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in Tech - 현실보다 더 사실적인 가상 _ 토탈 리콜
1990년 개봉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토탈 리콜>이 22년만에 리메이크 되었다.
환상을 기억으로 만들어주는 ‘리콜’ 이라는 미래의 서비스를 주문한 남자가 그 서비스로 인해 봉인된 기억과 자신의 감춰진 정체를 알게 되며 펼쳐지는 이 영화는 액션과 스릴러, 그리고 다양한 첨단기술을 담고 있다.
글 최성우 과학평론가
사진출처 http://movie.naver.com(네이버 영화)
토탈 리콜 Total Recall, 2012
개요 액션, SF / 미국, 캐나다 / 118분 / 2012. 08. 15 개봉
감독 렌 와이즈먼
출연 콜린 파렐(더글라스 퀘이드/하우저), 케이트 베킨세일(로리 퀘이드), 제시카 비엘(멜리나)
등급 15세 관람가
토탈 리콜 Total Recall, 1990
개요 액션, SF / 미국 / 113분 / 1990. 12. 19 개봉
감독 폴 버호벤
출연 아놀드 슈왈제네거(더글라스 퀘이드/하우저), 샤론 스톤(로리 퀘이드), 레이첼 티코틴(멜리나)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올해 여름에 리메이크 작이 국내에서도 개봉된 바 있는 ‘토탈 리콜(Total Recall)’은 22년 전에 영화로 처음 만들어졌다.
이 영화의 원작이 되는 소설은 유명한 SF작가 필립 K. 딕(Philip K. Dick)의 단편소설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We Can Remember It For You, Wholesale)」이다.
필립 K. 딕의 SF소설들은 이외에도 여러 편이 저명 감독들에 의해 영화화되어 대중들의 관심을 모은 바 있는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2002년)’, 오우삼 감독의 ‘페이첵(Paycheck, 2003년)’,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 등이 대표적이다.
토탈 리콜 역시 ‘로보캅’ 등의 히트작을 남겼던 폴 버호벤 감독이 1990년도에 영화화했다. 이 영화는 아놀드 슈왈츠 제네거, 샤론스톤 등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올해의 리메이크 작품은 액션, 볼거리 등에서는 더 진화했는지 모르지만,감독과 주연배우들의 지명도 뿐 아니라 각종 첨단과학기술적 요소를 비롯한 SF영화의 특징적 측면에서도 전작에 비해 많이 뒤떨어지는 느낌이다.
원작 소설과 다른 SF작품들에서 심도 있게 다뤘던 철학적인 문제들, 즉 미래의 사회상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아울러, 과학과 인간의 존재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아가는 SF 본연의 의미와 메시지 전달에서도 미흡하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
전 작과 리메이크 작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줄거리
전 작과 리메이크 작이 스토리 면에서는 전반적으로 비슷한 구도를 지닌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더글라스 퀘이드(콜린 파렐 분)는 매일 아침 이상한 악몽에서 깨어나면서 괴로워하다가, 기분 전환을 위해 기억을 이식함으로써 고객들이 원하는 바를 현실처럼 느끼게 해준다는 ‘리콜사’를 방문하게 된다.
그러나 기억을 이식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일어나 위험에 처하는가 하면, 배후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요원들에 의해 쫓기는 신세가 되면서 자신이 모종의 음모 속에서 스파이로 몰리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사랑스런 아내 로리(케이트 베킨세일 분)마저도 요원들과 한 편으로 자신을 죽이려 하고, 숨 막히는 추격전의 와중에 그를 돕겠다고 나타난 묘령의 여인 멜리나는 곧 매일 꿈속에서 자신과 함께 모험을 해 온 사람임을 알게 된다.
1990년의 전 작에서는 퀘이드(아놀드 슈왈츠제네거 분)가 화성에서 모험하는 꿈을 자주 꾸는 한편, 찾아간 ‘리콜’ 가상현실 체험회사 역시 우주선을 타지 않고 화성으로의 여행을 실제처럼 경험하게 해준다는 등, 영화의 주 무대가 ‘화성(Mars)’인 점만 다르다.
