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기술경영인 인터뷰 - (주)딜리 최근수 대표이사
공동작성_
강석철 교수(한국기술교육대)
이정선 전문작가(프리랜서)
이종민 과장(산기협)
대담_ 최근수 대표이사((주)딜리)
잉크젯(Inkjet) 기술의 선구자
ㅣ 3전4기의 도전, 글로벌 UV 잉크젯 프린터시장에 우뚝 선 뚝심의 CEO
세계경제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2010년 남유럽발 재정위기로 수년간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 채 심각한 위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산업계도 스마트폰 및 자동차 중심의 일부 산업생태계를 제외한 조선, 철강, 화학 등 대부분의 중후장대한 산업이 극심한 정체에 시름하고 있다.
바야흐로 글로벌 무한기술경쟁시대. 기업생존과 성장의 키워드는 “혁신(Innovation)”에 있다. 이는 IT분야에서 성공한 애플, 구글, 페이스북, 삼성은 물론 모토로라, 노키아, 블랙베리, 소니 등 여러 기업을 통해 확인된다.
특히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에서는 특정 분야에 대한 자사만의 고유 기술과 아이디어가 생존의 필수요소가 되고 있으며, CEO의 투철한 기업가정신과 사명감 역시 더욱 중요시 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사와 연계한 주변시장과 기술환경 변화를 감지하고 한발 앞선 경영이 매우 중요하게 되었다.
바로 이러한 때에 열악한 기업환경을 극복하고 3전4기의 도전정신으로 어떤 소재에도 인쇄가 가능한 신개념의 UV 잉크젯 프린터로 글로벌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딜리의 최근수 대표를 만났다.
중소기업 최고기술경영인으로서 직원과 협력업체와 함께 성장하기 위한 상생경영을 하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보았다.
ㅣ 직원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지속성장 기업을 꿈꾸다
최근의 경제상황처럼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날, 동두천에 자리잡은 딜리 본사를 찾았다.
인터뷰 시간에 맞추느라 급히 뛰어왔다며 방문객을 맞은 최 대표가 인터뷰를 위해 준비했다며 A4 한 장을 내민다. 딜리의 역사를 한눈에 보기 좋게 설명한 것인데 이어서 CEO로서 결코 순탄치 않았던 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최 대표는 1983년 원광대 전기과를 졸업한 후 첫 직장으로 LG금속에 입사했다. 그러나 신입사원 시절 경영 악화를 이유로 담당 과장이 구조 조정의 대상이 되었다.
이때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눈물과 두려움으로 밤을 지새우는 구조조정 대상 직원들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그가 갖게 된 굳은 신념이 있다.
“기업주는 어떤 상황에서도 성장을 통해 기업을 지속 생존시켜 사회와 임직원 모두에게 기여해야 한다.”라는 것. 그날 이후 그는 이같은 신념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노라고 말한다.
LG금속 퇴직 후 1986년부터 10년 동안 DGI 연구소장을 맡아 운영하던 그는 1996년 주판 제조사인 한국산기(주)를 승계창업하며 일리정공으로 사명을 바꿔 사업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최 대표는 꿈을 갖고 시작한 사업을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닌 날들을 조용히 회고하였다.
주판을 사용하면 학생들의 지능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장점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지만 이미 전자계산기의 편리성을 아는 고객을 잡기란 역부족이었다.
이내 다음 사업구상에 몰입하며 재기의 날을 꿈꿨다. 그렇게 두 번째 시도한 사업이 “제도기사업”이었다.
당시 제도기는 건축용 설계 외에 다양한 분야에서 많이 사용되는 제품으로 공고생에게는 하나의 필수품으로 애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컴퓨터용 3차원 설계시스템인 AutoCad가 나오면서 그는 또 한 번의 실패를 맛보게 되었다.
컴퓨터로 자유롭게 설계를 변경하면서 출력하는 형태는 이전의 수동식 제도기와는 유연성과 편리성에서 비교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연속적인 사업 실패에 매우 낙담한 그는 3전4기의 각오로 이번에는 건축에 사용하는 측량용 망원경개발 사업에 도전했다. 하지만 시제품 개발 성공이라는 기쁨도 잠시, 신기술인 광파(光波)측량기가 나오면서 출시조차 못하고 창고로 바로 직행했다.
ㅣ 실패에서 성공을 배우다
돌이켜 보면 그가 도전했다 실패한 3가지 사업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동종업체간 경쟁이 아닌 새로운 대체기술의 출현으로 실패했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그가 얻은 귀중한 교훈이 있었다.
