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HEME 03 -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인력 생태계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단순히 닷컴(.com) 중심 응용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넓은 의미의 소프트웨어 전반이 골고루 균형 있게 발전하고 있다.
이것은 실리콘밸리의 산업 생태계가 반도체 기술이나 닷컴, 또 소셜 네트워크에 한정되어 있지 않고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지향하는 창조와 혁신을 통한, 세계시장 선도를 위한 최고 수준의 소프트웨어 인력 확보와 치열한 기술개발 경쟁이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수준을 세계 최고로 유지하는 핵심요인이다.
ㅣ실리콘밸리 환경
디지털 또는 컴퓨터 기술을 기반으로 활성화된 정보통신 기술에서 소프트웨어 기술의 비중이 하드웨어 기술보다 높아진 것은 오래 전 일이 되었다.
반도체 기술의 본산지로 시작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기업활동의 주류가 소프트웨어로 옮겨간 것은 인터넷과 닷컴(.com) 비즈니스의 활성화뿐만 아니라 현재 대부분의 기술과 제품 개발의 핵심에 소프트웨어가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크게 3종류로 구분될 수 있다. 시스템 소프트웨어는 OS와 각종 유틸리티 소프트웨어를 포함하며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에는 컴파일러, 버그 추적 소프트웨어, 소프트웨어 테스트 도구, 자바 개발 툴 등이 있고, 응용 소프트웨어는 다양한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교육용 소프트웨어, 비디오 게임, 나아가 모바일폰이나 스마트폰용 앱 등을 포함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개발과 활용 그리고 소프트웨어 인력 생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실리콘밸리와 이곳에 위치한 기업들의 생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실리콘밸리는 원래 스탠포드(Stanford) 대학이 위치한 팔로 알토(Palo Alto)에서 남쪽으로 산호세(San Jose)시까지의 지역을 지칭하였지만, 지금은 샌프란시스코 시에서 시작하여 남쪽으로 샌프란시스코 만을 중심으로 한 주변 지역을 모두 포함하여 실리콘밸리라고 부른다.
초기의 실리콘밸리는 산타 클라라 계곡(Santa Clara Valley)에 위치한 15개 도시로 시작되었으나 지금은 샌프란시스코 만(San Francisco Bay) 주변의 19개 도시를 포함하는 거대한 지역이다.
이 지역에는 스탠포드 대학과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버클리 캠퍼스(UC Berkeley) 를 위시하여 33개 대학 캠퍼스들이 위치하고 있으며, 국제공항도 3개가 운영되고 있다.
기후가 온화하고 산과 바다를 모두 포함하는 자연조건이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해 주어 미국에서도 살기좋은 곳으로 꼽히고 있다.
실리콘밸리라는 명칭은 이 지역이 반도체 기술의 발전과 확산을 주도하였기 때문에 붙여졌지만, 현재의 실리콘밸리는 반도체 기술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 그리고 다양한 정보통신 기술의 집합장소이며 동시에 새로운 융합기술의 산실이기도 하다.
실리콘밸리에는 반도체 칩에서부터 개인용 전자제품, 자동차, 에너지, 통신, 인터넷 비즈니스, 의약품 및 의료기기, 방위산업, 금융 등 다양한 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이들 기업들이 보유하고 사용하거나 개발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들도 다양하다.
ㅣ실리콘밸리 기업 생태
실리콘밸리에 자리잡고 있는 기술관련 기업 150개를 분야별로 분류해 보면 표 1 과 같으며, 이 기술기업들 중 매출규모가 큰 25대 기업을 순서대로 정리한 것이 표 2 에 나타나 있다.
표 1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의 분야별 분포
표 2 실리콘밸리 25대 기업
이 기업들 명단을 보면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기술기업들의 비즈니스가 다양하게 골고루 분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실리콘밸리를 포함하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는 기술관련 기업들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규모의 비 기술 기업들도 많이 위치하고 있다.
기술 기업들에서 가장 매출 규모가 가장 큰 Apple보다 50% 더 매출이 많은 석유 및 천연가스 회사인 셰브론(Chevron)과, HP보다 더 규모가 큰 의약품 및 화장품 회사인 맥키슨(McKesson), 인텔보다 규모가 큰 웰스파고(Wells Fargo) 은행이 좋은 예이다.
이외에 식품 유통회사인 세이프웨이(Safeway), 의류회사인 갭(GAP)도 유명 기술 기업들보다 많은 매출을 올리는 회사들이다.
