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HEME 05 - 소프트웨어 인력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제언
“소프트웨어 기술”은 창조경제의 성공적 실현을 위한 핵심동력으로 그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정부는 2013년 10월 “소프트웨어 기술혁신 전략”을 발표하였다.01
(01 박일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소프트웨어 혁신전략”, KIET 산업경제, 2013년 12월호)
소프트웨어의 인식 제고, 유지관리비 현실화, 하도급 구조 개편 등 생태계 창출을 골간으로 기획되었다.
전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규모는 2012년 현재 1조 3,000억 달러 수준으로,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4배, 자동차 시장의 1.5배이다.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시장은 세계시장의 2.8%, 369억 달러 수준이다.
작은 내수시장, 내수시장의 10% 이내인 보잘것없는 수출 규모, 구인난과 구직난이 동시에 존재하는 기형적인 인력수급 구조가 대한민국 소프트웨어의 현 주소다.
본고에서는 이제까지 정부차원에서의 소프트웨어 진작을 위한 정책들을 짚어보고, 현재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기술의 현황과 당면과제를 살펴보기로 한다.
ㅣ최고의 직업 소프트웨어 개발자
기회의 산업 소프트웨어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서버, PC, 스마트폰, 스마트 패드 등 컴퓨팅 디바이스를 구동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대학에서 컴퓨터과학과(Computer Science Department), 컴퓨터공학과(Computer Engineering Department) 등 전산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미국 노동부에서 2014년 1월에 발간된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 수는 향후 10년간 22%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이는 타 산업 평균의 2배에 해당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평균연봉(중간 값 기준)은 미화 93,000달러(USD)로, 미국 최고이며, 대졸 신입사원이 10만 달러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매우 드문 직종 중의 하나이다.02
(02 Bureau of Labor Statistics, U.S. Department of Labor, Occupational Outlook Handbook, 2014-15 Edition, Software Developers)
스탠퍼드 대학에서 가장 선호하는 전공이 컴퓨터공학(Computer Science)이다.03
(03 http://www.theatlantic.com/technology/archive/2012/06/stanfords-top-major-is-now-computer-science/259199/)
구글의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도 스탠퍼드대 재학시절 구글을 창업하였다. 단시일에 성공을 이룰 수 있는 몇 안되는 분야가 소프트웨어산업이다.
2013년 5월 페이스북이 SNS 기반 사진공유 사이트인 Instagram을 인수했다. 인수가격은 1조 원이다. 텀블러(Tumblr)의 창업자(Mark Karp)는 2013년 6월 회사를 야후에 매각하고 불과 스물일곱 살에 2,000억 원대 거부가 되었다.
애플은 2001년 미국 500대 기업(S&P 500) 중 287위였다. 10년 후에 애플은 140년 역사의 석유재벌 엑손모빌을 누르고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에 등극하였다. 구글은 창업 14년 만에 시가총액 세계 8위의 초일류기업이 되었다.
소프트웨어 기업의 고속성장은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다. 2011년 8월 기준으로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 중에서 20년이 안된 기업(대기업 계열사, 포스코, KT 등 공기업과 금융기관 등을 제외)은 NHN과 엔씨소프트 등 2개 뿐이다.
2012년에 발간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 중 브랜드 가치 1, 2, 3위는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차지했다. 무한한 가능성, 비전, 기회를 모두 가지고 있는 분야가 바로 소프트웨어산업인 것이다.
ㅣ기업 측면에서의 소프트웨어 인력 생태계
구인난
전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관련업종에 대한 선호, 관련산업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분야는 전혀 다른 양성을 띠고 있다.
한국의 SW 경쟁력은 OECD 19개국 중 14위로 산업규모, R&D투자액, 효율성에서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04 이러한 SW산업의 정체는 산업과 사회전반의 SW 활용도가 낮은 것이 주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04 오동현 외,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 제고방안”(CEO Information 제794호), 2011, 삼성경제연구소)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산업은 “호황이라는 글로벌 트렌드”와 “정체”로 요약되는 국내상황의 상반되는 두가지 현실에 직면해 있다. 신속한 대응으로 글로벌 트렌드에 부응한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지 않으면 세계적인 발전대열에서 낙오될 시점이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위한 정책의 핵심기조 중 하나가 인력공급의 확대이다. 건설, 자동차, 항공분야에서까지 고급 소프트웨어 개발자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대학에서는 매년 15,000명의 소프트웨어 관련 전공자가 배출되고 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7년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이 22만 명이 필요하며, 현재의 인력공급 구조로 볼 때 최소 8만 명 이상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인력의 수요부족 현상에 대응하기 위하여 정부는 금번 소프트웨어 혁신전략에서 소프트웨어 분야의 인력 양성을 위한 SW대학, SW융합 기술자 양성체계의 수립, 정부차원의 소프트웨어 인력 재교육 시스템구축 등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았다.
정부정책과는 별도로 각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소프트웨어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팔을 걷었다.