“더이상 기존에 나와 있는 기술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목표하는 분야의 미래시장에서 어떤 기술이 시장을 주도할지 트렌드를 읽고 고객과 산업환경 변화를 예측하여 길목을 지키는 제품으로 선점하는 것만이 유일한 성공의 길”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기업의 성공적인 사업모델 구축을 위해서는 시장이 요구하는 니즈(Needs)가 무엇인지를 사전에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견인 방식은 시장과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여 이 요구수준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진출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최 대표는 창업초기 주판을 들고 홍보차원에서 주요 문구점들을 방문했을 때 점장들은 최근에 유행하는 수입제품들에 대한 정보를 주었다.
그때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여러 번 실패를 통해서 구매자가 공급자인 본인에게 귀띔을 주는 이런 정보가 바로 시장견인적인 상품정보임을 깨닫고 “시장 니즈와 고객소리를 세심하게 경청하고 차기 사업모델에 반영을 했다면 많은 실패를 줄였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고한다.
이와 반대로 기술주도형 방식은 새로운 기술개발을 통해 이전에 없던 신제품을 개발하여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방식을 의미하며 주로 기술주도형 글로벌 기업들이 추진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화투로 사업을 시작한 닌텐도는 전자게임기업체로 변신한 후 Wii라는 신개념의 게임기를 출시하여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생활패턴까지 바꾸며 시장을 창출한 바 있다.
캠핑시에 석유를 사용하여 불을 밝힌 호야(Hoya)燈으로 알려진 호야사는 유리를 만드는 핵심기술을 활용하여 “광섬유(Optical Fiber)”를 개발하여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여 대대적인 성공을 하였다.
ㅣ 콩기름과 UV 잉크젯 프린터
이어지는 실패 속에서 좌절하기보다 어떻게 극복할지 고뇌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최 대표는 우연히 신문을 보던 중 재기의 힌트를 얻게 되었다.
“우리 신문은 친환경 콩기름을 사용하여 냄새가 나지 않는 신문을 만듭니다.”라고 하는 광고를 접했다.
그는 모든 신문지가 인쇄되어 배송되었을 때 인쇄잉크 냄새가 많이 났었는데, 이 신문은 전혀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하니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공학도 기질이 발동하면서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분석한 결과 냄새의 원인은 실내공기 오염의 주범인 휘발성 유기화합물 VOCs(Volatile Organic Compounds)라는 것을 알아냈다.
이 물질은 공기 중에 기화를 하면서 환경과 인체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화합물질인데 저농도에서도 악취를 유발하며 화합물 자체로서도 환경과 인체에 유해하여 1990년대부터 지속적인 규제대상 물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광고에서처럼 냄새가 나지 않는 이유는 인쇄잉크 종류의 문제가 아닌 인쇄방법에 의한 것으로 인쇄와 동시에 자외선으로 경화시켜 냄새를 없애는 것이었다.
UV잉크는 자외선 에너지로 광화학 반응을 일으켜 액상(液狀)에서 고상(固狀)으로 초단위로 경화시키는 특징을 갖는 물질로 종래 용제형 솔벤트 잉크에 비해 순간 건조, 저온고속 생산성, 친환경 등과 같은 이점이 있어 광범위하게 용도가 확대되고 있었다.
이 원리를 알게 된 최 대표는 “아! 바로 이것이다. UV잉크를 이용한 프린터를 개발하면 응용분야가 다양하여 분명히 시장에서 반응이 좋을 것이다.”라는 확신이 생겼다.
이후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하여 2003년 UV 잉크젯 프린터 시제품개발에 성공하여 드디어 창업후 네 번째 만에 시장을 주도하는 계기를 만들게 되었다.
이 제품은 당시 세계에서 두세 번째에 꼽히고 가까운 일본보다는 무려 5년이 앞선 제품이었다고 한다.
ㅣ인력과 기술의 장벽은 네트워크로 돌파하다
딜리가 개발한 UV 잉크젯 프린터는 다품종 소량생산시대에 최적화된 프린터이다.
UV램프의 자외선으로 잉크를 소재에 고착시켜 친환경적이며 유리, 플라스틱, 철강, 나무 등 어떤 소재에도 직접 프린팅할 수 있어 무궁무진한 시장성장의 가능성이 있는 제품이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인력 수급 문제였다.
최 대표는 “이름도 없는 중소기업에 핵심인력은 거의 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핵심기술을 초기부터 독자로 개발할 수 있겠어요? 대졸인력의 등급을 1~5등급으로 구분한다면 1등급인력은 판검사, 의학계, 대기업, 연구소 등으로 빠져나가고, 중소기업에는 3~4등급 인력이 온다고 봅니다. 1등급 인력은 아무리 전망이 우수한 글로벌 강소기업이라 해도 오지 않습니다.”라며 개발초기 인력수급에서 많은 어려움을 토로한다.
