출연연구소나 대학의 기술이전은 연구개발투자의 성과인 특허 및 노하우가 기업으로 라이센싱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기술이전 유형은 공동연구와 라이센싱, 분사, 인수합병, 조인트벤처, 기술양도 등의 방식을 취할 수 있는데, 기술도입자로서 기업이 취하는 주요 방식은 연구소나 대학으로부터 라이센싱이나 계약에 의한 공동연구의 형태이다.
이때, 기술이전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술과 기술제공자 및 기술도입자의 특성이 총체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기술특성 관점에서 보면, 초기단계의 발명이나 기초연구에서는 공동연구 방식, 실용화 단계에 들어선 응용연구의 경우에 특허와 같은 전유성이 보장될 때는 라이센싱이 유효하다.
이에 따라 만약 기술제공자가 기술경쟁력이 높은 경우 연구개발자가 기술이전에 참여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기술도입자의 기술 흡수능력(Absorptive Capacity)이 높거나 생산, 판매 등의 보완자산(Complementary Asset)이 많은 경우 기술이전의 성공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그림 1 IR52장영실상을 받은 SmartBEN 개념도
그림 1 SmartBEN의 구성도
양날의 검, 산학협력을 통한 기술개발
(1) 산학협력이 주는 가치
산학협력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동안 대학은 순수교육과 연구 자체에 몰두하다보니, 산업의 요구를 반영하는 실용적인 학문연구에는 사실 관심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 대학의 수준이 향상되고, 연구결과의 응용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산학협력을 혁신의 원동력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많다.
최근 몇몇 대학들이 공대 교수들의 성과를 논문이 아닌 기술사업화 실적으로 평가하려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특히 2003년에 개정된 「산학교육 진흥 및 산학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국내 대학들에 산학협력단이 설치되면서 대학이 산학협력의 주체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2008년 동법 개정에 따라 대학이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자회사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일까지 가능해졌다.
이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산업체의 수요와 미래의 산업발전에 따르는 인력의 양성’, ‘새로운 지식/기술 창출 및 확산을 위한 연구개발’, ‘산업체 등으로의 기술이전과 산업자문 등’의 세가지이다.
이러한 규정은 산학협력 활성화를 통한 과학기술 혁신과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산학협력의 큰 방향을 제시해 주고, 실질적으로 대학과 기업이 연구의 응용과 기술의 도입이라는 상호이익을 취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산학협력의 유형은 연구개발 환경에 따라 결정된다. 기업이 처한 환경과 조건이 다양하기 때문에 산학협력의 유형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주체 관점에서 보면 대학주도형, 기업주도형, 정부 및 지자체 주도형으로 나뉘며, 목적에 따른 유형으로는 공동연구개발형, 교육 및 훈련형, 지식 및 기술이전형, 기술자문형, 인프라 공유형 등으로, 협력방식을 기준으로 한다면 공동/위탁연구, 인적교류활동, 인프라 공동이용, 지식 및 정보교류 등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유형들은 경제발전 수준과 대학수준, 정부기관의 속성이나 사회문화적인 요소 등의 국가의 경제·사회적 요소뿐 아니라 해당 대학과 기업의 수준과 환경 등의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선택한다. 따라서 성공적인 산학협력을 위해서는 각 주체가 가지고 있는 내적·외적 환경을 고려해 적합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산학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는 자명하다. 대학에는 특허 유지관리와 기술이전을 전담하는 산학협력단이 설립되면서 대학의 연구성과 평가를 통해 유망기술을 발굴하고 지식재산을 권리화해서 기업에 이전하는 성과평가 체계를 구축했다.
이제 대학은 보유기술을 창업보육센터나 자체 창업을 통해 사업화하거나 기업으로 이전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기업의 입장에서 그 가치는 더욱 의미를 지닌다.
많은 기업들이 국내시장을 탈피하여 세계에 진출하고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원천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들은 추격형 산업발전 모델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원천기술개발 뿐 아니라, 확보한 이후의 기술의 활용과 보호 등에도 여전히 미숙함을 보이고 있다.
