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1

SPECIAL THEME 01 - 기업 소프트웨어 경쟁력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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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들은 지금까지의 신속한 모방 전략이 한계에 도달함에 따라, 앞으로는 매력적이면서 독특한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특히 기업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단일산업으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들과의 융합을 통해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소프트웨어의 가치와 시장선도 소프트웨어 기업의 조직문화를 통해 소프트웨어 경쟁력의 중요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ㅣ산업을 재창조하는 소프트웨어

과거의 소프트웨어는 기업의 정보시스템을 구성하는 일부로서 특정 업무를 자동화하는 정도의 의미를 가질 뿐이었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기기의 보급이 확대되고 스마트가전, 스마트워치, 스마트안경, 스마트카 등으로 대상이 확대되는 가운데, 이제는 기계전자장치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사물들이 인터넷에 연결되고 스마트화되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의 세상을 향해가고 있다.
 
그로 인해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해지고 있다.

사물인터넷은 신체에 착용하는 안경, 시계 등을 비롯해 가정, 사무실 등의 주거시설에 존재하는 각종 사물들, 나아가서는 거리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에 따라 사물인터넷은 제조, 유통, 물류, 공공인프라, 보안, 대중교통, 헬스케어, 에너지, 빌딩, 홈 등 모든 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물인터넷은 일상의 모든 사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클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적인 가치도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기존 산업의 ‘도메인 지식(Domain Knowledge)’과 새로운 하드웨어, 네트워크, 소프트웨어가 융합함으로써 기존 산업이 재창조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분명히 도태되고 말 것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스마트냉장고는 LCD 화면을 갖추고서 앱을 지원한다. LG전자는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요리를 선택한 후 오븐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면 조리를 시작하는 스마트오븐을 출시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조노프(Zonoff), 퀴비콘(QIVICON), 시그마디자인(Sigma Designs) 등 여러 스마트홈 전문기업들이 스마트홈 플랫폼을 장악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그림 1 사물인터넷의 응용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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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홈 플랫폼의 핵심은 소프트웨어다. 차량용 플랫폼 업체MANAGEMENT인 QNX는 차량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개발도구를 발표했다.

QNX의 도구는 HTML5, CSS3, 자바스크립트 등을 이용해 차량의 하드웨어에 액세스 가능한 차량용 애플리케이션을 손쉽게 개발하고 테스트, 배포할 수 있다.
 
QNX는 차량용 앱마켓을 만들어 개발자들이 자동차 제조사에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림 2 QNX의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개발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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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물류업체인 페덱스(FedEx)가 개발한 센스어웨어(Sense Aware)는 센서를 통해 배송의 전 과정을 연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배송중인 물품이나 박스에 장착함으로써 빛, 온도, 제품 위치 등의 정보를 추적하고 기록하며 공급망과 통합하여 문제발생 지점이나 비효율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선적지에 오래 방치됐거나 부패되기 쉬운 상황에 놓였다는 사실 등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페덱스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물인터넷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가 과연 존재할까? 사물인터넷은 기존 산업을 재창조하기 때문에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더불어 그것을 실체화할 수 있는 역량과 노력이 필수적인데,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해야 하는 요소가 바로 소프트웨어 경쟁력이다.

급격히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구상한 비즈니스 로직을 최대한 신속하게 소프트웨어로 구현하고 또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제품의 가치를 극대화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ㅣ시장선도 소프트웨어 기업의 조직문화

소프트웨어산업에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제품은 개발자, 아키텍트, 디자이너들에게 적합한 업무환경을 제공하고 그들의 헌신과 잠재력을 이끌어내고 높은 업무 만족도를 유지함으로써 만들어진다.
 
무엇보다 소프트웨어는 100% 인간의 지식노동에 의해 만들어진다. 전 과정이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난다고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개발비용의 대부분을 인건비가 차지하며 개발자의 역량에 따라 10배 이상의 생산성 차이가 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구글, 페이스북 등과 같이 시장을 선도하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단지 탁월한 인재를 채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업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업무에 만족하지 못하는 직원은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일찍 그만두기 때문이다.

