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열쇠 - 창조경제, 산·학·연 협력해야 성공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핀란드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자일리톨, 산타클로스, 그리고 노키아였다.
이 중 노키아는 한 때 핀란드 GDP의 4%, 수출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핀란드의 ‘국민기업’이었지만, 스마트폰 붐이 전 세계를 강타할 때 적기에 대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실적부진으로 인하여 결국에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되었다.
이와 함께 핀란드 경제도 함께 몰락할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되었지만, 이를 불식시키고 노키아의 빈자리를 채우며 등장한 것이 바로 게임산업이다.
특히 모바일 게임산업이 대표적으로, 그 선두주자는 로비오社이다. 이 회사는 2003년 노키아가 주최했던 모바일게임 개발대회 우승자 3명이 창업해 ‘앵그리버드’로 유명해진 기업이다.
출시 후 20억 건이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캐릭터 사업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어 2012년 매출 1억 5,220만 유로(전년 대비 101% 증가), 세전 이익 7,680만 유로(64% 증가) 등 노키아의 뒤를 이을 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로비오, 슈퍼셀, 프로그마인드, 핑거소프트 등으로 대표되는 핀란드 게임산업의 매출액은 2013년 기준 8억 유로(1조 1,451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데, 2020년까지 14억 9,000만 유로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출처: 네오게임즈).
물론 핀란드 전체 법인세 수입의 23%를 담당하고, 연간 300억 유로 매출을 올렸던 노키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핀란드 인구 550만여 명 중 불과 2,200여 명에 불과한 종사자 수를 감안한다면 그 저력만큼은 충분히 보여주는 수치이다.
이처럼 노키아, 로비오로 이어지는 핀란드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여러 이유 중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것은 고급인력을 공급하는 대학, 기업의 기술적 애로를 해결해주는 연구소 그리고 기술을 사업화하는 기업들 간의 활발한 산·학·연 협력체계이다.
특히 핀란드의 테크노폴리스는 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함으로써 성공한 산학연 협력체계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곳에서는 공공연구소(VVT 등)가 헬싱키 대학(TKK)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한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기업들에게 사업화를 의뢰하거나 스스로 특허등록을 통해 창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알루미 서비스’를 제공한다.
알루미 서비스는 테크노폴리스가 위치한 사이언스 파크 한 곳에만 매년 200건 이상 지원되고 있다. 또한 핀란드 국립기술청(TEKES)은 이들을 위해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등 산·학·연·관 협력체제가 완벽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산·학협력이 아직도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의 연구개발비 가운데 대학 및 공공연구기관에 지원하는 비중은 2003년 3.26%에서 2011년 1.65%로 줄어들었다.
동 기간 기업 연구개발비가 2.6배 늘어난 것을 감안한다면, 산·학·연간의 상호 기대와 필요성에 대한 인식 저하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의 원인 중 첫 번째는 협력하는 산·학·연 상호간의 목표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기초기술보다는 1~2년내에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기술개발을 희망하는 반면 대학, 연구소 등은 논문·특허에 필요한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교수 및 연구원의 실적평가시 사업화 성과보다 논문, 특허 등에 대한 실적의 비중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유추되고 있는데, 실례로 한 국립대의 공과대학 교수 평가지표상 교육활동과 연구활동 비중이 각각 40%이긴 하나 연구활동 중 논문 반영비율은 35%이고 산·학협력활동 반영비율은 5% 미만에 불과한 것을 보면 그 실상을 짐작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산·학·연간 인력교류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협력하기 위해서는 장기간 지속적인 교감을 통해 과제를 도출하고,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환경에서는 진심을 갖고 서로를 이해할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상호 교류가 부족하다는 것은 IMD 세계경쟁력 평가의 과학기술 인프라 부문 중 산·학간 지식전달 정도가 불과 25위(2011년)를 기록한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향후 국내 산·학·연 협력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의 성과보상 체계가 재정비되어야 한다.
논문·특허 위주의 평가가 아닌 산·학·연 협력 실적과 성과에 대한 반영비중을 높여야 하며, 이는 개인평가뿐 아니라 기관 평가지표에도 반영되어야 한다.
또한 대학별 특성을 반영한 성과체계 마련이 시급한데, 예를 들면 연구중심 대학은 연구실적 중심, 교육 중심 대학은 교육역량 중심, 지역기반의 산·학협력 중점대학은 산·학협력 실적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등 차별화되어야 한다.
물론 대학내에서도 교육중심 교원과 연구중심 교원의 성과평가는 차별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기업, 대학, 연구소간 상호교류 활성화를 위한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기업의 인력들이 대학, 공공연구기관에서 수시로 연수받고 상호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거나 CTO와 연구원, 교수들간의 정기적 교류의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대학에서 산업체 경력의 전문가를 전임교원으로 적극 채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기업경험을 살려 시장지향형의 R&D를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고 후학을 위한 기업경험 전파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반면 연구원이나 교수들은 안식년을 해외가 아닌 국내기업에서 보낼 수 있도록 연구비 지원을 해주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와 더불어 정부의 산·학·연 협력 지원도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부가 대학이나 연구소에 지원하는 과제도 향후 사업화를 염두에 두고 기획되어야 하며, 기획단계에서부터 기업의 수요를 반영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그 결과가 응용연구 및 개발, 사업화 등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기업의 수요와 기존의 국가 R&D사업을 효과적으로 연계하여 지원할 수 있는 관련인프라 확충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산·학·연 협력의 활성화를 통해 위기상황에서 어려움을 극복해 갔던 핀란드의 사례 속에서 볼 수 있듯이 창조경제는 산·학·연·관이 공동의 비전을 향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힘을 모을 때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