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 사이언스

MOVIE IN TECH -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

글_ 최성우 과학평론가
사진출처_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아르켄 스톤만큼 귀한 광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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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의 프리퀼 격인 ‘호빗’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The Hobbit : The Desolation of Smaug)’가 최근 국내외에서 개봉되어 상영되고 있다.
 
작년에 개봉한 시리즈의 첫 편 ‘호빗 : 뜻밖의 여정’에 이어서, 호빗족인 빌보 배긴스와 마법사 간달프, 그리고 소린이 이끄는 13명의 난쟁이족들이 스마우그에게 빼앗긴 에레보르 왕국을 되찾기 위해 험난한 모험을 계속 이어간다는 이야기이다.
 
불을 내뿜는 사나운 용 스마우그를 비롯해서 거대한 개미떼, 엘프족을 비롯한 여러 종족과 많은 볼거리들이 등장하지만, ‘외로운 산’ 에레보르 왕국의 광산과 대장간, 진귀한 광물 등에 대해 주목하면서, 첨단과학기술과 연관지어 살펴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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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보르의 광산과 용광로

이 영화에서 에레보르 왕국에 도착하여 스마우그를 발견하게 된 빌보와 난쟁이족들이, 광산과 대장간 등에서 장소의 특성을 이용하여 스마우그와 맞서 싸우는 장면들이 나온다.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박진감 넘치는 화면들이 이어지면서, 영화 ‘인디아나 존스2’의 광산 장면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특히 광석을 제련하는 용광로를 이용하여 스마우그를 공격하는 모습도 나온다.

광산에서 채취한 광석으로부터 철, 구리 등 유용한 금속들을 추출하려면 용광로가 반드시 필요한데, 인류가 용광로를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동서양에서 여러 가지 방식의 용광로가 발전해왔으나, 근대적인 제강법이 확립된 것은 1850년대 영국의 발명가 헨리 베서머(Henry Bessemer)에 의해 이른바 ‘전로제강법’이 발명된 이후이다.
 
일명 베서머 법이라 불리는 이 방식은 용해된 선철에 용광로의 밑바닥에서부터 바람을 불어넣어 불순물을 산화시키면서 제거하는 새로운 제강법으로서, 효율이 높고 값싸고 신속하게 강철을 만들어 제공함으로써 당시 산업혁명의 진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에서도 근래에 새로운 제철기술이 등장하여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받았고, 결국 성공적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철강을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른바 ‘파이넥스 공법(FINEX 工法)’이라 불리는 첨단 제선공법 덕분이다.

기존의 제철 방식에서 용광로에 철광석과 석탄을 함께 넣고 바람과 열기를 불어넣어서 쇳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철광석을 적당한 크기의 덩어리로 만들고 석탄 역시 미리 구워서 ‘코크스’라 불리는 덩어리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렇게 철광석과 코크스를 덩어리 형태로 하여 가열하면 철광석이 잘 녹게 되는 장점이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유해가스 등의 온갖 환경오염물질이 다량으로 배출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포스코가 개발한 파이넥스 공법은, 자연상태의 가루 모양 철광석과 유연탄을 바로 사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방식으로서, 중간의 코크스 공정 등을 없앤 제선공법이다.
 
따라서 오염물질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에너지 효율이 높아 비용도 저렴한 획기적인 방식이다.


아르켄 스톤과 희귀 금속들

이 영화에서 빌보와 난쟁이족들은 스마우그로부터 아르켄 스톤이라는 귀한 광물을 훔쳐오려 애쓰는 대목이 나온다.

아르켄 스톤은 소린의 조상들이 지녔던, 에레보르 왕국의 왕을 상징하는 귀한 보석으로서, 스마우그의 눈을 피해 빌보가 하얗게 빛나는 아르켄 스톤을 차지하려 여러 차례 발버둥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현대 산업기술사회에서는 금, 백금 등의 귀금속이나 다이아몬드 같은 귀한 보석이 아니더라도, 대단히 가치가 높은 금속이나 광물들이 매우 많다. 먼저 아르켄 스톤처럼 희게 빛나는 금속으로서, 티타늄이라는 신소재 물질이 있다.

티타늄(Titanium)은 18세기 말에 발견된 금속 원소로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족 신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티타늄은 여러 금속이나 신소재의 장점들만 골라서 지니고 있다고 할 정도로 우수한 특성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여러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티타늄은 예전에는 지구상에 부존량이 매우 적은 희토류 원소라고 생각되어 왔으나, 지각 속에 산화물의 형태로 0.6% 정도가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티타늄은 오늘날 골프채, 자전거, 테니스라켓 등의 스포츠 용품과 시계, 카메라, 컴퓨터, 안경테와 같은 정밀기계용 부품들에 많이 쓰이고, 생체 적합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인공뼈나 인공치아, 수술용구와 같은 의료용으로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또한 티타늄은 항공우주 산업이나 화학공업, 선박 및 여러 설비분야 및 첨단 과학기술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재료이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큰 관심을 끌면서 뉴스에도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서 희토류라는 것이 있다.

희토류란 의미 그대로 지각에 소량만 함유돼 있는 희소금속의 일부를 일컫는다. 희토류에 포함되는 광물은 란타넘(Lanthanum)계열의 15개 원소와 스칸듐(Scandium)과 이트륨(Yttrium)을 포함한 17개의 원소이다.

희토류라고 해서 꼭 매장량이 극히 적은 것만은 아니고, 지구 전체적으로 보면 오히려 은이나 납보다 매장량이 더 많은 희토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귀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하나의 성분이 광석에 뭉쳐 있는 다른 금속과는 달리 17개의 희토류 원소가 소량씩 거의 다 함유된 광석들이 널리 흩어져서 존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원으로서 가치를 지닐 정도로 충분한 희토류를 모으기가 쉽지 않고, 또한 각각의 희토류 원소들을 분리, 정제하는 과정도 복잡하면서 비용이 많이 들게 된다.

희토류 원소들은 물리, 화학적으로 공통적인 성질을 지니는데, 금속 형태로서는 반응성이 좋고 합금을 만들기에 적합하며, 열전도율이 높기 때문에 여러 첨단산업 분야에 널리 활용된다.

대표적인 희토류 금속 중 하나인 네오디뮴(Neodymium)은 작고 가벼우면서도 강력한 영구자석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데, 이를 채용한 오디오와 휴대전화, 전기모터, 이어폰 등 각종 첨단 전자제품들은 기존 제품보다 크기가 훨씬 작아지고 성능이 높아졌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희토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LCD 등의 디스플레이용 산화물에 적용되어 디스플레이 기기가 선명함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빛을 내도록 하며, 컬러텔레비전의 형광체에도 사용된다.

또한 유리와 렌즈의 착색제나 반도체용 연마제 등에도 희토류가 꼭 필요하며 레이더시스템, 스마트폭탄 등 첨단무기의 부품에도 사용된다.
 
그밖에도 여러 분야에 널리 적용되어서, 이제는 첨단 산업기술 중에서 희토류가 사용되지 않는 분야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첨단산업 분야의 비중이 높아진 우리나라도 희토류 자원의 확보뿐 아니라 희토류의 분리, 정제, 가공 기술 등에도 더욱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