삼성전자에서는 향후 5년간 5만 명의 소프트웨어 인력을 교육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고, 네이버에서는 10년간 매년 100억 원을 투자하여 소프트웨어 전문교육 프로그램 NHN NEXT를 개설하여 이미 운영 중에 있다.
급증하는 소프트웨어 인력수요에 대응하여 금번 소프트웨어 혁신전략에서 소프트웨어 신규인력 확대(10만 명), 기존 인력재교육(25만 명), 소프트웨어 저변확대(100만 명)등 초대형 인력양성 정책을 발표하였다.
ㅣ개발자 측면에서의 소프트웨어 인력 생태계
구직난 그리고 전공기피
소프트웨어산업이 창조경제의 원동력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05
(05 김진형외, “소프트웨어 인력양성 전략”, 2013, 국가미래연구원)
소프트웨어 개발자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로 인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만족할 만한 대우를 받으며, 자신의 기술에 대한 희소가치를 체감하고 있을까? 수요공급에 의한 가격결정 법칙에 따라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인건비가 수직상승하는가?
전술한 바와 같이 미국의 경우는 이것이 사실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급여가 여타 엔지니어링 분야보다 높으며, 신입생들이 전공을 선택할 때 컴퓨터과학(Computer Science) 관련학과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다. 불행히도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는 관찰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인력 수요의 급증과는 달리 개발자에 대한 급여 등의 처우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부족하다는데, 정작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는 많지 않다. 일자리가 많지 않으니 당연히 직장을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소프트웨어 분야의 전망이 밝다고 하는데, 정작 최우수 학생들은 대학에서의 전공을 결정할 때 소프트웨어 전공학과를 외면한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핵심인 리눅스 커널 개발자들은 해외 취업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ㅣ소프트웨어 인력양성 정책들
10만 양병설
김대중 정부의 ‘SW산업 육성계획(2001)’, 노무현 정부의 ‘SW산업 발전전략(2005)’, 이명박 정부의 ‘SW강국 도약전략’에 이어, 현 박근혜 정부의 ‘SW혁신전략’까지 SW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차원의 제고 노력을 시작한 지 10여 년이 훌쩍 넘었다.
‘육성’에서 ‘발전’으로, 다시 ‘도약’, 이제는 ‘혁신’이다. “김대중 정부는 IT-벤처기업 육성을 통해 테헤란밸리를 탄생시켰다. 노무현 정부는 전자정부를 앞세워 U-Korea 사업을 진행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단군 이래 최대 소프트웨어 사업이라는 WBS(World Best Software)사업을 추진하였다.
각 정부에서 SW경쟁력 제고를 위한 범 정부차원의 야심찬 노력을 진행하였다. 박근혜 정부와 기존 정부들과의 큰 차이점이 있다. SW는 박근혜 정부가 지향하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핵심동력으로 그 중요성이 지난 정부들에서와는 무게가 다르다는 점이다.
각 정부에서 육성한 SW분야도 특색이 있다. 노무현 정부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와 공개 소프트웨어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소프트웨어의 핵심은 융합이다.
건축과 IT, 토목과 IT 등 소프트웨어를 기존 기술에 접목시킨 융합 소프트웨어 기술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였다. 현 박근혜 정부는 하나의 기술군이 아니라 SW생태계 구축에 중점을 둔 포괄적 시스템 구축을 지향하고 있다. 인력양성 부문은 각 정부의 정책이 매우 유사하다.
“2017년까지 SW전문인력 22만 명이 필요하지만 지금 상태라면 최소 8만 명이 부족하다. 10만 명을 민관협력으로 양성하겠다.” 2013년 10월 발표한 소프트웨어 혁신전략의 일부이다. 이른바 ‘소프트웨어 10만 양병설’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10만 양병설은 참여정부 출범을 앞둔 노무현 대통령의 새 정부 IT비전(2003년 1월 중순)에서도,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의 연설(2007년 11월, 정보기술정책포럼)에서도 이미 언급되었던 내용이다.
각 정부가 기획한 인력양성 방안은 그 구체적인 내용면에서도 “대학에 소프트웨어 관련 연구센터를 늘리고”, “대학의 교과과정을 실용기술로 변경하고”, “산학협력을 증대하고 재교육 기회를 정부차원에서 제공하고” 등 그 내용들이 유사하다.
지난 10여 년간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왔다면 이제는 최소한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 인력들이 배출되어야 하고, 이미 오래 전에 소프트웨어 인력수급 문제, 개발자의 수준 문제 등은 해결이 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아직도 “10만 양병설”, “소프트웨어 고급 개발자 부족” 등 여전히 동일한 문제가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직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인건비는 여전히 바닥이다.