결국 최 대표가 선택한 방법은 외부 인적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사활을 걸고 개발 협력업체를 구하는 데 총력을 기하는 것이었다.
딜리는 과거 솔벤트 잉크를 사용한 InkJet프린터에 대한 기술과 경험은 있었으나, 신개념 UV 잉크젯 프린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콘셉트만 있을 뿐, 실제 개발에 필요한 기술들은 국내 어느 곳에도 없었다.
최 대표는 기술개발을 위해 대학 등과 많은 협력을 시도하였는데 이름 없는 중소기업의 협력요청은 무시하는 경향이 많아 큰 고충을 겪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최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한 설득과 접촉을 통해 간신히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당시 잉크젯 프린터헤드를 통해 UV잉크를 제어하는 알고리즘이 핵심기술이었는데 이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따라서 국책 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와 기존 연구 과정에서 구축한 S/W 업계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핵심 Software를 확보하였다.
Hardware는 동국대의 석박사과정 학생들과 여러 학과 교수들과의 협력을 통해 개발하였다. 최 대표는 83년도 대학 졸업 후 20년 만인 2002년도 동국대 박사과정에 입학 하였다. 또 한 번 최 대표의 탁월한 인적네트워크 구축이 시작된 것이다.
동국대 박사과정을 다니면서 당시 본인이 구상한 UV 잉크젯 프린터개념을 기초로 컴퓨터공학과, 기계공학과, 전자공학과 등 여러 학과 교수들로부터 컨설팅을 받고 후배 연구과정 학생들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중요 제어부에 관련한 회로물과 PCB설계 등은 출연연의 지원을 받고, UV램프제어 기술은 노하우를 많이 보유한 영국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최적화하여 드디어 2003년에 첫 모델인 Neo Jet이 탄생하였으며, 이듬해 2개의 신규 모델을 연거푸 출시하였다.
ㅣ해외에서 길을 찾다
제품개발에 성공한 최 대표는 시장공략 목표설정에 고민하기 시작했다. ‘보통의 사업방식처럼 국내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한 후 해외시장을 공략할 것인가?’ 아니면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목표로 할 것인가?’를 가지고 장고에 들어갔다.
국내시장을 목표로 할 경우, 제품유지 보수 등에 용이한 측면이 있으나 제품가격이 최소 1억 원 이상이 되는 고가제품이며 홍보가 쉽지 않은 것을 고려해서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목표를 설정하였다.
이를 위해 최 대표는 ‘유명한 해외전시회 2~3곳을 선정해서 전시회별 최소 3번 이상은 반드시 참여한다’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했다. 그래야 비로소 고객과의 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신념을 굳게 세우고 일관되게 추진하였다.
최 대표가 많은 전시회 참가를 통해 분석한 결과, 첫 전시회 참가시 고객은 이런 업체도 참가했구나 하는 정도로 지나치지만 동일 전시회에 다시 나가면 그때 그 고객은 처음의 기억을 떠올리며, ‘아! 이번에도 또 나왔구나’ 하면서 카탈로그와 명함 등을 가지고 간다.
이어 세 번째에도 참가하면 고객은 비로소 신뢰를 주며 상담에 임하게 된다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원칙하에 연초에 두바이, 라스베가스 전시회를 시작으로 5월에는 유럽 전시회, 8~10월에는 상하이, 올랜도, 라스베가스 전시회에 참가하고 11월에 국내 KOSIGN전시회 등 수많은 전시회에 참가하며 해외 바이어를 확보하게 되었고 이들과 다양한 정보공유를 통해 딜리제품과 기술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고 한다.
딜리는 UV 잉크젯 프린터 중 수요층이 가장 두터운 Entry-Level 시장을 공략목표로 설정하여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였고 현재는 전 세계 시장점유율 10%정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수출이 차지하고 있다.
최 대표는 “보통 중소기업이 해외전시회에 처음 참가시 부족한 자금력에도 무리한 투자로 큰 부스를 제작하지만 성과가 저조할 경우 다음해 참가를 주저합니다. 참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라며, 비록 규모가 작더라도 앞서 언급한 최소 세 번의 연속참가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칫 일회성 행사로 그칠 경우 자사 브랜드와 기술을 홍보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어 결국 해외 고객에게 신뢰를 잃게 되기 때문에 꾸준한 인내와 노력으로 결실을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ㅣ경영철학을 공유하는 업체와 상생을 꿈꾸다
전체 매출액의 약 80% 이상을 차지하는 해외고객에게 적기에 품질 좋은 제품을 공급하는 것은 딜리에게는 숙명의 과제였다.
