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in Tech - 사람을 홀리는 가짜 보석, 지르콘의 진짜 모습은?
한국과 중국의 도둑 10인이 모여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보석 ‘태양의 눈물’을 훔친다는 내용의 영화 ‘도둑들’.
1,293만 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아바타, 괴물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되었다(9월 2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누적관객수 기준).
서로를 믿지 않는 도둑들의 치열한 두뇌 싸움과 각종 보안 장비로 무장된 금고를 터는 갖가지 방식에도 눈길이 가지만 무엇보다 관객과 극중 인물의 시선을 모으는 것은 화려하게 빛나는 태양빛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이다.
글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도둑들
개요 범죄, 액션, 드라마 / 한국 / 135분 / 2012. 7. 25 개봉
감독 최동훈
출연 김윤석(마카오박), 김혜수(펩시), 이정재(뽀빠이), 전지현(예니콜) 등
등급 15세 관람가
1,240만 달러…
현존하는 ‘태양의 눈물’
태양의 눈물은 실존하는 보석으로 2010년 남아메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됐다.
다이아몬드는 탄소 원자가 그물처럼 복잡하게 얽힌 구조로 피라미드 두 개가 서로 바닥이 붙은 팔면체 모양의 결정이 나온다.
본래 다이아몬드는 백색이지만 옐로 다이아몬드는 탄소 원자 사이에 질소 원자가 끼어들면서 만들어진다. 불순물이 포함되면 투명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투명하면서도색이 들어있는 다이아몬드는 가격이 비싸다.
극중에서 태양의 눈물은 2,000만 달러로 평가되었는데, 실제 태양의 눈물은 지난해 약 1,236만 1,000달러에 낙찰되었다.
이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해 도둑들은 가짜 태양의 눈물을 만들어 바꿔치기할 계획을 세운다.
한국 도둑을 이끄는 ‘뽀빠이(이정재)’는 자신이 거래하는 업체에 전화해 ‘지르콘’으로 ‘가짜 태양의 눈물’을 만들어 보내라고지시한다.
과연 치열한 작전중 ‘진짜’처럼 보이기 위한 가짜 보석의 재료로 거론된 지르콘은 무엇일까.
뽀빠이가 언급한 지르콘은 정확히는 ‘큐빅 지르코니아’ 라고 부르는 인조보석 재료다.
흔히 ‘큐빅’ 이라고 부른다. 지구를 구성하는 원소 중 열아홉 번째로 많은 원소인 지르코늄(Zr)을 산소와 결합시켜 만든다. 세륨(Ce)이나 크롬(Cr), 니켈(Ni)과 같은 금속 원소를 첨가해 붉은 색, 녹색, 갈색 등의 인조 보석을 만들기도 한다.
외관상 다이아몬드와 비슷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다이아몬드 대용으로 많이 쓰인다.
지르코늄 만이 다이아몬드의 대용으로 쓰이진 않는다. 그러나 유리 등 다른 물질에 비해 외관이 비슷하고 광채를 결정하는 굴절률도 2. 15 ~ 2. 18 정도로 매우 크다.
오랫동안 도둑질을 한 뽀빠이는 큐빅 지르코니아가 가장 적절한 재료라는 것을 알고 있음이 분명했다.
원자 번호 40번의 금속…
각종 재료와 결합해 다양한 분야에 사용
지르코늄은 1789년 독일의 화학자 마르틴 클라프로트가 ‘지르콘(ZrSiO4, 자연 보석의 한 종류)’이라는 광물에서 발견해 이름을 지었다.
그러나 실제로 금속으로서 분리하는 데 성공한 것은 1824년으로 스웨덴의 화학자 바론 베르셀리우스에 의해서다. 금속으로서는 지구에서 아홉 번째로 많은 금속으로 구리나 납보다도 매장량이 많다.