좀 더 현실적으로, 가상현실 기술의 발전
그동안 여러 SF영화 등에서 자주 다루어져온 중요한 소재 중의 하나인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은 이미 실제로 여러 방면에서 응용, 적용되고 있으며, 각광 받는 미래의 첨단과학기술 분야이다.
일반적으로 가상현실은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 기술과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 용어가 대단히 폭넓은 의미로 쓰이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면 이미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인터넷이라는 사이버 공간, 각종 온라인 게임의 세계 등도 넓은 의미로는 가상현실의 일종이다.
이는 가상공간, 즉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라는 단어의 유래를 생각해 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의 1984년작 SF소설 ‘뉴로맨서(Neuromancer)’에 처음 등장하는 이 용어는 원래 ‘컴퓨터 칩을 인간의 뇌에 이식함으로써 만들어지고 연결되는 가상의 공간’이라는 의미이다.
영화 ‘토탈 리콜’에서는 현실과 심어진 기억의 경계 사이에서 혼란에 빠진 주인공을 통하여, 가상과 진짜 현실을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을 자주 보여준다. 이는 곧 가상현실을 다룬 다른 영화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워쇼스키 형제 감독의 영화 ‘매트릭스(Matrix)’에서는 인공두뇌를 가진 컴퓨터(AI ; Artificial Intelligence)에 의해 인간의 기억마저 지배되는 ‘매트릭스(Matrix)’라 불리는 매우 끔찍한 가상현실이 소개된 바 있다.
인간들은 태어나자마자 그들이 만들어낸 인공 자궁 안에 갇혀 AI의 생명 연장을 위한 에너지로 사용되면서 AI에 의해 뇌세포에 매트릭스라는 프로그램을 입력 당하고, 그 안에 있는 동안 인간의 뇌는 AI의 철저한 통제를 받아 기억마저 그들에 의해 입력되거나 삭제된다는 내용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저항군의 대장 모피어스가 컴퓨터에 맞서 진실과 자유를 향한 전쟁에 같이 나선 네오에게 다음과 같이 묻는 장면이 나온다.
“네오, 너무나 현실 같은 꿈을 꾸어본 적이 있나요? 만약 그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면, 꿈 속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어떻게 구분할 건가요?”
이 장면은 중국 고전인 장자(莊子)의 <제물론(齊物論)>에 나오는 호접몽(胡蝶夢)의 이야기를 연상하게 한다.
즉 “언젠가 내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 훨훨 나는 나비였다. 내 스스로 아주 기분이 좋아 내가 사람이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이윽고 잠을 깨니 틀림없는 인간이었다.
도대체 인간인 내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일까? 아니면 나비가 꿈에 인간인 나로 변해 있는 것일까?” 라는 고사이다(昔者莊周夢爲胡蝶. 栩栩 然胡蝶也. 自喩適志與, 不知周也. 俄然覺, 則蘧蘧然周也. 不知周之夢 爲胡蝶與, 胡蝶之夢爲周與).
사실 어찌 보면 토탈 리콜이나 매트릭스처럼 가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구분하기 어려운 것은, 먼 미래나 단순한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진작 벌써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게임에서 사용되는 무기 등의 여러 아이템이 고가에 거래되거나 가상의 화폐가 진짜 화폐나 마찬가지로 경제적 가치를 지니게 된 것도 오래 전부터이다.
또한 이미 여러 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는 가상현실 기술들 자체가 어찌 보면 현실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흡사해야 더욱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므로, 가상현실과 실제현실의 혼동을 갈수록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의료계에서는 가상현실 기법으로 고소공포증, 폐쇄공포증 환자들을 치료하고, 미국 NASA 및 여러 나라에서는 가상의 시뮬레이터로 우주비행사, 전투기 조종사 등을 훈련시키며, 여러 회사에서 제품의 생산 및 테스트 등에서도 관련 기술들을 이미 응용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