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기술경영인인터뷰

줌인리포트 - 한국정밀(주) 손출배 대표

 

글_ 정라희(자유기고가)
사진_ 박동희(라운드테이블 이미지컴퍼니)

강한 기술로 실현하는
히든 챔피언의 꿈대중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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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대중에게 잘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해당 분야에서 만큼은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기업이 있다.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 박사는 그런 기업을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이라 명명했다.
 
올해로 설립 13년째를 맞는 한국정밀(주)의 최종 꿈은 바로 히든 챔피언이다. 높은 목표를 향해 도약하기 위해 차근차근 길을 다져가는 이곳. 세계 시장에 내밀 그들의 히든카드는 바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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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향평준화를 지향하며 최고수준의 정밀도와 청결도를 유지하는 한국정밀(주) 생산라인


ㅣ탄탄하게 내실다진 작지만 강한 기업

중소기업 하나가 탄탄하게 자리를 잡기까지는 최소 10년의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한국정밀(주)는 2001년에 기업으로서 첫발을 내디딘 이후로, 단 한 차례도 후퇴하는 법 없이 차근차근 성장해왔다. 그동안의 평균 매출신장은 매년 25% 내외다.

한 자릿수 성장세를 꾸준히 이어가기도 쉽지 않은 요즘, 이제 갓 설립 13년차를 맞는 중소기업이 이 만큼의 성과를 냈다는 건 기록에 가깝다.
 
2011년에는 329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2012년에는 420억 원을 달성했으며, 2013년에는 4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계속해서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한국정밀은 자동차의 구조장치로 노면의 충격을 완화하며, 차량의 자세를 제어하는 현가장치(Suspension)와 주행 중 방향조정과 차체의 쏠림을 제어하는 조향장치(Steering) 파트의 볼 스터드(Ball Stud)와 어시스트 암 소켓(Assist Arm Socket)류, 변속기를 제어하는 오토 트랜스미션(Auto Transmission)에 들어가는 유압 솔레노이드 밸브(Solenoid Valve)를 생산하는 전문기업이다.

“한국정밀에서 생산하는 아이템은 100% 자동차 관련 부품입니다. 예를 들어, 유압 솔레노이드 밸브는 자동변속에 필요한 핵심부품인데요. 변속이 6단에서 8단, 10단 이렇게 올라갈수록 연비나 승차감이 좋아집니다. 쉽게 말해 사람이 계단을 올라갈 때도 같은 높이에 계단이 5개 있느냐 10개 있느냐에 따라서 힘의 부하가 달라지잖아요. 이 부품은 작동부위가 굉장히 좁기 때문에 단순 가공이 아닌 밀리미크론(㎛) 단위로 정밀성을 따져야 합니다. 제품의 청정도 역시 이물질 크기를 가로세로 0.2mm 이하로 관리하고요.”

정밀가공에 더한 청정관리까지 관리해야 하는 까닭에 웬만한 기술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품. 이 때문에 한국정밀은 스스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프로세스를 판매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정밀은 유압 솔레노이드 밸브 부품을 하루 6만 개씩 생산하는 등 국내 최고 생산량을 자랑한다. 유압 솔레노이드 밸브 부품을 포함해 한국정밀에서 납품하는 부품은 한 달에 약 600만 개가량. 연간으로 따지면 약 7천만 개에 달한다.

“국내 자동차의 위상이 세계적으로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 품질 관리 기준이 외국사보다도 이제는 높습니다. 이물질 관리기준도 외국사는 대개 0.3~0.4mm 수준이에요. 그래서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죠. 관리자들도 ‘여기가 반도체 공장이냐’며 항의어린 불만도 토로했고요. 그렇지만 길게 봤을 때 우리가 인식을 바꾸는생산라인게 옳았습니다. 이제는 모든 관리자들의 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혹독하게 맞춘 정밀도와 청정도 덕분에, 한국정밀의 제품은 외국시장에서도 통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정밀은 간접수출로 한 해에 1천3백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직접 수출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덕분에 지난 12월 5일 무역의 날에는 ‘300만 불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울러 직접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국외 유수 전시회에 문을 두드리며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하자원이 절대 부족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기술을 활용해 국외 마케팅을 강화해야 합니다. 오랜 기간 자동차라는 한 길을 걸으면서 기술력은 증명이 됐습니다. 가격과 품질 모두 맞출 수 있는 우리만의 강점을 살려서 외국시장의 문을 더욱 활짝 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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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임직원 자체 역량 강화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손출배 대표와 직원이 함께


ㅣ중소기업에서 배운 경험으로 키운 회사

한국정밀의 성공이 여타 중소기업에 귀감이 되는 이유는 중소기업 엔지니어 출신으로서 이만큼의 성과를 달성했다는 데 있다. 1986년 자동차 1차 밴드 업체에 취업해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손출배 대표.
 
당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단계였다. 그 유명한 포니를 시작으로 국산차가 각국으로 수출되던 시기.
 