2012년 10월 링크드인(LinkedIn)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 직장인들이 가장 입사를 희망하는 기업 순위에서 구글이 1위를 차지했으며 애플이 2위, 마이크로소프트가 3위, 페이스북이 4위를 차지하는 등 잘 알려진 IT기업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01 그 외 세일즈포스닷컴, 트위터 등의 기업들이 상위권에 포함됐다.

(01 http://venturebeat.com/2012/10/11/most-desirable-companies-to-work-for/)

무엇보다 이들 기업은 특별한 조직문화와 우수한 근무환경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업에 따라 그 모습에 차이는 있을지라도 공통적으로 조직문화를 통해 소프트웨어 인재들이 창의성 및 민첩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변화가 빠르고 예측이 불가능한 실시간 글로벌 경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구글은 인터넷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광고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업체이기 때문에, 주로 패키지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마이크로소프트와는 조직 분위기나 근무환경에 있어서 꽤 차이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제품 출시 주기가 대략 2년 정도이기 때문에 비교적 천천히 신중하게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일한다. 반면에 구글은 민첩하게 움직이며 보다 많은 위험을 감수한다.
 
민첩성이야말로 구글이 가진 가장 핵심적인 강점인데, 빠르게 시도하고 결과가 나쁘면 빠르게 철수한다(구글 문화의 특징 중 하나가 ‘일찍 실패하고 자주 실패하라’이다).

구글이 시도하는 모든 일들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사실은 실패하는 일들이 더 많다), 위험을 감수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오히려 위험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업계에 잘 알려진 구글의 ‘20% 프로젝트’는 다른 기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구글만의 독특한 정책이다.
 
구글은 자율적이고 민첩한 문화와 더불어 투명성과 개방성을 강조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지금도 매주 금요일마다 직원들에게 제품의 로드맵을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러한 문화를 통해 경영진과 직원들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개선하는 것이다. 애플도 구글과 마찬가지로 인재채용 및 유지에 강박적일 정도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애플에서 최고로 우대하는 직종은 산업 디자이너와 소위 DEST라고 불리는 엔지니어 그룹이다. DEST는 탁월한 엔지니어(Distinguished Engineer), 과학자(Scientist), 기술자(Technologist)를 뜻하며 회사에서 특별대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플의 엔지니어 그룹은 비용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며,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서라면 거의 제한없이 비용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다른 대기업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애플은 CFO 및 재무부서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손익체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문화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엔지니어 그룹이 제품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다.
 
많은 대기업들이 제품을 개발하면서 지나칠 정도로 손익계산에 집착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이것은 애플만의 차별화된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페이스북은 2012년 38달러에 주식이 상장된 후 오랫동안 공모가를 밑돌았다. 한때 주가가 50% 급락한 적도 있다.
 
하지만 2013년 2분기 실적을 발표한 후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170억 달러(약 20 조원) 가까이 상승하며 한때의 어두운 전망을 불식시켰다. 이러한 페이스북의 주가 상승은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전년 대비 매출이 53% 증가했고 1일 사용자는 51% 증가했으며, 모바일 광고 매출이 전체 매출의 51%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02
 
(02 http://www.computerworld.com/s/article/9241048/)

이러한 페이스북의 놀라운 실적 발표 직후 그간 페이스북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던 월가는 페이스북에 대해 잘못 판단했다면서 하루 만에 16개의 증권사에서 페이스북의 목표 주가를 높여 잡은 반성의 리포트를 내놓기도 했다.
 
그동안 국내외의 많은 전문가들이 “페이스북과 같은 SNS는 한 순간의 유행일 뿐 과연 얼마나 가겠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해 왔다. 실제로 해외의 마이스페이스, 국내의 싸이월드 등 수많은 SNS들이 인기를 지속하지 못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남다른 전략과 행보를 보이면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는데,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탁월한 소프트웨어 인재들에 최적화된 페이스북의 조직문화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페이스북은 실리콘밸리의 기업들 중에서도 가장 자유분방한 문화를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페이스북에는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드레스 코드도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만 해낸다면 아무도 문제를 삼지 않는다.
 
