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ISSUE 02

줌인리포트 - 부영CST(주)

산업용가스 저장탱크 분야
개척자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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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CST㈜ 최동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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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직원들에게 기술의 접목과 통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최동준 대표)

‘사장’이라는 말보다 ‘기름쟁이’라는 말을 더 좋아하는 부영CST의 최동준 대표이사.

현장 기술자에서 시작해 박사학위까지 받았지만 여전히 그는 엔지니어라는 자부심이 강했다. 그리고 자신이 일궈온 기술력하나만으로 까다로운 초저온저장탱크 분야 세계시장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내 최초의 길만을 걸어서 세계적인 회사로의 도약을 준비 중인 부영CST의 도전과 성장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글 윤정호(프리랜서) / 사진 황남수(창해스튜디오)


‘기름쟁이’라는 말이 더 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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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장님보다 기름쟁이라는 말이 더 익숙해요.”

국내 고압가스 저장탱크 분야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부영CST 최동준 대표이사의 말이다. 아무래도 그로선 사장보다 기술자라는 말이 더 편한 듯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그는 초저온저장탱크나 저온, 극저온저장탱크에 관한한 국내 최고의 기술자이자 개발자로 통한다. 그 스스로 길을 열고 그 길을 넓혀온 개척자인 셈이다.

현재 창업 13년째를 맞는 부영CST는 고압가스 저장탱크와 기화기에서부터 고부가가치 품목인 고압가스탱크로리, 초저온저장탱크 등을 생산, 판매하는 기업이다.

특히 국내 액화탄산가스 저장탱크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해외 마케팅이 활성화되는 내년 상반기가 지나면 매출이 가파른 상승세를 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체 기술력을 가지고 극저온고압가스 저장탱크를 생산해내는 회사는 전 세계적으로도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다.
 
현재 선두주자로는 선진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 이탈리아, 캐나다의 몇몇 업체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초저온저장탱크는 작업과정의 까다로움과 초기 개발비용이 높아 웬만한 자본력으로는 손을 댈 수 없다.

이렇듯 까다로운 세계고압가스 특정설비시장에서 종업원 수 25명에 불과한 부영CST가 도전장을 내밀고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

부영CST의 성과가 주목받는 까닭은 ‘전열온수식 기화기 액유 방출 방지장치’와 ‘폐열냉각수를 이용한 액화가스 기화장치기술’에 대한 실용실안을 출원하는 등 높은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해외수출에 대비해 ISO9001 인증, 벤처기업지정업체 등 체계적인 품질관리를 통해 자사생산제품에 대한 대외 신인도와 부가서비스의 품질시스템도 강화하고 있다.


기술자에서 창업자로 제2의 인생 시작

부영CST에서 설계, 제작하기 이전인 1990년대까지 국내의 고압가스 저장탱크들은 대부분 일본과 미국 등 해외에서 수입된 제품들이었다.

국내에선 A/S만 담당하는 수준의 기술력이었다. 최동준 대표도 원래 대영열기계공업주식회사에서 초저온 저장탱크 A/S를 담당하던 서비스 기사였다.

그런 그가 회사 창업의 첫발을 뗀 건 독보적인 기술력을 지녔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국내에서 초저온 저장탱크 A/S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었는지 주변에서 “직접 독립해서 회사를 차려보면 어떠냐?”는 요청들이 많았다.

마침 다니던 회사가 IMF로 인해 부도가 났다. 결국 그는 직접 A/S업체를 차리고 사업에 뛰어들었고, 그것이 현재 부영CST의 모태가 되었다.

한순간에 기술자에서 경영자로 인생 제2막을 시작한 셈이었다. 그러나 기술력 하나만 가지고 뛰어든 그에게 현실의 벽은 높았다. 특히 IMF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국내 경기는 꽁꽁 얼어붙은 상태였다.

당시 최동준 대표가 가지고 있던 돈은 퇴직금과 모아둔 돈을 합해 모두 5,000만원. 그는 2,000만원으로 공장의 전세금을 마련했고, 3,000만원으로 장비를 구입했다.

불행 중 다행이었는지 IMF구제금융 여파로 문을 닫는 공장이 출몰했다. 덕분에 그는 필요한 기계들을 고철값으로 인수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회사 사정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야심차게 창업을 했지만 기술자로 살아가는 것과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무엇보다 괴로운 건 자금사정이었다. 처갓집 아파트까지 저당을 잡히고 가스기능장자격증을 보증으로 해서 기술신용보증으로부터 2,000만원을 빌렸다.

“배운 게 이것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것 아니면 죽는다는 각오로 일했어요. 한편으로는 기술사업이기 때문에 기술개발을 잘하면 분명히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올 인’. ‘전무 아니면 전부’라는 심정으로 그는 모든 것을 바쳤다. 고진감래라는 속담대로 2000년대로 넘어오자 조금씩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2000년에 정식으로 고압가스 특정설비 제조업체로 등록했고, 그해 7월에 ‘전열온수식기화기 액유출방지 장치’ 실용신안을 등록시켰다.

이듬해 1월에도 폐열냉각수를 이용한 ‘액화가스 기화장치’ 실용신안을 등록했고, 9월에 벤처기업으로 등록했다. 그해 11월에는 현재의 공장으로 이사를 왔으며 회사의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장했다.