소프트웨어가 기업들의 기술과 제품 개발, 회계, 유통관리, 인력 관리, 교육 훈련 등 기업 운영의 전 분야에서 활용된다고 볼 때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수요는 다양성과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생태와 소프트웨어 인력의 생태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실리콘밸리에서 직원 수가 많은 10대 기업(기관)들을 순위별로 정리한 것이 표 3 에 나타나 있다.
표 3 실리콘밸리 대규모 직원 고용 기업과 기관들
정보통신 네트워크(IT Networking) 서비스 회사인 시스코(Cisco)가 가장 많은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갈 수 있으나, 그 다음으로 실리콘밸리의 중심인 산타클라라(Santa Clara) 카운티와 캘리포니아 주 정부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숫자가 많은 것은 약간 의외 일 수 있다.
또 의료법인인 카이저(Kaiser)와 스탠포드 대학의 인력이 많은 것도 흥미롭다.
시스코 이외에 애플, 구글, 오라클 순으로 기업들의 인력이 많다는 사실은 바로 이 지역의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앱(app) 중심의 응용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시스템 소프트웨어와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 분야의 인력 수요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소프트웨어 인력을 채용하는 구인공고 결과를 종합해 본 자료가 표 4 에 있다.
표 4 소프트웨어 분야별 인력채용 공고
기업들이 채용하려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에 대한 수요가 가장 큰 것은 쉽게 예상될 수 있는 결과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은 Java와 같은 고급언어뿐만 아니라 시스템 소프트웨어나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스킬과 같이 하드웨어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언어들도 포함한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개발하거나 활용하는 기술들 중 소프트웨어 기술은 점점 더 비중이 커지고 있다.
특히 태블릿과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컴퓨터의 휴대성과 개인화가 가속화되며 소셜 네트워크 기반의 비즈니스가 활성화됨에 따라 다양한 앱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제품의 활용도가 커지고, 이들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에 대한 수요도 급속히 증가되었다.
이에 따라 전문성과 창의성을 갖춘 최고 수준의 인재들을 확보하는 데 기업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표 4 에 나타난 것과 같이 소프트웨어 개발자(Software Developer)에 대한 수요는 다음 순위인 품질관리(Quality Assurance)보다 50% 많다.
꾸준히 인기가 있는 분야는 오픈소스 프로그래밍 언어(Open-Source Programming Language) 인력으로, Python과 Ruby 전문가들을 여러 기업에서 고용하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Android 분야의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는 IT 기업들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다.
반도체와 컴퓨터 칩 생산업체인 Intel, Applied Materials, AMD, SanDisk, LSI, Xilinx, Atmel, Nvidia 등과 같은 하드웨어 기업에서는 시스템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많이 고용하고 있다.
또 네트워크 장비, 의료장비, 반도체 검사장비, 전기자동차, 비디오게임 등의 회사들이 유명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들인 Adobe Systems, Oracle, McAfee 등과 이웃하고 있다.
Google, Yahoo, eBay, facebook과 HP, Apple은 고급 소프트웨어 인력을 대량으로 흡수하는 공룡기업이다.
컴퓨터 CPU와 관련 반도체를 생산하는 인텔도 소프트웨어 인력 보유숫자로 보면 세계 6대 소프트웨어 회사로 꼽힐 만큼 많은 수의 소프트웨어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대기업들은 필요한 개발을 자체적으로만 추진하지 않는다. 혁신적이고 효과적인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하거나 보유한 중소기업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한다. 또 작은 기업들을 합병하여 기술과 인력을 확보한다.
필요한 인력도 업무 특성에 따라 정규직을 고용하는 동시에 프로젝트 중심의 계약직과 임시직을 수시로 고용하여 유연하게 업무를 진행한다. 실리콘밸리의 구인광고에서 많을 때에는 계약직 인원에 대한 수요가 정규직 인원의 70%에 달할 때도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특성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과 시장을 선도한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앞서고 가장 우수한 기술과 제품으로 기술과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혁신과 창조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최고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요구된다.
기업들의 경쟁에 치열해지면서 수준높은 소프트웨어 인력은 수요에 비하여 공급이 현저하게 부족한 생황이다. 주요 기업들의 인사담당자들은 한결같이 고급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찾기가 어렵다고 이야기하며 우수인력의 채용에 총력을 기울인다.
ㅣ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인력 생태
실리콘밸리는 거대한 소프트웨어 생산지이며 소비지이다. 실리콘밸리의 기업문화는 언제나 새롭고 독창적인 기술과 제품 그리고 비즈니스 개발을 선도한다.