산학협력은 대학이 보유한 원천기술의 산업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기업에게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2) 산학협력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다
가교테크는 2002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창업기업으로 설립돼 슈퍼컴퓨터 기반시설의 전반적인 운영관리와 관련된 엔지니어링 사업을 시초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환경에너지엔지니어링 사업에도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수행하여 세계최초로 열전달 촉진기술을 적용한 고효율의 플라스틱 열교환기 개발에 성공했고 이를 환기시스템, 공조기 등에 적용해 기술상용화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기후 및 냉방부하 예측을 이용한 냉방시스템 최적제어 기술은 산학공동연구로 개발해 신기술(NET)인증, 신제품(NEP)인증, GS(Good Software)인증, 성능인증, 조달우수제품지정 및 IR장영실상 등을 수상하는 등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가교테크는 산학협력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건물의 의무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환기장치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환기장치용 열교환기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제품을 둘러싼 사업환경이 매우 긍정적인 편이었다. 그러나 창업 초기에 가교테크는 시장 저변확대를 위해 과도한 경쟁을 하다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저가수주로 제품의 품질이 떨어져 고객의 불만이 높아진 것이다. 결국 사후서비스 비용이 증가했고 이는 회사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이와 같은 위기의 상황에서 전환점이 된 것은 충남대 기계설계공학과 유성연 교수로부터 기존의 알루미늄 판형열교환기에 비해 제조가격이 저렴하고 열 성능과 내구성이 우수한 열교환기 특허를 이전받고나서부터였다.
가교테크는 충남대와 산학협력을 맺어 세 건의 특허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청 지원으로 기업부설연구소를 대학내에 설치하고 특허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기술개발을 진행했다.
그 이후 배기열 회수용 열교환기 등 8건의 국내특허를 등록하고, 2건의 해외특허를 출원하는 등 산학협력을 통한 플라스틱 열교환기 상용화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았다.
특히 충남대 연구팀의 지원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I)의 슈퍼컴퓨터가 활용된 ‘지능형 건물 에너지 내비게이터 (스마트BEN)'는 기술성, 상용성, 사업성을 확보한 산학을 넘어선 산학연 협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제품은 건물에서 냉방부하를 시간대에 따라 예측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예측된 냉방부하를 토대로 냉방시스템을 자동으로 운전하는 ’지능형 냉방자동제어장치‘이다.
외부환경을 예측하는 기후예측 시스템, 내부환경을 예측하는 냉방부하 예측 시스템, 냉방제어 최적제어시스템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없는 기술로서 수입대체 효과뿐만 아니라 향후 수출을 기대할 수 있는 유망한 제품이다.
(3) 성공적인 산학협력을 위한 핵심요소들
가교테크의 성공적인 산학협력 사례에는 중소기업이 귀기울여야 할 몇가지 교훈이 있다.
첫째, 가교테크의 대표가 학계와의 연을 지속적으로 유지했다는 점이다. 대학의 연구실과 기업의 연구소는 갑작스럽게 연결돼 성공하기 어렵다. 가교테크 윤홍익 대표는 학회활동을 하면서 다수의 학자들과 교류를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했으며 이는 신사업 기회발굴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둘째, 산학협력은 잘 운영한다면 약이 될 수 있지만 빈번하게 독이 되기도 한다. 기업은 산학협력을 통해 기업 내부에서 수행하기 어렵거나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연구를 수행한다. 산학협력은 기업이 경쟁력을 가진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주로 기초연구를 대학에 맡긴다.
잘만 한다면 기업은 제품생산과 마케팅, 기획에 치중할 수 있고, 대학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그러나 이는 신기술 개발을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인 흡수능력에 해가 될 수도 있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부적 기술역량을 갖춰야 하지만, 산학협력에 의한 기술이전에만 안주해 자체 기술개발을 게을리 하면 성장을 기대할 수 없고 조직성과 민첩성의 부재로 인해 도태되기도 한다. 산학협력은 그야말로 양날의 검이다.
셋째, 산학협력은 단발성으로 끝나서는 효력을 낼 수 없다. 만약 가교테크가 2005년 충남대와 산학협력을 시작해 단기간에서 그 관계를 종료했다면 SmartBEN의 탄생은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자금과 의지부족으로 장기적인 산학협력을 지속하지 못한다. 대학교수의 한계는 사실 학문적 연구와 실험실 수준의 기술개발에는 능하지만, 시장과 제품, 전략 등에는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일회적인 산학협력은 서로의 벽만 확인하고 헤어지는 결과를 낳곤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초기 산학협력의 성과는 목표치의 1%도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중·장기적인 협력관계가 지속돼야만 ‘기업최초, 국내최초, 세계최초’ 기술이 개발될수 있는 것이다.
