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M. Judkiewicz
유럽산업연구경영협회(EIRMA, European Industrial Research Management Association) 사무총장
현재 우리는 유럽의 연구개발(R&D) 및 혁신의 발전과정에서 매우 특별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유럽연합이 새로운 R&D 연구프로그램(Framework Program, FP)을 승인하였기 때문이다.
1984년 FP1이 출범한 이래 이번이 여덟 번째 프로그램이다.
이번 FP8은 “Horizon 2020”으로 명명되었으며 내년 초 출범하여 2020년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790억 유로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으로 2013년 12월 11일에 출범식을 가졌다.
유럽연합(EU)의 연구·혁신·과학담당 집행위원인 마러 게이건 퀸(Màire Geoghegan-Quinn)은 이 방대한 프로그램에 대한 모든 접근을 간소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 프로그램은 현시대의 주요 현안, 즉 에너지 공급, 기후변화, 건강한 노화, 지속가능한 발전, 식량안보 및 공급 등 소위 “중점과제(Grand Challenges)”를 다룬다.
따라서 과학 발전, 사회 개선, 초학제 간 연구가 중심이 되며 전 세계적으로 사회과학과 인문학뿐 아니라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matics)에도 기반을 둘 것이다.
Horizon 2020 예산에서 가장 큰 비율(약 40%)을 차지하는 항목은 보건 및 기후변화를 포함한 소위 ‘중점과제’ 연구비이다.
Horizon 2020의 연료전지 및 수소 공동기술에 투자할 14억 유로 중, 7억 유로는 유럽위원회가 부담하고 7억 유로는 산업계에서 현금 및 현물 출자의 형태로 부담한다.
유럽위원회는 유럽의 전자부문에 대한 공동기술 이니셔티브로 전자소자 및 시스템 개발사업(Electronic Components and Systems for European Leadership, ECSEL)을 선언하였다.
이 사업에서는 전자부문의 제조역량 확대를 위해 EU, 회원국, 산업계로부터 50억 유로에 육박하는 기금을 조성할 것이다.
ECSEL은 최대 12억 유로에 달하는 EU 출자금을 받게 되는데 이는 회원국 출자규모에 맞먹는 금액이다. 협력업체들은 약 24억 유로를 출자할 것이다.
ECSEL 프로그램은 드레스덴 소재 클러스터 등 유럽이 이미 확보하고 있는 세계 정상급 전자산업 클러스터를 강화하고 유럽의 시장점유율의 추가 하락을 막아줄 것이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2020년까지 칩 생산량이 배가되어 반도체 생산에서 유럽이 미국을 앞서게 될 것이다.
유럽위원회는 향후 Horizon 2020 R&D 프로그램 예산을 두 배 이상 확충한다는 계획을 갖고 2014년 1월 출범을 앞둔 항공부문의 친환경 항공 공동기술 이니셔티브(Clean Sky Joint Technology Initiative, JTI)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친환경 항공 계획2(Clean Sky 2)의 목표는 2014년부터 운행 개시할 첨단항공기와 비교하여 항공기 연료 효율을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20~30% 저감하며, 질소 산화물 및 소음 배출을 20~30% 감축하는 것이다.
원자력에너지 연구를 담당하는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에는 약 21억 유로의 자금이 지원될 예정이다.
유럽혁신기술연구소(European Institute of Innovation and Technology, EIT)는 기존의 지식혁신공동체(Knowledge and Innovation Communities, KICs)의 운영과 다섯 개의 공동체 신설을 위한 자금으로 25억 유로 정도를 받게 된다.
이 중 건강한 생활과 원자재 연구를 담당할 두 공동체는 2014년에, 식품 및 제조 연구를 담당하는 두 공동체는 2016년에, 도시교통 연구를 담당하는 마지막 공동체는 2018년에 출범할 예정이다.
“탁월한 연구의 기준”으로 간주되는 유럽연구위원회(European Research Council, ERC)는 130억 유로 이상을 받을 예정으로 이는 FP7에 비해 현저하게 증가한 수준이다.
사회과학자들은 실제로 ERC 자금지원 확대의 혜택을 받을 것이며, 7대 사회적 현안 각 부문에도 참여할 예정인 한편, 합동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산학간 대화가 촉진될 것이다.
게이건 퀸 집행위원은 이를 통해 직업이동이 활발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7대 사회적 현안은 다음과 같다.
보건 : 청년 및 노인 질병, 신경변성·근 골격·만성질환, 새 천 년 개발 목표, 노화 및 행복, 맞춤 의학 등
식품 : 바이오경제, 산림관리, 해양연구 등
에너지 : 가스에 대한 새로운 집중 조명, 에너지 안보, 스마트그리드, 에너지 저장, 백업 및 밸런싱 기술, 탄소 포집 및 활용 등
수송 : 이동 및 물류 등
기후 : 물 관리, 생물다양성, 원자재, 녹색혁신 등
사회 : 인구 동태, 사회과학·인문학, 혁신, 문화유산, 유럽의 정체성 등
보안 : 범죄와의 전쟁, 불법 마약류 거래 및 테러 행위, 핵심 기반 시설 보호, 국경 관리, 위기와 자연재해로부터의 복구력, 인터넷 사생활 보호, EU 외부 보안정책, 분쟁 예방 및 평화 구축 등을 포함할 새로운 연구 영역
7대 사회적 현안에 대한 연구 및 혁신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EU 전 회원국 과학계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 과학 전문가 조직을 설립할 예정이다. 첫 번째 조직은 보건부문이 될 것이다.