ㅣ발상의 전환
기업이 아닌 개인을 위한 인력 양성으로
지난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온 소프트웨어 인력양성 정책은 “기업의 인력수요” 충족이 핵심이다. 기업의 발전이 인력양성의 핵심에 자리잡고 있다. 국가경쟁력 제고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기업, 그 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는 정책이 뭐가 문제일까?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반도체, 자동차, 조선 심지어는 가전까지 공장, 굴뚝, 공정라인으로 구성된 “제조업”은 단체전이다. 단체의 효율성과 조직력이 승부의 관건이다. 인력양성 정책 역시 “단체”가 요구하는 인력을 적절히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업 수요에 재단하여 인력을 양성하고, 양성된 인력이 기업경쟁력 향상에 공헌하며, 재귀적으로 그 이익이 개인에게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이 선순환 사이클의 핵심에는 기업이 있다. 조직력을 앞세운 독일식 축구를 위한 선수를 훈련시키는 방법이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의 인력 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위한 인력공급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제조업과는 패러다임을 달리한다. 기업이 먼저 정의된 후에 개인이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그가 속한 기업의 방향을 규정한다.
제조업에서는 기업 로드맵에 의해 구성원 개개인들의 업무와 책임한계가 결정되지만, 소프트웨어 업체는 개개인들이 자신의 할 일과 업무한계를 스스로 결정하고 이것들이 모여 기업의 방향이 정의된다. 개인의 전공과 업무 전문분야가 일치하지 않으면 조직을 떠난다.
내가 잘 아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있다. 미국의 유수기업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최근에는 귀국해서 대기업 임원으로 재임 중이다. 이 양반은 최근 4년간 A사에 재직했었는데, 매니저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은 적이 한번도 없다. 본인의 업무영역은 전적으로 본인이 결정하고 그에 의해 평가를 받았다.
짧은 시간 미국에서 엔지니어 생활을 했던 필자의 경험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산업분야에서는, 엄격한 의미에서 “기업의 인력 수요”란 개념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유능한 개인들이 있을 뿐이다.
소프트웨어 분야의 인력양성은 얼마나 많은 “유능한 개인”들을 소프트웨어 분야로 유도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싼 인건비의 초급개발자 시장은 이미 중국, 인도, 베트남 그리고 동유럽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하드웨어산업은 공장을 국외로 이전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소프트웨어산업의 이전은 아무런 이전비용이 존재하지 않는다. 매우 유연하다.
때문에 소프트웨어 기업은 기술경쟁력을 잃는 순간 시장에서 흔적 없이 용해된다. 양적 팽창을 강조하는 정책은 소프트웨어 분야의 실직자 수만을 늘리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소프트웨어 인력양성은 “기업의 수요”의 만족이 아니라 “개인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그래야 양성된 유능한 개인들이 모여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공헌하고, 그로 인해 기업의 이익이 극대화된다.
소프트웨어는 선수 개개인의 개성이 무척 다양한 브라질 축구다. 하드웨어 기업이 조직력과 규율로 움직이는 독일의 전차군단이라면, 소프트웨어 기업은 병사 한 명 한 명이 모두 서로 다른 무기로 무장한 로마시대 검투사들의 집단이다.
생태계 선순환 사이클의 방향이 소프트웨어산업과 하드웨기반 산업이 서로 반대다. 이 맥을 정확히 짚어 정책을 구현해야 국민의 세금과 관료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소중한 결실을 보게 된다.
NHN NEXT, 삼성 소프트웨어 멤버십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개인에게 적절한 비전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분야의 인력양성은 인위적인 양성인력 수의 증가보다는 개개인에게 적절한 비전의 제시를 통한 자연스런 유도가 중요한 것이다.
ㅣ결어
수요지향에서 비전 제시로
차상위 단계의 선진국 진입을 위해 SW경쟁력 제고는 우리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SW경쟁력 제고를 위한 국가차원의 정책들이 추진된 지 어언 10년이 훌쩍 넘었다.
본고에서는 소프트웨어산업의 특성을 기술하고 현 대한민국 SW인력 양성정책의 현 주소를 기업측면과 개인측면에서 짚어보았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을 위한 10만 양병설은 지난 3개의 정부에서 끊임없이 이슈화되었으며, 이를 위한 대책들이 계속 시행되었다.
지난 10여 년 이상 SW인력 양성을 위한 정부의 집중적인 투자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기업들은 SW개발자 부족을, SW개발자들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을 외치고 있으며, 수많은 고급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국내에 기회가 없어 해외진출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본고에서는 이 현상의 원인을 인력양성 기저에 깔려 있는 비전의 부재로 파악한다. 제조업과 소프트웨어산업은 인력 양성과 기업경쟁력 제고의 선순환 사이클이 서로 반대방향이기 때문에, 기업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요지향형 인력양성 정책은 기동하지 않는다.
정부의 인력양성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국가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인력을 공급하기 위한 인력양성이 아닌 개발자에게의 비전 제시에 무게중심이 있는 인력양성 정책이 설계되어야 한다.
이를 통하여 대한민국이 보유한 우수한 두뇌들과 세계시장에서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가능성있는 기업들을 조화롭게 상호작용시켜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인력 생태계의 실현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