이런 특성은 하드웨어 기술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술의 생산과 소비에서 항상 최고수준을 추구하게 한다. 새롭고 창의적인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개발과 함께 기존 소프트웨어의 창의적인 활용이 요구된다.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최고수준의 소프트웨어 인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다양한 조건을 제시한다. 최고수준의 급여와 복지, 회사내의 교육과 훈련프로그램, 개인 프로젝트 허용 등을 내세워 전 세계의 고급 소프트웨어 인력을 끌어들인다.
실리콘밸리에는 미국 기업들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지사나 연구개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세계 시장을 무대로 기업활동을 하는 실리콘밸리의 특성은 전 세계의 우수한 인력을 받아들이는 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기업생태가 갖는 또 다른 특성은 인력고용의 유연성이다. 우수한 능력의 인력은 최고수준의 대우를 받으며 소속기업에서 계속 일을 하거나, 더 좋은 조건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이동한다.
반면 능력이 부족하거나 기업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력은 다른 회사를 찾아야 한다.
유능한 인재들은 한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프로젝트에 따라 계약직으로 여러 일을 하기도 한다. 반대의 이유로 계약직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최근 실리콘밸리가 창업의 메카로 알려지고, 동시에 소셜 네트워크 관련회사들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실제로 소프트웨어 인력은 어느 한 분야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퍼져 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소프트웨어 고급인력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는 실리콘밸리 주변대학들의 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는 요소도 된다.
많은 대학들이 정규교육 과정 외에 일반인들을 위한 기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교육프로그램에는 기업의 전문가들이 강사로 참여하여 현장감 높은 내용을 교육한다.
새로운 분야의 시장이 나타나고 이를 위한 새로운 기술 능력이 필요하면 대학들이 신속하게 대응하여 필요한 전문인력을 공급한다.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연중 수시로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는데, 채용방식은 직접채용과 간접채용으로 구분된다.
직접채용은 기업들이 자체 웹사이트에 채용공고를 낸 후 전 세계에서 보내오는 이력서를 채용담당자가 검토하고 인터뷰를 거쳐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는 방식이다.
작은 회사의 경우 신문이나 크레그스리스트(Craigslist) 등에 채용광고를 내고 이력서를 받아 인터뷰를 거쳐 채용을 한다. 또 링크드인(LinkedIn)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하여 구직과 구인을 하기도 한다.
이외에 많은 헤드헌터(Head Hunter) 회사들이 기업들에서 요구하는 인력을 채용하여 공급하는데, 이 경우는 프로젝트 중심의 단기 계약직이 많다.
실리콘밸리에는 수많은 회사들이 자리잡고 있어 소프트웨어 인력은 유연하게 이동한다.
한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다가 자의던 타의던 회사를 떠나더라도 구인과 구직 광고를 이용하여 다른 회사에 정규직 또는 계약직으로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다른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가 다시 원래의 회사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회사들은 탁월한 능력을 보유한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찾으며, 필요한 경우 높은 수준의 보수와 스톡옵션 등의 처우를 제공하며 스카우트한다. 회사가 보유한 전문인력의 수준이 바로 회사의 경쟁력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급여가 높은 기업들을 순서대로 열거하면 Juniper, LinkedIn, Yahoo, Google, Twitter, Apple, Oracle, Walmart, facebook, Integral과 같다. 유명기업들의 경쟁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 구글과 페이스북 등 큰 회사들이 높은 처우조건을 내세우며 소프트웨어 분야 우수인력들을 스카우트하여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급여수준을 높여 놓았다는 비난(?)을 받고도 있다.
ㅣ마치며
실리콘밸리는 이제 반도체 기술 기업들만이 모여 있는 지역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융합되어 새로운 개념의 기술과 비즈니스를 창조하는 장소가 되어 있다.
IT 기술 기업들뿐만 아니라 자동차, 의료기기, 바이오, 에너지, 식품, 의류, 금융, 서비스 기업들이 서로 이웃하여 있으며, 전 세계의 유수 기업들이 이곳에 지사나 연구개발센터를 설치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다양한 기술과 비즈니스가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융합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개념을 창조해낸다. 이를 뒷받침하는 소프트웨어 인력도 전 세계에서 모여들어 서로 교류하고 경쟁하며 발전해 나간다.
무엇보다 실리콘밸리의 특성은 혁신과 창조를 통하여 세계 기술을 선도해 나가는 데 있다. 기업들은 이를 위해 필요한 최고수준의 소프트웨어 인력을 적극적으로 찾아 채용한다.
출신 국가나 인종, 성별 등을 차별하지 않고 컴퓨터 언어라는 공통의 언어를 사용하며, 창의성과 능력 중심의 자유경쟁에 따르는 소프트웨어 인력 처우가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수준을 세계최고로 유지하는 핵심요인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