최 대표는 제품배송이나 품질불량 문제로 신뢰가 깨지는 것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기에 안정적이고 우량한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 선정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본격적인 제품생산을 위해 3,200여 개의 단위부품 및 모듈들이 필요하였고, 이런 제품들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우량 협력기업의 확보가 필수적이었다.
완제품 생산을 위해서 딜리 내에서 모든 부품과 모듈들을 자체 개발 및 생산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외부 협력사의 선정과 관리운영 등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다.
최 대표는 평소 폭넓게 쌓아온 인적네트워크를 통해 많은 외주 협력사를 소개받고 직접 현장실사를 다녔다.
중점적으로 보는 점검 포인트는 ‘현장라인의 정리정돈 상태’를 꼽았다. 이유는 기초가 취약한 기업은 무언가 다른 곳에도 허점이 있고, 품질관리 등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단 철저한 실사를 통해 협력사로 선정을 결정한 후에는 계약시 타사대비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 100% 현금결제를 하며, 우수한 성과를 거두었을 경우 적정한 보상을 실시하여 오랜 거래관계를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협력사 관리의 또 다른 원칙으로 거래처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대표이사의 결재를 반드시 거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협력업체의 동반성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최 대표의 철학으로 이해된다.
ㅣ핵심은 ‘융합’,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
“딜리의 핵심경쟁력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최 대표는 겸손하게 “딜리의 핵심경쟁력을 우리 내부에서보다는 이제껏 구축해온 외부 네트워크에서 찾고 싶습니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개별 부품과 모듈을 최적의 파트너에 분배하여 개발, 생산하고, 당사는 통합 시스템을 튜닝하고 조정합니다. 방금 말씀드린 일련의 프로세스를 가능케 하는 네트워크가 당사의 경쟁력입니다.”라고 말한다.
이것이야말로 중소기업이 갖출 수 있는 대단한 핵심역량이라고 판단된다.
최근의 연구개발추세는 다양한 융복합의 경향이 뚜렷해 한 기업이 모든 것을 자체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만 내부에서 수행하고 나머지는 가급적 아웃소싱하여 통합화하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대세이기 때문이다.
이미 딜리는 이런 추세를 정확히 파악하고 자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즉,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설계시작부터 최종적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시스템 전체 통합 콘셉트를 확정하고, 이를 기초로 내부에서 추진할 것 그리고 외부에 분산 위탁개발할 것 등을 정한다.
또 다른 핵심경쟁력은 완벽한 품질관리 능력에 있다. 여러 생산제품 중 주력으로 생산하는 NEO TITAN시리즈는 평균 3,200여 부품과 110여 개 협력사(해외부품 협력사 16개사)를 통해 완성된다.
완벽한 품질을 구현하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의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부품 입고시부터 철저한 검사가 시행되며, 오랜 사업을 통해 축적된 딜리만의 품질관리 시스템을 통과한 무결점 제품만이 최종 고객에게 인도되게 된다.
최종시험에서는 다양한 Color Management 방법을 통해 색의 번짐, 투명도 등을 테스트하고 조립과정과 통합 공정과정에서의 문제점이 없는지도 과정시험을 통해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수출에서 달성하는 딜리의 원동력이었다.
