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in Tech - 폼페이: 최후의 날 (Pompeii, 2014)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과학기술에 대해 알아봅니다.
글_ 최성우 과학평론가
사진출처_ D&C엔터테인먼트
화산이나 지진의 예측이 가능할까
고대 로마의 도시였던 폼페이를 순식간에 덮친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을 소재로 한 영화 ‘폼페이: 최후의 날’이 최근 국내외에서 선보인 바 있다.
화산이 폭발하여 도시를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만드는 과정과 여러 장면들이 실감나는 영상으로 그려졌고, 여기에 켈트족 출신의 노예 검투사와 폼페이 유력가문의 딸 사이의 애절한 로맨스가 곁들여진다.
이들은 최후의 순간까지 서로 함께하며 결국 ‘연인 인간화석’으로 훗날 발견되었다는 설정이다.
폼페이와 베수비오 화산
영화에 나오는 베수비오 화산은 서기 79년에 큰 분화를 일으켜 폼페이를 한순간에 폐허로 만들었고, 이 과정은 당시 로마의 정치가 소(小)플리니우스의 편지 기록에 잘 묘사되어 있다.
이번 영화와는 다소 다른 내용이지만, 같은 제목의 장편 역사소설 ‘폼페이 최후의 날’이 19세기 영국의 소설가 E.G.리턴에 의해 1834년에 발표된 이래로 여러 차례 영화와 TV 시리즈 등으로 만들어진 바 있다.
베수비오 화산에 의해 오랫동안 매몰되었던 폼페이는 19세기에 들어와서 본격적인 유적 발굴이 시작되어 당시의 신전, 저택, 도로와 상하수도 등을 비롯한 고대 로마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어서 이제는 이탈리아의 유명 관광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베수비오 산은 나폴리와 폼페이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풍경의 상징으로서 여러 노래와 그림, 문학작품 등에서 인용되지만, 실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화산으로 꼽히고 있다.
서기 79년의 대분화 이후에도 수십차례에 걸쳐 폭발하거나 용암이 흘러내려 많은 희생자를 냈으며, 20세기 들어서도 분화가 지속되어 1944년에는 용암류로 인하여 등산전차가 망가졌고 1973년과 1979년에도 분화가 있었다.
화산학자들이 베수비오 화산을 가장 위험한 화산으로 우려하는 이유는 역사적으로 매우 큰 폭발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활화산으로서 격렬하고 잦은 폭발을 일으킴에도 불구하고 나폴리를 비롯한 수백만명의 인구가 화산 인근지역에 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더구나 이 화산은 먼지구름, 화산쇄설류, 화산이류, 산체붕괴, 용암류와 같은 치명적인 화산현상들을 복합적으로 일으킬 수 있기에 더욱 위협적인 화산이다.
화산과 지진의 예측기술
화산의 폭발력은 원자폭탄의 수백만배에도 달하며, 용암과 화산재 뿐 아니라 강도높은 지진과 대량의 진흙 홍수 등도 동반하기에 화산은 자연적인 재앙 중에서도 가장 위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에는 세계의 주요 활화산에 화산관측소 등이 설치되어 화산활동의 징후를 간파하고 예상 폭발시기 등을 알아내려 애쓰지만, 정확한 폭발시점과 규모 등을 예측하기는 아직도 대단히 어렵다.
갑작스런 폭발로 인하여 분화구 인근에서 연구중이던 화산학자들과 취재에 나선 언론인들마저 목숨을 잃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활화산 주변의 지형을 면밀히 분석하면, 화산의 폭발시간이나 피해 정도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몇년 전 분화한 화산 주변지형 데이터를 고정밀 GPS로 분석한 결과, 화산 내부에 위치한 마그마 압력변화에 따라 화산재 기둥 높이가 일정한 패턴을 보였다는 것이다.
또한 화산 주변의 기울기 변화를 모니터링 해본 결과, 용암 분출 1시간 전 지형이 미묘하게 휜다는 사실도 관찰했다고 한다.
GPS와 기울기 측정센서로 화산분화구 주변을 측정하는 이 연구를 보다 발전시키면 화산폭발을 더 상세하게 감지하고 예측할 수 있어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화산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는 재난인 지진 역시 이를 예측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먼저 경험적·통계적 방법으로서 지진전조 현상(Earthquake Precursor)과 지진의 규모, 발생시기 등과의 경험적 관계를 분석해서 장래 발생할 지진의 시기와 규모를 예측하는 것이다.
지진전조 현상이란 지진이 발생하는 지점이나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나타나는 제반 물리적·지형적 특성의 변화나 독특한 자연현상 그리고 동식물의 이상행동 등을 의미한다.
이는 지진이 발생하기 며칠 전부터 급작스럽게 일어날 수도 있고, 수년 전부터 서서히 나타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지형적인 전조현상으로서 지면이 갑작스럽게 융기한다든지, 지하수의 수위나 수질이 변화하는 현상 등을 들 수 있고, 하늘이나 구름의 색, 모양 등이 이상변화를 보이는 대기적 전조현상도 있다.
물리적 특성의 변화로서 암석의 전기 전도율의 변화, 방사성 동위원소 양의 변화, 지진파의 속도 변화 등을 들 수 있다.
즉 지진이 임박한 고압조건에서 화강암 같은 암석의 전기 비저항과 대자율은 급격히 변화한다고 하는데, 몇몇 실험을 통하여 지진발생 전에 전기 비저항이 감소한다고 발표되기도 하였다.
방사성 동위원소 양의 변화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특히 지각변동으로 인하여 불활성 기체인 라돈(Rn) 가스의 방출량 증가 등과 관련이 깊다.
지진파의 속도변화란 암석의 물성변화로 인하여 지진발생 전에 지진파의 속도, 특히 P파의 속도가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식물에 의한 전조현상으로서 미모사의 잎 모양이 변화한다든가 제철이 아닌 시기에 개화하는 식물 등의 경우가 있고, 여러 동물들의 이상한 행동 변화도 여러 차례 보고가 되어 왔다.
즉 지진이 발생하기 직전 쥐, 지렁이, 악어 등이 떼를 지어 갑자기 이동하거나, 호수의 메기나 뱀장어, 하늘을 나는 새 등이 돌발적인 행동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진전조 현상은 여러 차례 관찰된 것은 사실이라 해도, 모든 지진에 대해서 전조현상이 나타나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지진의 예측방법은 기간에 따라 장기예측, 중기예측, 단기예측, 초단기예측 등으로 나뉘는데, 아직도 지진예측이 제대로 성공을 거둔 사례는 매우 드물어서, 여전히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한 부문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