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1

특별기획 - 주제발표 : 위기 돌파를 위한 R&D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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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대 순
아서디리틀(ADL) 코리아 대표

 


R&D 투자액 증대가 능사가 아니다

최근 필자가 기업의 대표이사, 오너, CTO로부터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향후 경기가 안 좋을 텐데 연구개발 예산을 어떻게 운영하면 좋은지, 특히 불황일수록 더욱 예산을 늘려야 하는지, 아니면 줄이는 것이 좋은지’에 관련된 질문이다.

아마도 이 질문을 <기술과 경영> 독자분들에게 물으면 불황일수록 더 늘려야 한다고 하는 분도 있을 것이고,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대답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왜 더 늘려야 하고, 왜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해 물으면 다소 대답을 머뭇거리는경우가 많다.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필자는 경기호황과 불황에 따라 연구개발예산을 연동해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호황 = 연구개발 예산 증대, 불황 = 연구개발 예산 축소’ 라는 공식이 옳다고 주장하기 어렵다.

또한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따라서 현재 경제위기에 있어서 R&D 예산을 증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현재 경제위기 상황 하에서 무엇을 하고자 하고, 어떻게 하고자 하기 때문에 R&D 투자액을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R&D 투자액수의 양의 관점’이 아니라 철저하게 ‘R&D 투자혁신가치의 관점’으로의 대전환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130년의 역사를 지닌 코닥기업을 보자.

코닥기업이 130여 년이라는 경기변동의 주기 속에서 연구개발 예산의 증대 또는 축소로 인해서 기업이 추락하게 되었는가?

최근 파나소닉을 보더라도 올해 10조원 이상의 적자로 접어든 것이 연구개발 예산 양을 줄인 결과인가?

그렇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오히려 R&D 예산의 양보다는 R&D 투자혁신 가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현 위기의 시대, 그리고 어찌보면 기회의 시대에는 R&D 투자혁신가치(Return on Investment)의 극대화를 추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R&D 10조원의 예산으로 100조원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판을 다시 한번 짜보라는 얘기이다.

R&D 5조원의 예산으로 200조원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들을 취해야 하는가의 의미이며, 바로 여기에서부터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떠한 R&D 전략을 구사해야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5가지 전략을 제언하고자 한다.


위기돌파를 위한 R&D 5대 제언

제언1 : 숙제 푸는 것은 이제 그만! 출제를 하라.

언뜻 보면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고 의아해 할 분들도 많을 것이다.

여기서 ‘출제’의 의미는 세상 및 시장을 구상하고 창조해가는 것을 의미하고, ‘숙제’의 의미는 누군가가 출제해 놓은 것을 어떻게 빨리 개발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는 의미이다.

스마트폰의 사례를 들어보면 애플은 출제를 한 것이고, 다른 기업들은 그 스마트폰에 기반한 신속한 기술개발을 한 것이다.이를 통해 기술 및 Spec에서의 우위에 매진하는 형태, 즉 일종의 숙제를 푸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대한민국의 기업은선도기업의 추격형 R&D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에 출제보다는 숙제를 푸는데 주력해왔다. 때문에 출제해본 경험이 그리 많지않아 창의선도형 R&D가 다소 미흡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세상에 새로운 기회가 여기저기 존재하고 있기에 이를 100% 활용하고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출제를 해야만 가능할 것이다.

미래예측에서 가장 확실한 것 중의 하나는 미래세상을 만드는 것이라 했을 만큼 출제가 중요하다. 물론 출제를 잘 하려면 혁신이 수반되어야 한다. 특히 기술혁신도 중요하지만 컨셉혁신(Concept Innovation)이 수반되어야 한다.

마차(馬車)의 예를 들어보면 마차에서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해 마차의 속도, 편의성의 증가를 구상하며 기술개발을 한다는 것은 숙제를 잘하는 기업인 반면, 마차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꿰뚫고(즉 Moving) ‘자동차’ 라는 컨셉 및 제품을 구상한다면 이는 출제를 잘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마차의 성능개선에 연구개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는 사이에, 어떤 기업은 자동차에 연구개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것임을 상기하도록 하자.

우리기업은 혹여 숙제만 하고 있는지, 아니면 출제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자문해 보도록 해보자.


제언2 : 포트폴리오를 재조명하고, 즉각 실행하라.

