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 사이언스

MOVIE IN TECH - 잭 라이언 : 코드네임 쉐도우

글_ 최성우 과학평론가

사진출처_
http://movie.naver.com
(네이버 영화)

금융공학과 빅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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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브래너가 조연을 겸한 감독을 맡고 크리스 파인, 키이라 나이틀리,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으로 나오는 첩보액션영화 ‘잭 라이언 : 코드네임 쉐도우(Jack Ryan : Shadow Recruit, 2014)가 최근 국내외에서 선보인 바 있다.

저명 스릴러작가인 톰 클렌시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그간 인기를 끌었던 ‘미션 임파서블‘ ‘본’ 시리즈의 계보를 잇겠다는 제작사 측의 기대에 비해, 평단과 관객의 반응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영화의 내용 및 디테일은 다소 어설픈 느낌을 준다.
 
다만 경제테러를 소재로 한 점을 비롯하여 몇몇 대목에서 과학기술적 측면에서 눈여겨볼 만한 것들이 있으므로, 특히 금융공학과 빅 데이터 등에 대해 살펴본다면 나름의 의미가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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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 월스트리트의 과학기술자들

이 영화에서 원래 경제학도였던 잭 라이언(크리스 파인 분)은 해병대에 자원입대하여 임무를 수행하던 중 큰 부상을 당하여 군인으로서 더 이상 복무할 수 없게 되지만, 재활훈련 이후에 전공과 관련된 CIA요원으로 활동하게 된다는 대목이 나온다.

즉 조국을 지키는 일을 계속하고 싶었던 주인공은 신분을 숨기고 뉴욕의 증권가인 월 스트리트에서 유능한 직원으로 일하지만, 실은 테러 단체의 자금원을 추적하는 임무 등을 맡는다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 증권가에 들어가지만, 윌 스트리트에는 경제나 경영학 전공자들만 일하는 것은 아니다.
 
즉 물리학, 수학, 공학 등을 전공한 과학기술자들이 증권가에도 진출하여 능력을 발휘하게 된 것은 이제는 더 이상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주가의 예측이나 동향파악, 파생상품 개발 등에 고도의 물리학 법칙과 과학기술 지식들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주가가 큰 폭으로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현상 등은 확률통계의 정규분포가 아닌 이른바 ‘멱급수의 법칙’을 응용하여 해석하는 등, 1990년대 중반 이후 통계물리학적 방법론이 주식시장의 분석에 도입되었다.
 
이제는 주가를 비롯한 제반 경제현상에 복잡계 이론 등을 접목한 ‘경제물리학’이 새로운 융합학문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또한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측정할 수 없다는 불확정성 원리에 기반한 양자역학 역시 주식시장의 동향을 예측하는 확률적 방법론으로 유용하다.

파생상품의 개발은 금융상품 중에서도 매우 어렵고 복잡한 편인데, 이 역시 물리학자, 수학자들이 증권가에 대거 진출하면서 더욱 발전하게 되었다.
 
파생상품의 가격결정에 피셔 블랙과 아이런 숄즈가 개발한 이른바 ‘블랙-숄즈 모형’을 적용하면, 파생상품 판매에 따르는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은 아인슈타인의 열전도방정식과 유사한 이 모델의 개발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바 있다.

이외에도 여러 물리학 법칙, 수학적 모델 등이 증권과 금융에 활용되다 보니, 이제는 국내 이공계 대학에도 ‘금융공학’을 전공하는 학과들이 생겨나기에 이르렀다.
 
물리학, 수학과 공학 지식과 더불어 자연과학적 방법론으로 훈련된 과학기술자들이 첨단과학기술의 연구개발뿐 아니라 금융가에서도 제 역량을 발휘한다면, 주식시장과 금융권의 발전과 합리적인 질서 수립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ㅣ디지털 발자국과 빅 데이터(Big Data)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러시아 측의 금융테러에 앞서 예정된 뉴욕 증권가에서의 폭탄테러를 음모 중인 용의자를 여러 방법으로 추적하는 대목이 나온다.
 
즉 출입국 관리기록, 관련 인물 조회, CCTV 등의 온갖 기록과 데이터들을 동원하여 테러범 용의자가 누구인지 특정하고 그 장소를 밝혀 나아가는 것이다.

각종 사건의 수사에 이른바 ‘빅 데이터’(Big Data)를 활용하는 방법 역시 이제는 국내외에서 보편화된 일이다.
 
원래 빅 데이터란 데이터의 생성 분량, 주기, 형식 등이 방대한 데이터로서, 기존 데이터에 비해 워낙 크기 때문에 종래의 방법으로는 수집과 저장, 검색과 분석 등이 어려운 방대한 데이터를 말한다.
 
빅 데이터는 디지털 환경에서 각종 센서와 인터넷의 발달로 데이터가 크게 늘어나면서 등장하였는데, 이제는 컴퓨터와 처리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분석을 할 경우 거의 무궁무진한 새로운 응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즉 각종 질병의 예측이나 재해의 예방, 상업적 마케팅, 사회현상의 변화 파악 등도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하여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일부 학자들은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하여 앞으로 인간의 행동마저 미리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지난 2011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오바마가 예상보다 큰 차이로 공화당 후보를 따돌리고 대통령에 재선된 것도, 선거 전략에서 빅 데이터 분석의 힘이 컸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빅 데이터의 일환으로서, PC와 인터넷, 모바일 기기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이 도처에 남긴 발자국, 즉 디지털 발자국(Digital Footprint)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쇼핑을 예로 들어본다면, 과거에는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만 데이터가 기록된 반면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구매를 하지 않더라도 방문자가 살펴보고 돌아다닌 기록들도 모두 데이터로 저장될 수 있다.
 
따라서 방문자가 어떤 상품에 주로 관심이 있는지, 얼마 동안 쇼핑몰에 머물렀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쇼핑뿐 아니라, 각종 공적인 혹은 사적인 업무나 금융거래, 학습 및 여가활동 등에서도 디지털 발자국은 항상 남게 되며, 미니홈피와 블로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SNS에서도 디지털 발자국과 각종 데이터에 의해 사용자의 성향, 친구관계 등이 모두 파악될 수 있다.
 
실내외를 막론하고 곳곳에 설치된 CCTV 화면 및 버스·지하철 승하차 기록 등도 모두 빅 데이터에 포함된다.

범죄와 테러에 대비하고 범인을 추적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디지털 발자국과 빅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에 더욱 힘을 기울이고 있는데, 한편에서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가 더욱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우방국의 지도자들까지 포함하여 세계 각국에서 불법적인 도감청을 일삼아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파문이 일은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네티즌들이 뉴스에 등장한 특정 연예인이나 심지어 일반인마저 그 신상을 파헤쳐서 공개하는 이른바 ‘신상 털기’가 물의를 빚곤 하는데, 이 역시 디지털 발자국의 부작용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빅 데이터의 시대에 개인 사생활의 보호 방법 역시 매우 중요한 과제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