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IP-R&D 전략 ⑪ - 사업화 관점의 강한 IP 창출전략
암 예후예측 유전자진단 기술을 중심으로
이 칼럼은 한국과학기술진흥협회와 한국지식재산전략원간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한국지식재산전략원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글_ 윤혜진 전문위원
(한국지식재산전략원)
들어가며
지식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에 관한 정보들은 다른 어떠한 정보보다도 경쟁사 및 경쟁연구기관의 최신 기술정보를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동종업계의 기술동향을 가장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반영하며, 논문이나 저널보다 더 시장지향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업화 관점의 R&D 방향설정에 유용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시장환경 분석, 경쟁사 분석, 전문적인 특허 및 논문 분석,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시장의 현실이나 니즈(Needs)와 부합하는 방향으로 R&D 전략을 수립할 수 있으며, 이와 더불어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핵심기술요소를 발굴하여 핵심 특허 및 기반 특허를 창출할 수 있도록 R&D를 이끌어갈 수도 있다.
여기에서는 사업화 관점의 IP-R&D에서 세부 핵심전략이라 할 수 있는 ‘강한 IP 창출 전략’을 어떻게 수립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인 (주)젠큐릭스에서 진행하고 있는 ‘암 예후예측 기술’ 을 사례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그림 1 사업화 관점의 강한 특허 창출 프로세스
암 예후예측 유전자 진단기술 개요
통계청에서 배포한 2013년 9월 25일자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2년 대한민국 국민의 사망원인으로 암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였고, 전체 사망원인의 27.6%나 된다.
이렇듯 암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실제 주위에 많이 있는데, 암 환자를 정말 힘들게하는 부분 중 하나는 암 수술 후에 완치의 개념으로 또는 재발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하는 화학적치료와 방사능치료 과정이다.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지만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암 예후예측 유전자 진단기술이란, 암(악성종양)의 제거 수술을 마친 후에 재발위험이 극히 낮은 환자여서 항암치료가 더 이상 필요없는지 또는 항암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인지, 더 나아가 항암치료를 한다면 이 환자에게는 어떤 약물을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일지를 유전자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좀 더 환자들에게 맞춤형 진단을 할 수 있도록 의사의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이다.
이러한 기술 분야에서 사업화가 가능한 R&D 아이템을 선정하고 강한 IP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 어떤 회사들에 의해 어떤 기술들이 실제로 제품화 또는 서비스되고 있으며, 어떤 특허권이 걸려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특허 기초분석
경쟁사는 시장에서의 경쟁사와 특허권을 확보하고 있는 경쟁자로 크게 2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으며, 이들이 어떤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는지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
특히 특허권을 확보하고 있는 경쟁자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확한 특허 기초데이터의 확보가 중요한데, 본 기술에 대한 특허데이터 확보기준은 아래와 같다.
그림 2 암 예후예측 유전자 진단기술에 대한 특허데이터 확보기준
총 2,402건의 유효데이터(2012년 7월까지 공개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으며 이렇게 정비된 특허 기초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암 예후예측 유전자진단 기술은 2000년대 들어서야 특허출원이 본격화되어 연평균 증가율 21.1%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최첨단기술 분야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장 최대경쟁자인 제노믹헬스(Genomic Health)사가 핵심특허 출원인 1위로 나타나 시장과 특허동향이 일치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그 밖에 핵심특허권을 확보한 주요 바이오벤처 기업들은 바이오진단 시장의 상위랭커(Top 7)이거나 상위랭커그룹이 인수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따라서 본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경쟁사들의 기술보다는 시장의 니즈에 더 맞는 우수한 기술, 차별화된 기술을 확보해야 함은 물론이고, 경쟁사 특허권 회피 및 경쟁사 특허권에 대응할 수 있는 강한 특허권 확보가 필수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림 3 암 예후예측 유전자진단 기술에 대한 특허출원 추이
경쟁사 특허전략 파악
시장 최대 경쟁자인 제노믹헬스는 미국에서 암 예후예측 유전자진단 서비스를 2004년에 개시하였으며, 연평균 성장률 16~17%로 2011년에는 2억 달러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4 제노믹헬스 암 예후예측 유전자진단 서비스