소프트웨어를 강조하는 기술개발
(1) 소프트웨어를 핵심역량으로
가교테크가 중점을 두고 있는 시장인 냉방시스템 최적자동제어장치 제품의 핵심은 소프트웨어이다.
건물자동제어시스템의 하드웨어는 이미 기존 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이를 제어하는 장치인 소프트웨어는 대기업에 맞서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지닐 수 있는 주요부분이기도 하다.
가교테크는 중소기업이 기술노예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길은 연구개발밖에 없다는 신념으로 해당 소프트웨어 개발에 매달렸다.
과거에 대부분의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들이 소프트웨어를 다른 회사에 맡기고 하드웨어 위주의 시스템 개발에 집중했지만 가교테크는 다양한 하드웨어와 호환성이 높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치중했다. 소프트웨어의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냉방시스템 최적제어장치의 소프트웨어는 다분히 융합적인 것이어서 유체역학에 대한 이해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동시에 할 수 있어야 한다. 초창기에는 외부에서의 기술이전으로 시작했지만, 중장기적 새로운 사업의 기회는 내부에서 찾아야 했다.
가교테크는 인력채용 및 양성에서 그 해답을 얻었다. 대학교 학부 때부터 유체역학과 소프트웨어를 공부하여 해당 기술에 특화된 인력을 채용했다. 이를 위해 입사전부터 이런 인력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그에 걸맞는 대우를 제시했다. 무엇보다도 환경에너지 시장에서의 비전 공유는 유능한 인력을 유인하는 핵심요소였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중소기업은 생산과 관련한 자본력과 인적역량 부분에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가교테크는 주변 협력회사로부터 다수의 하드웨어를 공급받아 자사제품과 조합을 통해 호환성을 측정하였다.
글로벌 기업 뿐아니라 국내 대기업의 하드웨어와 많은 테스트를 통해 호환성을 측정하고 성공적으로 제어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신기술 인증을 신청했지만 인증기준인 습도 오차를 맞추지 못해 탈락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는 한 단계 더 향상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한 주사약과 같은 것이었다. 이 실패를 바탕으로 에너지 총량을 결정짓는 변동부하를 제어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세계정상급의 기후예측, 최적제어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소프트웨어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업계 표준을 맞추기 위한 자체적인 연구개발 노력도 중요하지만 타 하드웨어 기업과의 협력과 상생정신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2) 제품 포트폴리오 구성에서의 소프트웨어
가교테크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엔지니어링 사업, 공사업, 제조업, 연구개발 사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엔지니어링 사업은 과학기술지식을 응용해 시설물에 관련된 연구/기획/타당성조사/설계/분석/구매 등을 수행하는 것이고, 공사업은 전기공사와 기계설비공사 및 정보통신공사업를 포함한다.
제조업은 에너지 절약형 배기열 회수장치와 환기시스템, 공기조화기, 자동제어반을 제조 및 판매하고, 연구개발 사업으로 플라스틱 열교환기를 이용한 배기열 회수장치 개발, 에너지 절약형 공조기 사업, 냉난방설비 최적 자동제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개발, 제조, 엔지니어링, 공사로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조화롭게 연결돼 있고 기술적으로 연관된 사업들이 적절하게 사업 포트폴리오에 포함되어 시너지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제품 포트폴리오에서 소프트웨어는 시스템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타 제품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핵심 포인트이다. 또한 해당 소프트웨어는 타 환경에너지 관련시스템에 확대 적용될 수 있는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 제품들이 다수 출시돼 있고, 코엑스 등과 같은 대형건물에도 구축되어 있지만 기후예측을 포함하여 자동제어하는 시스템은 가교테크가 개발한 제품이 최초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건축물의 에너지효율 등급제와 온실가스 및 에너지 목표 관리제에 반드시 필요하며,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블랙아웃을 막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이처럼 근래에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많은 사례들을 발견해 볼 수 있다. 삼성전자 등 상당수 대기업이 하드웨어 중심의 기술혁신에서 소프트웨어 역량을 중시하는 체제로 변모해가는 추세는 비단 IT세계만의 얘기는 아니다.
소프트웨어가 기반기술로서 전자, 기계, 조선 등 하드웨어 중심 산업의 핵심경쟁력으로 자리잡을 날이 멀지 않았다. 중소기업들도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표 1 냉방시스템 시장규모
미래를 위한 투자,
신제품 개발과 해외진출
현재까지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CEO의 몫이다. 가교테크가 빌딩 자동화제어 장치에 진입한 것도 법에 대한 통찰에서 시작된 CEO의 혜안 때문이었다.