필자의 경험상 R&D 포트폴리오를 점검해보면 꼭 해야 되는 것(Must Have)도 있지만, 하면 좋은(Nice to Have) 것들도 눈에띄는 경우가 있다.

호황일 때는 큰 문제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지금 같은 불황, 위기의 시대에 있어서는 반드시 한번쯤은 재검토를 강도 높게 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나 R&D 투자비용이 예를 들어 100억원이라면, 제품이 생산되고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에는 생산설비 투자 등으로 인해서 1,000억원에서 1조원 이상 투자가 들어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연구개발비를 연구개발비 그 자체만으로 보면서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 만큼 치열하게 결정되어야 하며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때 좋은 질문 중의 하나를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여러분들, 내 돈이라면 지금 하고 계신 R&D 과제에 투자하시겠습니까?” 라는 질문이다. 매우 간단한 질문이지만 이 질문에는 많은 것이 내포되어 있다.

이 질문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만 연구개발 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내 돈이라는 생각을 하면 ‘이거 시장성이 있을까?’에서부터 ‘더 빠르게, 더 좋게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등의 매우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이 질문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해보면 20 ~ 30%는 필요성이 낮은 R&D로 분류되기도 한다. 따라서 포트폴리오를 연구자의 관점이 아니라 냉정하게 제3자의 시각으로 다시 한번 바라보라고 제안하고 싶다.

왜냐하면 가끔은 회사에서요구되는 R&D가 아닌 연구원이 할 줄 아는, 익숙한 R&D를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포트폴리오 분석에 있어서는 시간(Time Horizon), 비즈니스 영향 정도(Business Impact), 리스크(Risk)의 세 가지 관점에서 건전성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너무 장기적이거나 단기적인 것도 문제이고, 비즈니스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너무 미약하거나 너무 대형수종의 형태로만 치우쳐진다면 이 또한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안 해도 되는 R&D를 분류한 후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즉 실행/실천을 하느냐 안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어떤 기업은 분류는 했지만 조금 더 추이를 본다는 이유로 마지막 의사결정이 지연되어 투자를 계속하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꼭 실행이라는 결단이 수반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제언3 : 열심히 하는 R&D가 아닌 이기는 R&D를 구사하라.

대한민국 어느 연구소를 가보아도 바쁘지 않은 연구소가 하나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진정 이기는, 이길 수 있는 R&D를 하고 있는지를 지금 이러한 시점에서 냉철히 관조해 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해서 승리 및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주어진 연구인력으로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 의지 및 열정은 매우 좋지만, 연구개발 시작 전에 연구개발 완성 및 경쟁업체와의 차별화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이 없다면 이는 자칫 실패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기는 R&D를 위해서는 기업 내부 자체적으로 기술 확보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으나, 외부업체/기관과의 제휴, 더 나아가서는 인수합병의 종합적인 고도의 승리전략을 구상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특히 업력과 기술력에서 앞서는 선진기업을 이기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기업이 한 단계 나아갈 때 선진기업들은 두 단계, 세 단계 성큼 성큼 앞서가고 있음을 반드시 인식해야 할 것이다.

가끔 보면 CEO가 연구개발 회의에서 이런 질문을 하기도 한다. “아니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결과는 왜 이 정도인가?”

이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이기는 R&D전략의 미흡이라 할 것이다.

특히 기업들이 새롭게 비전을 세우고 몇 년 후에 살펴보면 ‘기술력의 미흡’ 등의 이슈가 단골메뉴처럼 나오게 되는데 언제까지 이러한 전철을 밟을 것인가? 이러한 악순환 고리는 지금처럼 위기의 시대에 직면하였을 때 과감히 끊어버려야 할 것이다.


제언4 : 거미型 인재를 키워라(개미型은 이제 그만).

네 번째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다름 아닌 인재상에 대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개미형 인재상이 필요하였다면, 미래에는 개미형 인재상보다는 거미형 인재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개미형 인재상은 말 그대로 아날로그형으로 근면, 성실로 대변되는 근대 산업사회의 상징이라 볼 수 있다.

