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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 에세이 - 2012년 12월 21일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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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한 해도 며칠 남지 않은 12월 21일 - 이 지구 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것인가?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달력 -서기(西紀) 카렌다는 잘 알다시피 별칭 서력(西曆) 또는 기독력(基督曆)으로도 불리는 것인데,교황 그레고리13세(1502 ~ 1585)가 그 때까지 주로 유럽에서 사용하던 Julian 달력을 보다 과학적으로 수정하여 1582년 2월 24일 공포한 이래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기에 이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말기 혼란기에 갑오경장(甲午更張)을 겪으면서 미적미적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그레고리언 카렌다의 사연을 조금만 더 간략하게 들여다보면, 세계를 지배하던 로마제국에서 BC 45년부터 사용해오던 Julian 달력에서는 지구의 태양공전 주기를 춘분점을 기준으로 어림수 365.25일로 보았는데, 16세기 말에 이르러 그레고리13세 교황 자신이 워낙 학구적이며 개혁적이었던 데다가 Jesuit 예수회 신부이자 천문학자인 Christopher Clavius가 다시 계산해보니 실제 공전주기는 어림수의 그것보다 11분이 짧더라는 것이다.

즉, 4년마다 2월에 한 번씩 끼워 넣던 윤일(閏日) 즉 29일이 400년마다 3일이나 되는 오차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100으로 나누어지는 해는 윤년이 아니다가, 400으로 나누어지는 해만은 윤년으로 한다는 교황칙령 Inter Gravissimas가 공포된 것인데, 요약하면 4로 나누어지는 해는 윤년으로 하되, 100으로 나누어지는 1900년은 윤년이 아니었지만, 2000년은 윤년이었고, 앞으로 올 2100년, 2200년, 2300년은 윤년이 아니고 2400년은 윤년이 되는 식이다.

문제는 로마시절부터 16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축적되어 온 차이가 자그마치 10일이나 되다보니, 춘분이 3월 21일이 아니라 3월 11일로 앞당겨진 모순(?)이 발견된 것이었다.

춘분은 부활절과 직접 연계되어 있어야 한다고 믿었던 가톨릭교회로서는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날자를 잊을 만하면 바꾸어야 하는 것이 영 못마땅했던 것이다.

드디어, 1582년 10월 5일을 10월 15일로 공식적으로 개력(改曆)함으로써, 지금의 그레고리언 카렌다가 정착되게 된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종교개혁으로 들끓고 있던 유럽의 적지 않은 나라들이나 그리스정교회, 러시아정교회 등에서는 개혁대상인 로마가톨릭의 결정을 따를 수 없다 하여 종래의 Julian 카렌다를 상당기간 고집스럽게 사용한 점이다.

물론 이 국가들도 결국에는 춘분일만은 역시 일정한 날짜에 지키는 게 합리적이라는 명분으로 뒤늦게 그레고리언 카렌다를 도입하기도 했다.

덕분에 1923년에서야 그레고리언 카렌다를 쓰기로 한 그리스의 경우에는 10일이 아니라 13일을 뛰어넘어 고쳐야 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언필칭(言必稱) 예수그리스도의 탄생을 기준으로 한다는 그레고리언 카렌다 역시 실제로는 예수탄생 1년 전을 기준으로 하여 기원전 BC(Before Christ) 또는 기원후 AD(Anno Domini)라고 하고 있지만, 비기독교국가에서는 똑같은 카렌다를 쓰면서도 기원전을 BCE(Before Common Era), 기원후를 CE(Common Era)로 표기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컨대, 아직까지는 불변의 법칙으로 되어있는 지구와 태양의 관계가 그레고리언 카렌다의 기본 개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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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에 서구문명과는 전혀 교류가 없던 라틴아메리카, Maya 문명권에서 보통사람들은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20진법(進法)과 18진법을 조합해서 기묘하게 계산해낸 그들 고유의 Long Count Calendar가 있다.

이에 따르면, 2012년 12월 21일이 그들 나름대로의 지구종말론(終末論)의 바로 그날이라는 것이다.

중남미 문명을 연구하는 학자들에 의하면, 학문적인 근거는 밝혀낼 도리가 없으나, BCE 3114년 8월 11일에 인간세상이 일단 한번 끝이 났다가 동시에 현세(現世)가 재창조되었다는 Maya 신화에 근거하여, 재창조의 주기 5126년이 되는 CE 2012년 올해, 그것도 12월 21일 또 한 번의(Maya인들에게는 네 번째) 인간세상의 종말과 다섯 번째의 재창조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다소 황당해 보이는 2012년 12월 21일 종말론이 동서양 학자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현대 천문학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은하계정렬(銀河系整列 Galactic Alignment)이 BCE 3113년 8월 13일에도 일어났던 것으로 미루어, 이번에도 원래 동일평면, 즉 황도면(黃道面)에 놓여 있던 태양과 그 위성들이 은하계 중심에서 발산돼 나오는 동조화광선(同調化光線)으로 온통 전자기장화(電磁氣場化) 되면서 일종의 블랙홀로 빠져 들어가버리거나 행성끼리 충돌하는 대형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바로 2012년 12월 21일 동짓날에. Maya 문명권에서 발견된 수많은 유물 기념물이 암시하는 이러한 비전(秘傳)의 신앙은 어찌 보면 바닥 모르게 타락해가고 있는 인간세상에 대한 강력한 경고임에 틀림없다.

그렇다. 이날은 Maya식 우주균형사상에 바탕을 둔 5126년 주기의 끝과 시작을 축하하는 날이 될지언정 세상의 종말이 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게 정통학계의 중론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12월 21일을 운명의 날(Doom's Day)이라고 하기보다는새 시대를 맞는 인간의식 재규명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임효빈 STL클럽회원
前 대우고등기술연구원장(
hyobinim@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