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나침반

PLUS ESSAY - R&D 성과와 효율을 극대화하는 수행비법

글_ 윤석열 R&D경영연구소 대표

R&D 현장은 왁자지껄
시끌벅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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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는 잘 알지 못하는 내용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행하는 것이 기본이다. 잘 알고 있는 일이라면 구태여 R&D과제로 수행할 일이 아닐 것이고, 잘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그 지식으로 해결하면 되는 일이다.

R&D는 모자라는 지식으로 성과를 만들어내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 어려운 일을 연구원들은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지식과 경험, 노하우를 최대한 모아 활용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나가면서 해결한다.

따라서 R&D 수행의 핵심은 지식, 경험, 노하우 등을 융합하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연구개발을 하는 사람들의 주된 업무는 기왕의 지식을 정리한 책을 보거나 다른 사람의 논문이나 특허를 읽고 세미나에 참석하여 경험과 노하우를 습득하는 일이다.

최근의 R&D 일은 예전보다 훨씬 많은 분야의 기술과 지식을 융합해야 하고 인문학까지 포함시켜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정보의 입수와 융합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제는 몇몇 특출한 만물박사나 천재만으로는 할 수 없고, 서로 다른 지식과 경험의 융합이 R&D 성패를 좌우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 다른 지식과 경험의 융합, 이것은 바로 소통으로 이루어진다. 즉, 전문분야간, 상하간, 연구원간, 심지어 사회와의 소통이 R&D의 성패를 좌우한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내용이라도 다른 사람, 다른 분야에서는 이미 확실한 지식이 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자신에게는 낯설고 서툰 일이라도 다른 분야에서는 아주 익숙한 경우가 얼마든지 가능하여, 서로 교류만 해도 전혀 새로운 결과를 낼 수도 있고 시간과 돈, 노력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도 있다.
 
R&D에서의 소통의 효과이자 효율이라 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학회나 세미나 등에 참석하는 것을 제한하거나 연구개발은 실험실에서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묵묵히 연구하고 실험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논문이나 특허 읽는 것을 소홀히 하고, 연구원들간의 교류를 시간낭비로 치부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은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연구개발 분야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이미 경험도 해보고 축적해놓은 지식과 노하우도 있는데, 이를 활용하지 않고 맨땅에서 시작하는 경우, 사전에 의견만 조율하면 한번에 할 수 있는 일을 여러 번 수도 없이 하는 경우, 심지어 바로 옆에 있는 부서와 이야기만 나누면 될 일을 외국까지 나가 기술을 도입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모두가 소통만 제대로 하도록 하면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고 인력이나 경비도 절감할 수 있는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많은 회사나 기관에서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각종 문서나 보고서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자들을 모아 회의나 워크숍을 열기도 하며, 분야별·계층별 간담회 등 공식적인 대화채널을 만들기도 하고, 동호회나 회식의 자리를 마련하는 등 여러 가지 수단을 강구하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는 것 같지 않다.

그 이유는 소통의 매커니즘을 보면 쉽게 찾을 수 있고 해결책도 마련할 수 있다.

아래에 소통의 중간과정을 분석하여 매커니즘으로 나타내고, 소통의 어려움을 소통의 곱셈법칙으로 표현하여 보았다. 소통이 되기 위해서는 이들 과정 모두가 직선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소통이 될 확률은 이들 모두를 곱한 값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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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의도가 분명하더라도 그것을 말이나 글로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또, 다른 사람의 글을 밑줄을 그어가며 글자 하나 놓치지 않고 읽거나 다른 사람이 말할 때 토씨 하나하나까지 듣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사람들에게 각자의 경우를 위의 소통의 곱셈법칙에 대입시켜 보라고 하면, 대부분이 0.01도 되지 않는다고 계산한다. 이것은 100번은 이야기해야 소통이 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100번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 격변의 시대에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100번을 이야기한다, 분명 대단히 큰 숫자이고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지만 돈도, 시간도 많이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바로 분위기를 왁자지껄, 시끌벅적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사람들이 같은 이야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면서 자기 뜻을 전달하려고 한다. 그것도 소소한 부분까지 진솔하게 이야기하기 때문에 소통의 효과가 확실하다.

이런 말을 R&D분야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아니, 조용하게 사색하며 집중해서 일을 해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고 생각도 정리되지 않는데, 와글와글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며 반문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우리의 행동패턴을 보면 생각을 확실하게 정리하고 나서 말을 하거나, 글을 쓰기보다는 대화를 하다가 생각도 하고 아이디어도 내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수행하는 사람도 아닌데 조용히 앉아서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겠는가? 왁자지껄 시끌벅적하며 대화하는 분위기가 조용한 분위기보다 생각을 더 많이 깊이 있게 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데 효과적임이 분명하다.

직장 상사가 주재하는 엄숙한 공식회의에서 어느 누가 실패를 이야기하고 실수나 시행착오를 자랑할 수 있을까? 그런 말을 한다고 해도 절제된 언어로 많은 부분을 생략해서 이야기하지 않겠는가!
 
R&D는 수십 수백 번의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야 성공을 거둔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런 실수나 시행착오를 공유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공식적인 자리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또 다른 분야의 지식이나 경험이 필요할 때 공식석상에서 한두 번 듣는 것만으로 어느 천재가 이해할 수 있고, 그것을 자기 분야에 응용할 수 있겠는가!

R&D에서는 왁자지껄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답이다.
 
연구원들이 잡담처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는 자신의 경험이나 노하우, 실패나 실수, 시행착오까지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게 되며 공식적인 자리보다 더 진솔하게 더 상세한 부분까지 터놓고 이야기하게 된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자기 말이 통할 때까지 반복해서 이야기하게 되며, 듣는 사람도 지시나 간섭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경험이나 노하우를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서로간의 친밀도나 유대감이 높아져 연구실, 실험실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잘 알지 못하고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는 R&D에서는 경험이나 과정을 생략하거나 절제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 많은 지식과 경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일하도록 해야 한다.
 
왁자지껄, 시끌벅적, 북적북적하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바로 R&D의 성공비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