소비자/고객 주도의 시장구도가 아닌 공급자 파워가 강한 공급자 주도시장에서, 그리고 불확실성이 적고 경기가 안정적인 시대에는 매우 부합되는 인재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개미형 인재는 ‘What’의 고민 보다는 내부인적자원을 기반으로 ‘How’의 신속한 실행에 보다 더 적합한 인재상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증대되는 상황, 즉 연구개발의 리스크가 매우 크게 증대되어 있는 상태에서 개미형 인재를 바탕으로 대응하다가는 자칫 커다란 오류를 범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반면, 거미형 인재상은 디지털형으로 개성과 창의력, 스피드, 거미줄로 먹이를 기다리는 선제적 스타일이다. 매우 창의적으로 ‘What’에 대해서 고민하며 세상을 리드해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볼 수 있다.

기술확보에 있어서도 현재 보유하고 있는 연구인력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개발필요시점/개발목표를 고려할 때 내부적으로 쉽지 않거나, 시장 실현 리스크가 큰 경우 내부적으로 개발함에 있어서 위험부담이 될 경우 전 세계에 가장 적합한 파트너를 모색해서 R&D 투자 대비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탐색하는 인재모습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위기의 시대, 불확실성의 시대에 있어서는 거미형 인재를 육성시키는 것이 향후 경기변동에 따른 위험요소를줄여가는 바람직한 인재전략일 것이다.

미래는 어느 기업이 더 많은 거미형 인재를 보유하고 있느냐가 중요하지, 연구인력이 몇 명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이미 오고 있는 것이다.


제언5 : 일하는 방식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바꾸어라
(R&D 생산성 제고).


마지막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다름 아닌 일하는 방식의 대전환이다. ‘일하는 방식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다 바꾸어라’를 강조하고 싶다.

즉 R&D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기존 방식이 과연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제로베이스에서 고민해야 한다.

하던 방식이니까 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되고,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명분과 가치가 분명해야 할 것이다.

쉽게 얘기해서 연구원 100명이 해내는 성과보다도 50명이 해내는 성과가 더 크다 하면 우리는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가? 당연히 후자를 택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부터 손을 대어야 할까?

크게 세 가지 영역에서 변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선은 조직구조 및 R&R(Role & Responsibility)의 변화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조직구조 운영에 있어서는 현 조직구조가 최적화되어 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적어도 조직운영의 유연성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효율적이며, 자칫 조직이 경직되기 때문이다. 또한 조직이 기업입장의 조직구조 운영형태인지, 고객지향형 연구조직 운영 형태인지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어떤 경우에는 고객입장의 관점이 아니라 기업내부 운영의 편의성에 기인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조직구조와 더불어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업무프로세스일 텐데, 특히 Stage-Gate Management에서의 개선점을 찾아보면 의외로 효험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오류를 보면 살아있는 Gate 운영이 되지 못하면서 보고를 하는 쪽도 보고를 받는 쪽도 긴장감이 별로 없는 경우가 있다.

즉 보고를 위한 보고가 되다보면 선정 또는 중간점검 통과율이 100%가 되는 회사도 꽤 있다.

물론 100%가 되면 문제가 있는가? 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통과가 기본이 되고, 어떤 긴장감이 없다면 Gate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런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모든 과제를 동일한 잣대로 Gate 관리를 한다면 이 또한 비효율적이 될 것이기에 어떠한 과제는 Fast Track의 길을 열어놓는 유연성 또한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고려해야 하는 것은 연구 제반 환경이 성과 지향적이고, 신바람 나는 연구소의 제반환경을 갖추고있는지 되물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연구소 시설 뿐만이 아니라 보상체계, 그리고 조직문화가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기다릴 여유가 없다. 바로 새 판을 다시 짜라

일반적으로 위기의 시대에 있어서는 R&D 투자예산을 늘리거나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인식해야 할 것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R&D 투자예산의 증대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R&D 대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위기돌파를 위한 5대 제언을 살펴보았다.

위기를 돌파하면 새로운 기회를 선점하게 될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새 판을 다시 짜야 한다. 또한 이러한 위기의 시대야말로 새 판을 다시 짜기에는 매우 좋은 기회이다.

그만큼 간절하고 절실하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 이제 특명을 실행에 옮길 때이다. 특명은 ‘지금 R&D 투자예산을 반으로 줄이고, R&D의 투자가치를 2배로 늘리기’ 작전에 돌입하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고민을 시작해가면서 하나하나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해당기업은 무엇을 개선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에 영웅이 탄생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세계 산업 속에서 이러한 위기를 돌파하는 수많은 대한민국 기업들이 세계를 주름잡는 그 날을 기대하며 글을 마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