제노믹헬스는 이러한 예후예측 유전자진단 서비스를 특히 유방암에 대해 중점적으로 서비스하고 있으며, 현재,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하여 대장암에 대해서도 제품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제노믹헬스의 특허 포트폴리오는 제품 파이프라인에 비해 훨씬 다양하게 나타났는데, 유방암, 대장암 뿐 아니라 폐암, 자궁암, 위암 및 기타 예후예측이 가능하리라고 판단되는 몇몇 암에 대한 예후예측 기술을 특허로 출원하였으며, 암예후예측 유전자진단 기술의 근간이 되고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기반기술들 뿐만 아니라 화학적 치료제에 대한 환자의 반응성 예측에 관련된 특허까지 관련된 다양한 분야로 특허권을 확보했거나 특허출원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처럼 연구중심 기업에서는 보통 제품 파이프라인보다 특허 포트폴리오가 더 광범위한 것이 일반적이며, 이는 확장 가능한 영역에 대해 먼저 특허장벽을 구축함으로써 제품개발에 앞서 지식재산권을 확보해 둠은 물론, 후속기업이 신규로 진입하기 어렵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제노믹헬스의 특허출원 동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그림 5 에 나타난 바와 같이 사업 초창기에는 여러 핵심 유전자들을 일괄적으로 하나의 특허로 출원한 후 암 예후예측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사업이 안정되어 가면서 개별 유전자로 분할출원하여 개별 유전자에 대한 특허권을 확보해 나가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림 5 Genomic Health社의 특허출원 전개도
이러한 제노믹헬스의 특허전략은 적어도 본 기술분야에서는 매우 적합한 것으로 판단되며, 비록 소송이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아 특허의 방어적 가치가 높은지는 증명되지 않았으나 특허의 독점권을 활용하는 측면에서 다수의 유럽 회사와 라이센싱을 체결하는 등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노믹헬스는 연구개발 및 특허출원을 한결같은 패턴으로 진행함으로써 초기 연구개발타겟과 약간 거리가 있는 관련분야에서는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여 특허출원의 연속성과 등록률이 매우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보였는데, 특허출원에 따른 손실, 즉 특허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목표로 하고 있는 기술개발 타겟에 적합한 특허전략을 미리 수립하여 전략적으로 특허출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경쟁사 특허전략에 기반한
강한 IP 창출전략의 수립
앞서 제노믹헬스의 제품 파이프라인과 특허 포트폴리오를 연관지어 경쟁사 특허전략을 파악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사업화 관점의 IP-R&D 전략에서 이렇게 경쟁사 특허전략을 파악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과연 본 기술분야에서 ‘강한 특허’ 또는 ‘쓸모있는 특허’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특정기술 분야에서 ‘강한 특허’를 찾기 위해서는 경쟁사에 대한 히스토리, 제품 파이프라인, 연구개발/특허 포트폴리오, 분쟁분석 등 다양한 분석을 통해 성공요인/실패원인을 파악함은 물론, 더 나아가 특정기술 분야에서 실제로 어떤 특허들이 어떤 권리범위로 등록·유지되고 있는지, 어떤 특허기술들이 실제로 거래되거나 사업화되었는지, 어떤 부분에서 분쟁이 발생하였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강한 특허’가 무엇인지에 대해 정의된다면 비로소 자사 기술 또는 제품에 대해 어떤 부분을 특허로 얼마나 언제쯤 출원할 것인지, 어떤 국가에 출원하여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어떤 부분을 노하우나 상표, 디자인으로 가져갈 것인지, 아니면 굳이 특허를 확보할 필요가 있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설득력있는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전략의 기초가 되는 것이 그림 6 의 특허 포트폴리오라 할 수 있는데, 앞선 분석을 통해 암 예후예측 유전자진단 기술 중 권리화될 수 있는 부분을 도출해 본 것이다.
그림 6 암 예후예측 유전자진단 기술의 특허 포트폴리오
마치며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인 (주)젠큐릭스는 제노믹헬스와는 차별화된, 보다 경제적인 암 예후예측 유전자진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사업화 관점의 강한 IP 창출전략’을 통해 제노믹헬스의 특허권을 적절히 회피하면서도 시장에서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강한 특허 확보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다.
물론 사업화 관점의 강한 IP 창출전략을 잘 세운다고 해서 시장에서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성공적인 사업화와 시장에서의 성공에 관여하는 요인 중 특허의 역할은 종종 매우 미미하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같이 특허분쟁 시대에는 성공적인 사업화가 진행되는 도중에 특허관련 문제로 사업에 큰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하며, 특허권리를 제대로 확보해 놓지 못해 사업화의 더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되는 사례도 가끔 목격되곤 한다.
성공적인 기술 또는 제품에 대해 사업화 관점의 강한 IP 창출전략을 잘 세워 놓는다면 일차적으로는 계획성있게 강한 특허출원을 진행함으로써 특허비용을 매우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으며, 이차적으로는 방어적 측면(타사의 특허권 침해방지), 공격적 측면(라이센싱으로 인한 기술료 획득)뿐 아니라 자사의 제대로 된 특허전략이 투자자나 상대기업에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아 더 많은 사업기회를 획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또한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사업화 가능한 많은 연구개발 부문에서 연구개발 초기부터 사업화 전략 및 사업화 관점의 강한 IP 창출전략을 고려하여 지금보다는 좀 더 융통성 있게, 체계적으로 산·학·연이 공동으로 협력하여 연구개발을 진행하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