국내에는 빌딩 자동제어 시장에서 중소기업만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한 법적인 보호정책이 있다. 다국적 기업이나 대기업의 제품은 성능이 뛰어나고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선호도가 높아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참여해 경쟁력을 지닐 수 있는 법적장치가 마련된 것을 간파하고 시장에 진입한 것은 불과 2~3년 전의 일이다. 이처럼 중소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된 빅 데이터의 분석보다는 환경을 빠르게 읽고 민첩하게 행동하는 대응력이다.
가교테크의 다음 목표는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 기술이다. 스마트그리드 관련한 제품들은 일정수준에 올라와 있어 향후에는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며, 중장기적인 목표는 에너지 저장장치 기술의 개발 및 제품화이다.
에너지 저장장치 기술은 축전이나 축열방식, 즉 열이나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기술이다. 기업에서 이러한 기술을 확보하여 시스템을 개발하면 사용자가 최적화해 사용하게 된다.
보일러, 냉방기술,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 관련기술들과 연결되어야 한다. 개발하는 제품이 통신프로토콜이 같아야 하기 때문에 장비가 달라도 호환이 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개발에 노력할 것이다.
물론 시장의 확대도 중요하다. 해외시장으로의 진출이 우선적인 과제다. 해외진출을 위해 규모가 큰 프로젝트 수주를 가시화하고 있고 이를 위해서 조직을 재구성하고 있다.
본사가 보유중인 자동제어시스템의 의사결정은 과학적 데이터에 따른 기후예측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당장 내일의 에너지 사용 피크 시간대를 미리 예측하고 제어할 수 있는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해외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지닐 수 있는 부분이 될 것이다.
가교테크가 먼저 간 길을 국내 대기업은 물론 외국기업들조차 따라 가고 있다.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당위성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가교테크는 후발주자들의 도전을 오히려 반긴다. 경쟁회사가 없으면 시장이 사장하고, 경쟁이 되어야 자사도 성장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의 자신감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시장의 확대는 단순히 지리적인 확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해외시장으로의 진출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타 산업과의 융합도 중요한 시장의 확대이다. 통신인프라를 통해 에너지 관리, 운영, 분석, 평가를 수행할 수 있다면, 이것은 산업간 융합의 의미있는 전진이라고 하겠다.
향후에는 건물별로 에너지 효율등급 표시가 의무화되는 추세이며, 이에 따라 건물의 가치가 정해질 것이다. 환경과 에너지가 중심이 되는 미래에는 에너지 효율이 다방면에서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기존 기술력의 응용범위를 타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확장하는 것은 융합과 창조의 시대에 훌륭한 성공사례로 소개될 수 있을
것이다.
시사점
중소기업은 기본적으로 자금, 인력, 장비 등 모든 면에서 대기업과 비교되지 않는다. 여기에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한 가운데 중소기업의 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중소기업의 돌파구는 철저히 차별화된 기술로 모방이 불가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것뿐이다. 모든 면에서 취약한 중소기업이 이와 같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상호역량을 보완해 효율성을 최대화할 수 있는 산하협력이 필수적이다.
산학협력은 일종의 거래이다. 도원결의하듯 대의만을 위해 뭉칠 수만은 없으며 협력의 대가가 정당하게 지불되어야 한다.
산학과제에 대한 간헐적, 소규모의 자문으로는 제대로 된 결과를 얻기 어렵다. 기술이전에 대한 합당한 대우가 필요하고 기술 이전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계형성을 통해 기술개발에 대한 자문을 구해야만 성공적인 산학협력을 완성할 수 있다.
한편, 기업의 입장에서도 대학 연구자의 정당한 연구개발 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흔히, 국내 기술이전이 많지 않은 이유는 이전받을 기술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만큼 대학이나 연구소의 소위 돈이 되는 기술을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또한, 기술이전 이후의 연구자로서의 책임감이 정착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산학협력을 일방적인 구애가 아닌 상호간 거래라는 점에서 출발한다면 중소기업의 신기술/신사업 발굴에 있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비전을 같이 하는 동반자라는 인식까지 갖는다면 대학과 기업의 산학협력은 Best Practice가 될 것이다. 불황의 시대에 신사업 기회발굴을 모색하는 중소기업이라면 산학협력을 맺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