페이스북의 조직문화는 한 마디로 ‘최고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자신의 업무만 완수한다면 어떤 통제도 받지 않을 정도로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페이스북은 감시와 통제가 없이도 직원들이 맡은 바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런 환경에서 진정으로 열정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다. 또한 그런 방향으로 교묘히 직원들을 유도하는 각종 장치들을 갖추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개방형 ‘워룸(War Room)’이다. 작전실이라는 의미의 워룸은 군대에서 유래된 용어인데, 프로젝트관리에서는 팀원들이 한곳에 모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이러한 워룸은 국내의 삼성전자, LG전자에도 존재하는데, 그들 기업과 페이스북의 차이는 자발적으로 들어가느냐 아니면 회사가 강제로 밀어넣느냐에 있다.

그림 3 페이스북의 워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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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는 미션을 수행하는 팀이 자발적으로 워룸에 모여 며칠동안 격렬하게 협업을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개방된 공간에 워룸을 만들어 놓음으로써 이를 다른 직원들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그것이 다른 팀에 자극을 주게 된다.
 
거의 통제가 없을 정도의 자율성을 제공하면서도 이와 같은 경쟁과 자극의 문화를 통해 직원들의 열정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24시간 언제든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을 갖추고 있으며, 와인과 맥주가 무한대로 제공되는 파티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ㅣ소프트웨어 경쟁력의 본질과 시사점

그렇다면 경쟁에서 앞서나가려는 기업이 갖춰야 할 소프트웨어 경쟁력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탁월한 소프트웨어 인재들을 채용하고 그들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인재야말로 기업의 기존 제품을 재창조하고 융합의 시대를 이끌어나갈 중요한 자원이다.

시장선도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조직문화를 살펴보면 예외없이 공통적으로 지적능력, 창의력, 열정, 과제달성능력, 올바른 태도 등의 덕목을 갖춘 인재의 확보에 강박적일 정도로 집착하고 있다.03

(03 Gayle Laakmann McDowell, THE GOOGLE RESUME, Wiley, 2011)

그러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으며, 또한 그렇게 채용한 인재를 유지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기반으로 그에 걸맞은 독특한 조직문화를 확립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인재의 덕목이자 조직문화에 내재된 경쟁력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04

(04 류한석, ICT 기반의 창의문화 활성화 방안(정보문화이슈리포트 13-02호), 2013)

• 지적능력 : 인재 채용시 학력, 경력 등을 기초자료로 삼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진정한 지적능력의 검증에 엄청난 노력을 쏟고 있다. 모호한 부분을 명확하게 짚어내고, 복잡한 문제 상황에서 맥락을 파악하고,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는 지적능력을 중시한다.

• 창의력 : 아무런 정보도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언가를 기획하거나 설계하라는 요구를 받을 때 기존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창의력을 중시한다.

• 열정 : 열정이란 곧 강렬한 지적호기심이자 진취성이다. 새로운 정보나 기술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기술이나 방법을 끊임없이 접목하고, 새로운 분야에 계속 도전하는 능력을 중시한다.

• 과제달성능력 : 단지 아이디어만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것을 실행에 옮겨 달성해 내는 게 진정으로 가치 있는 역량이다.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도 시작한 일을 끝까지 수행해 완성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비교해보면 가장 중요한 차이점 중 하나가 바로 과제달성능력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 올바른 태도 : 균형잡힌 자신감과 경청할 수 있는 능력, 긍정적이고 헌신적인 태도를 중시한다. 사실 업계에서 최고의 인재는 ‘괴짜(Geek)’인 경우가 많다. 해당 기업들은 그런 인재의 개성을 존중하지만, 혼자서 최고의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팀을 위해 최고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또한 상황이 나쁘더라도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업무에 헌신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문화다. 진정한 소프트웨어 경쟁력의 확보를 위해서는 똑똑한 소프트웨어 인재들이 실패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창의적 시도를 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
 
그런 사람들을 신뢰하며 투자할 수 있는 문화 또한 갖춰야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실패를 인내하고 다시금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내용들이 현재 우리 기업들의 조직문화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새로운 시대로의 도약을 위해 우리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는 점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