미래준비경영에 관해서 최 대표는 과거 수차례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차기 사업으로 어떤 제품을 준비해야 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중장기적으로 유치원부터 초등, 중등교육 과정까지 스마트 디지털 미디어가 확산될 것으로 예측하고 Digital Signage를 국내 출연(연)과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며, 또한 차세대 디지털 라벨(Label)프린터인 NEO MERCURY를 개발하여 금년부터 집중적으로 마케팅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존 전통적 인쇄방식인 옵셋이나 플렉소 방식의 라벨인쇄기는 한 가지 내용을 다량으로 인쇄하되 적합하다면, 이 제품은 간단한 컴퓨터 조작으로 번거로운 준비작업 없이 즉석에서 다양한 종류의 라벨과 데이터를 출력할 수 있는 기능을 보유하여 고객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ㅣ지속성장을 위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간다
지난해 말 딜리는 독자 기술력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한 업적을 인정받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그에 앞선 5월에는 석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최 대표의 꿈은 큰 회사보다는 오래가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수천 억의 기업을 만드는 것보다 200~300년을 지속생존하며 사회에 기여하고, 직원이 자부심을 갖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기업인의 최대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 그는 지역인 동두천시 기업인 협의회장을 맡아 “사랑나눔 행복프로젝트” 등 지역사회와 소통을 강화하고 있으며, 110여 개의 협력사와의 상생동반성장을 꾀하며 상생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회사내부적으로는 직원의 사기진작과 소통활성화를 위해 여우회, 꽃사슴회(기혼자 모임), 스키동호회, 무선기기 동호회, 지식경영동호회 등 다양한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제반의 경영현황에 대해서도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작년에는 2번의 경영컨설팅도 받았다. 과연 전 임직원들이 사장과 회사경영 전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컨설팅 결과를 리뷰하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는데 컨설팅기관의 조사결과, 대표이사로의 업무 집중이 과도하여 성장의 저해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최 대표는 컨설팅 후 조직을 전면 개편하여 철저히 권한과 책임을 본부장에게 일임했다. 그리고 임직원과의 소통을 위해 본부별로 사업계획 수립 후 워크숍을 실시하고, 사업계획 확정 후 또 한 번 전체 워크숍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전 사원을 대상으로 경영정책 설명회를 통해 회사의 경영상황을 공유한다고 한다.
최고기술경영인의 중요한 역할을 묻는 질문에 최 대표는 “첫째는 차세대 먹거리를 항시 찾는 것이며, 둘째는 내부인력의 학습과 능력을 개발시키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해 말했다.
첫째, 차세대 먹거리 발굴은 기업의 영속성을 위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추진돼야 할 활동으로, 이를 위해 CEO를 포함한 임원들이 미래사회의 변화와 시장도입 가능성이 큰 기술과 제품에 대해 예측능력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은 대단한 전문분야이기 때문에 최 대표는 가급적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각종 조찬모임, 세미나 등에 참석하여 인적네트워크를 넓히고 석학들을 접촉할 수 있는 모임에 자주 참석하려 노력한다고 한다.
둘째 내부인력 학습을 위해 최 대표 스스로 교재를 만들어 학습을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모든 팀 단위별로 아침마다 10분 정도 스스로 선정한 테마에 대해 학습한 결과를 발표하고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또 하나는 업무를 매뉴얼화하고 실무 경험을 반영하여 모두가 공유하고 학습할 수 있는 지식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 예로, 수출 비중이 80%를 점하는 딜리는 잦은 해외전시회 참가를 하게 되는데 그 준비와 운영 과정, 그리고 결과는 철저히 매뉴얼화되고 문서화되어 공유되고 있다.
ㅣ인생은 학교에서 배우고 기술은 회사에서 배운다
최근 기술변화와 산업패러다임이 크게 요동치는 분야에서 기업경영을 하는 CEO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국내외 경제여건은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지만 기술변화속도는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 대표는 “내 사업과 연관 있는 주변 고객과 관련 시장, 산업패러다임 변화를 항상 예의주시하며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지 CEO 스스로 학습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하며 다양한 기회포착과 인적네트워크를 동원하여 정보를 습득하고 분석해 향후 사업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아울러 최 대표는 취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최근 많은 기업들이 스펙을 보지 않고, 다양한 면접방식을 택하는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사원 채용시 평가기준이 기술적 이해의 깊이보다 ‘좋은 인성을 갖추고 있는가?’, ‘다양한 분야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지혜가 있는가’를 집중해서 본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경제상황, 사회현상부터 전공지식까지 폭넓게 지식을 습득하고 자기만의 차별화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최 대표는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가로서 청년들에게 포부를 펼칠 수 있는 야망을 가져라 권면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 대비 부족이 있을수 있지만, 꿈과 비전을 펼칠 수 있는 곳은 오히려 우량한 중소기업이라고 최 대표는 자신 있게 말하고 있다.
ㅣCEO의 꿈, 딜리의 꿈
최 대표는 디지털 UV 잉크젯 프린터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핵심 기술력을 앞세워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 개발에 착수했다.
주력 아이템인 산업용 프린터 제품군을 확대하면서 매출 극대화에도 박차를 가하는 제2의 도약을 실현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딜리의 최근수 대표, 그의 어릴 적 꿈은 기술자였다고 한다.
3번의 실패를 밑거름 삼아 디지털 UV 잉크젯 프린터 전문기업의 CEO로 우뚝선 그의 꿈은 딜리에 다니는 임직원들이 자신의 자녀에게 딜리에 취업하도록 권유하는 기업을 만드는 일이라고 한다.
3전4기의 성공신화의 주역, 최근수 대표. 그가 이끄는 딜리의 새로운 도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