가스배출용 소음기, 진공탱크의 진공밸브장치, 초저온저장탱크 등 국내 최초의 제품들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


특히 저장탱크는 이론만으로는, 혹은 실무적인 경험만 가지고서는 만들 수 없는 분야였다.

모델로 참고한 일본이나 미국의 제품들은 배관방식이나 진공방식, 단열처리 방식 등이 제각각 달라서 어느 한 제품만 보고서는 참고할 수도 없었다.

즉 일일이 시행착오를 각오하면서 개발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바람에 멀쩡한 탱크들을 파괴하기까지 했다.

A/S를 하면서도 실수를 많이 저질렀는데, 결과적으로 이런 시행착오들은 부영CST만이 가진 기술력의 축적으로 고스란히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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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액면측정장치’ 개발로 업계와 시장의 눈길 끌어

최근 부영CST는 3년 여의 연구 끝에 야심찬 제품을 개발했다.

산학연 협력 기업부설연구소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개발한 ‘디지털 액면측정장치’가 그것. 저장탱크에 디지털기술을 접목한 융합적인 제품이다.

디지털 액면측정장치는 탱크에 부착해서 액체가스 잔량을 가스공급자가 직접 컴퓨터나 무선통신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다.

현재 기존 탱크에 부착된 측정장치들은 대부분 눈금과 바늘로 표시되는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제품들은 측정정밀도가 부정확하고 불편한데다 안전성도 낮은 편이다. 이런 단점 때문에 일부 업체에서는 고가의 외국 디지털 정밀액정장치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외국 수입품은 제품 결함이나 문제가 발생할 때에 수리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소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부영CST의 디지털 액면측정장치는 이런 딜레마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제품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먼저 눈금과 바늘로 표시되는 기존 아날로그 방식의 게이지를 디지털로 전환 설치함으로써 초보자도 손쉽게 저장탱크 용량을 확신할 수 있다.

아날로그 방식의 경우에는 잔량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효율적인 공급이 어려웠다. 그러나 디지털 액면측정장치를 사용할 경우 잔량을 정확히 파악해 효율적인 배차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원격검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PC모니터링 프로그램을 통해 사용자가 유·무선 통신으로 사무실에 앉아서도 액체가스 사용현황을 파악할 수 있고, 휴대용 프린터로 계량값을 출력할 수도 있다.

나아가 시, 분, 초 단위로까지 액체가스의 사용현황을 파악할 수 있어 사용자의 수요패턴까지 알 수 있다.

가스공급자가 효율적인 공급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저장탱크에 액체가스 잔량이 10% 이하일 때 공급시기를 알려주는 경보음이 작동돼 충전 시기를 설정할 수도 있다.

“모두 외국 제품을 도용하지 않고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해서 만든 제품입니다. 내년 1월부터 우리 회사에서 생산하는 모든 저장탱크 제품들에 100% 부착할 계획입니다.”

디지털 액정측정장치를 부착한 액체가스저장탱크는 특히 해외에서 더욱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나 브라질, 러시아와 같이 국토가 넓은 나라에서 원격 모니터링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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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온저장기술 미래성장 가능성 높아

부영CST가 보유하고 있는 저온 저장기술이란 마이너스 50도 이상의 액화가스를 저장하는 기술을 말한다. 초저온은 마이너스 150도 이상, 극저온저장탱크는 절대온도인 마이너스 273도까지 저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이중 초저온기술은 앞으로도 그 성장잠재력이 매우 높은 분야로 꼽힌다. 연관되는 분야가 많아 성장잠재력이 무척 높은 고급기술인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들도 관련 기술들을 계속 연구 중에 있다. 최동준 대표의 말에 의하면 초저온기술을 이용해 세포를 증식시킬 수도 있고, 바이러스를 억제시킬 수도 있으며 우수한 농업용 종자들을 개량해서 증식시킬 수도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지난 1999년에는 파프리카 농장에서 국내 최초로 탄소동화작용을 이용해 피망의 수확량을 두 배 이상으로 늘리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오폐수처리 분야에서도 초저온기술을 이용하면 획기적으로 오폐수처리량을 늘릴 수 있다고 하는데, 적조현상이 심각한 강에서 이 기술을 이용해 물고기의 면역력을 증가시켜 떼죽음을 막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초저온기술은 농업, 화학, 환경, 생명공학 등 다방면에 걸쳐 점점 더 그 쓰임새가 커질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도전기라 할 수 있습니다. 초저온기술 분야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활용한다면 더욱 발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초저온분야의 기술력과 해외시장 개척으로 600 ~ 700억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부영CST는 이런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최근 해외시장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독자적인 기술력과 A/S력까지 갖추고 있으므로 자신감은 충만하다.

높은 기술력을 조직 구성원들이 상호 오픈하는 것 또한 부영CST의 숨겨진 강점이다. 기술자들이 서로 기술을 공유하는 기업문화가 새로운 기술개발의 탄탄한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초저온기술과 IT를 접목시킨 디지털 액면측정장치도 그런 기술융합과 통섭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최동준 대표는 평소 직원들에게 틈날 때마다 기술의 접목과 통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장 기술자로 출발해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자신의 경험 또한 그것의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최근 부영CST는 한국마린엔지니어링학회 주최 후기 학술대회에서 기술상을 수상했다. 더 나아가 세계시장에서 부영CST의 당찬 발걸음에 업계와 학계가 주목할 날 또한 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