일본이나 미국 등지의 수입부품 의존도에서 벗어나려면 국산화는 필수였다. 하지만 쏟아지는 신규부품에 대응하려면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당연히 자동화가 이슈로 떠올랐다.

“그때만 해도 저는 자동화에 관해서는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제가 근무하던 회사의 대표님이 저에게 ‘자동화를 배워서 우리 회사에 도입해 보자’고 하시더군요. 정보를 얻을 데가 마땅치 않으니 일본의 원서를 보면서 기계에 관한 공부를 했습니다. 일본어도 잘 몰라 사전을 보면서 독학을 했지요. 그러다가 작게나마 테스트에 성공하면서 사내에 자동화 연구팀을 꾸릴 수 있었습니다.”

그때 현대자동차에서 1차 밴드 업체를 대상으로 자동화학교 1기를 모집해 사내대표로 지원했고, 부산에서 울산까지 출퇴근하면서 자동화학교 교육과정을 최우수로 졸업했다.
 
그렇게 중소기업에서 기사부터 부장으로 승진하기까지 15년을 보내며 자동화 연구에 몰입했다. 자신이 개발한 생산라인에서 제품을 만든다는 긍지도 높아 갔다.

“직장생활 15년차가 되니 당시 대표님께서 저를 불러 ‘이제 독자적으로 새로운 걸 해봐야지 않겠냐’고 하시더군요. 샐러리맨이던 제가 무슨 사업자금이 있었겠습니까. 사업 아이템을 이전해주시는 건 물론, 본사 옆에 있던 제2공장의 공간도 임대료만 내고 사용할 수 있도록 5년간의 기간을 주셨어요.”

창업 후 첫 매출은 불과 11억 원. 하지만 손 대표는 거기서 좌절하지 않았다. 당시 규모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영업활동을 강화했다. 15년 엔지니어 생활에서 얻은 노하우는 그대로 한국정밀의 기술자산이었다.

“결국 5년째 되던 해에 공장부지를 구입해 독립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대기업에 입사했다가 중소기업으로 들어왔어요. 그런데 사업을 해보니 당시 회사에 있을 때 배운 기술과 경험들이 여기까지 오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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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끊임없는 공부와 연구개발이 성장의 원천

이후 한국정밀은 2007년에 2공장을 지었고, 2011년엔 3공장을 신축하면서 사세를 확장해 갔다. 눈에 띄는 성장의 뒷면에는 임직원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려는 손출배 대표의 의지와 지원도 한몫했다.

“불량률을 줄이고 기술력을 향상시키려면 결국 우수한 인재가 기본입니다. 기업은 결국 ‘사람’입니다. 더구나 지방에 있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인재를 데려오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의 직원을 우수한 인재로 키우자고 마음먹었죠. 저 역시 직장인일 때 다양한 교육에 참여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웠습니다.”

손출배 대표는 스스로 ‘교육 매니아’를 자처한다. 직장생활 중에 듣고싶은 교육이 있으면 휴가를 내 자비를 들여 교육을 받으러 갈 정도였다. 지금도 토요일마다 교육을 받고 있다.
 
올해는 기계공학 전공으로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를 앞두고 있다. 실제로 손 대표의 전공은 전자공학, 산업경제학, 기계공학 등 세 개다.

“공부는 시작은 있어도 끝은 없습니다. 죽을 때까지 공부해서 지식을 쌓아야죠. 그것이 저 자신을 성장시키는 행운으로 전환됩니다. 지금도 토요일에는 교육을 받으러 갑니다. 제가 솔선수범하니까 다른 직원들도 자연스레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죠.”

자신이 직접 교육의 성과를 경험한 까닭에, 대표가 된 지금 임직원들에게 교육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한다.
 
한 직원이 다른 교육에 다녀오면 그 내용을 정리해 모든 임직원 앞에서 발표한다. 한 사람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면 다른 사람도 따라간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정밀은 몇 해 전부터 특허출원과 신기술 상용화에 관심을 쏟고 있다. 소재 공급장치와 자동공급 커팅장치, 터빈 유체압축기 등을 개발해 출원등록하고, 상용화를 위한 공동연구도 추진 중이다.

“제가 CEO와 연구소장을 겸직하는 것도 경영과 연구는 분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초정밀가공 분야는 중견기업 이상의 큰 회사가 전담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으로서는 설비투자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만의 길을 깊이 파다보면 우리만의 경쟁력도 생길 거라고 믿습니다. 그것이 우리 회사가 히든 챔피언으로 성숙해가는 지름길이 될 거라고 봅니다.”

경기가 어렵다고 다른 곳에 눈을 돌리기보다 고유 역량에 더 집중하며 장인을 길을 가겠다고 말하는 손출배 대표. 짧은 역사에도 자기만의 색깔을 분명하게 찾아가며 정진하는 한국정밀의 다음 도약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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