Horizon 2020은 FP7, 혁신프로그램(Competitiveness and Innovation Framework Programme, CIP)의 혁신 관련 활동, 유럽혁신기술연구소(EIT)에 대한 EU 출자 등 기존에 세 가지로 분리되었던 이니셔티브를 통합하여 탄생했다.
Horizon 2020은 FP7에 비해 혁신과 시장 근접 활동에 더욱 주력할 계획이다. ERC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리는 한편, 과학 기반시설이 미흡한 지역과 중소기업을 전담하는 기구도 신설하여 참여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간소화된 프로그램 구조, 단일 규정체계, 간소화된 비용상환 모델 등을 통해 EU의 기존 R&D 프로그램에 대한 산업계의 참여를 가로막았던 관료체제를 종식할 전망이다.
Horizon 2020의 지원 하에 진행된 연구 관련 논문은 모두 공개 접근을 의무화할 것이다. 이것은 연구자들 사이에 자료 공유 및 협력을 도모하고 중복 연구를 방지하며 공적 투자의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EU는 밝혔다.
“혁신을 향한 지름길(Fast Track to Innovation)”이라는 상향식 제도를 통해 상시 지원자를 공개모집하며 최대 6개월의 기간을 거친 후 연구비를 지급할 것이다.
모든 지원자에게 기회를 열어두되, 기본 취지는 시장 근접 사업을 추진하고 예산이 적은 소규모 컨소시엄을 유치하는 것이다.
이 제도의 목표는 혁신기술의 상용화 및 보급을 촉진하고, 아이디어의 상품화 시간을 대폭 단축하며, Horizon 2020에 참여하는 중소기업, 최초 지원자 및 공공·비영리 연구단체 지원자 수를 늘리는 것이다. 제안서는 상시 제출이 가능하며 연간 세 차례 마감일을 정하여 심사를 실시할 것이다.
사업에서 다루는 기술분야나 사회적 현안에는 제한이 없다. 2015년 한 해 동안 이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범 운영할 예정이며, 2017년에는 평가를 통해 동 제도의 규모를 확대할지 규모가 더 큰 다른 프로그램으로 통합할지를 결정할 것이다.
중소기업은 “기반 및 산업기술 리더십 창출(Leadership in Enabling and Industrial Technologies)” 항목에 해당하는 결합 예산 중 20% 이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산업 리더십 창출(Industrial Leadership)”프로그램에서는 혁신적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지원제도를 제공한다.
이 상향식 이니셔티브는 세 단계에 걸쳐 공개 모집을 진행한다. 즉 구상 및 실행가능성 평가, 설명과 시제품 및 R&D 그리고 상용화 단계다.
Horizon 2020의 단일 규정체계는 간소화된 절차와 더불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중소기업 수를 늘리기 위한 조치이다.
“사회 속의 과학(Science in Society)”은 “사회와 함께하는, 사회를 위한 과학(Science with and for Society)”으로 명칭이 변경되었으며 전체 예산의 0.6%를 차지한다.
이 프로그램은 과학분야 직업의 매력도 제고, 양성 평등, 과학 교육, 연구결과 접근성 및 활용 등과 관련된 활동을 지원할 것이다.
FP7에서 연구비 지원에 평균 1년이 걸린 것에 비해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소요기간이 8개월로 단축된다.
새로운 재정 규정(Financial Regulation)에서는 그 기한을 9개월로 정하고 있으나 Horizon 2020에 대한 협상 과정에서 8개월로 기간을 단축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5개월 후에는 위원회 측이 지원자에게 결과를 통보해야 하며 연구비 지원 협의서 체결까지 추가로 3개월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ERC나 복합 프로젝트일 경우, 혹은 지원자들이 협상 시간을 더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그 기한을 융통성 있게 연장할 수 있다.
비용상환 모델도 간소화되어 Horizon 2020에서는 FP7의 전액 상환 옵션이 없어지며, 간접비에 대해서는 25% 정액률이 적용될 것이다.
배아줄기세포 연구 등을 포함한 윤리규칙은 FP7과 동일하다. 연구비 지원이 불가한 연구분야 관련 규정에는 변동이 없으며, 국가에서 금지하는 연구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유지된다.
모든 연구는 윤리원칙과 해당 국가, EU, 국제사회의 관련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 여기에는 EU 기본권헌장과 유럽인권보호조약이 포함된다.
유럽 과학 및 신기술 윤리위원회(European Group on Ethics in Science and New Technologies)의 의견도 수렴할 것이다.
협상이 마무리 되면 Horizon 2020 연구비 지원자 최초 모집이 12월 11일에 시작되어 3~4개월간 진행될 예정이다. 위원회는 매년 4만 건의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이건 퀸 집행위원은 예산 집행과 결산이 완료된 후에는 유럽 전역에서 프로그램의 결과를 체감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회적 현안 해결을 위한 투자로 우리가 나이가 들수록 삶의 질이 향상되길 기대한다”고 말하며 이 목표 달성에 있어서 에너지 및 식량 안보, 의료보건 개선이 중요한 요소임을 언급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 자금을 활용하여 청년층, 특히 실업자나 더 이상 요구되지 않는 자격을 보유한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Horizon 2020을 통한 우리의 노력이 그들의 앞날에 변화를 가져오길 바란다”고 게이건 퀸 집행위원은 말한다.
“또한 과학분야에 진출하는 청년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고숙련, 고임금 직업이 창출되는 곳이 바로 이 분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손자들이 이 분야를 선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