일반 상온에서는 대부분의 금속과 마찬가지로 은회색을 띈다. 표면강도와 기계적 강도가 뛰어나고 산성이나 염기성 환경에모두 강한 금속이다.
지르코늄이 공기와 닿아 생기는 ‘이산화지르코늄’ 덕분이다.
이산화지르코늄을 인위적인 방법을 이용해 결정으로 만든 것이큐빅이라면 자연 상태로 만들어진 이산화지르코늄은 금속 지르코늄을 보호하는 일종의 ‘코팅제’가 된다.
이 이산화지르코늄은 다양한 분야에 응용된다.
우선 외형이 고급스러워 다양한 기계의 외장재로 사용한다. 2010년에는 LG전자에서 처음으로 지르코늄을 이용해 흑수정 느낌의 외형을 가진 휴대폰을 출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열에도 강하기 때문에 실험실용 도가니나 야금로에 사용되며 금속용 주물이나 주형을 만들 때도 중요하게 사용된다.
큐빅을 만들 때 쉽게 다양한 색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원하는 색을 쉽게 만들 수 있고, 외부 환경에 강하다는 장점은 의료용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덕분에 현재 지르코늄은 인공치아를 만들 때도 중요하게 사용된다. 1500℃보다 높은 온도에서 가공하면 500Mpa 이상의 압력에 버틸 정도로 강하다.
가공하는 과정은 어렵지만 일단 가공한 뒤는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우주, 항공 분야에서도 중요한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중성자 흡수력이 낮아
원자력 산업에 중요한 역할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르코늄이 중요하게 사용되는 분야은 ‘원자력 산업’이다. 전 세계에서 생산된 금속 지르코늄의 90%가 원자로에 사용되고 있다.
원자로에서 이용되고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핵연료 피복재, 지지격자, 중수로 압력관 소재 등으로 사용된다. 특히 핵연료 피복재로서 지르코늄은 전 세계에 1,500만 개가 넘을 정도로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다.
지르코늄이 원자로에서 중요하게 사용되는 이유는 천연 금속 중에서 열중성자 흡수단면적이 0.18barn으로 가장 작기 때문이다.
스테인리스가 3.2barn, 알루미늄이 0.23barn인 것을 생각하면 매우 적은 수치다. 이는 금속이 중성자를 잘 흡수하지 않고 통과 시켜서 핵연료를 붕괴시키는 데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다는 뜻이다.
핵연료로 사용하는 이산화우라늄(UO2)과 양립성이 높다는 것도 원자로에서 중요하게 사용되는 이유다.
원자로에서 사용하는 지르코늄은 내부식성과 기계적 성질을 향상하기 위해 다른 금속과 섞어 합금으로 사용한다. 주로 첨가되는 금속은 주석(Sn), 나이오븀(Nb), 크롬(Cr), 니켈(Ni), 구리(Cu) 등으로 2 ~ 3% 첨가한다.
이런 합금을 지르칼로이(Zircaloy)라 부른다. 다른 금속이 추가되더라도 그 양이 매우 적기 때문에 열중성자 흡수단면적이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
뽀빠이가 부른 2,000만 원…
실제 가격은 300만 원
지르코늄이 핵분열이 일어나는 원자로에 사용될 정도로 단단한 금속임에도 불구하고 극중에서는 지나치게 쉽게 부서져 버린다. 과연 이것이 실제로 가능할까.
예니콜(전지현)을 감언이설로 꼬드겨 태양의 눈물을 손에 넣은 뽀빠이는 도로 위에서 보석이든 주머니를 놓친다.
뽀빠이의 손을 떠난 태양의 눈물은 달리는 차바퀴에 깔리고 두 동강이 난다. 극적인 효과를 위해 가짜를 부순 것이지만 실제로 이 인조 보석을 부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이산화지르코늄은 고온에서는 다이아몬드와 같은 결정형인 ‘등축정계’를 갖지만 온도가 내려가면서 다른 결정형으로 변하며강도가 약해진다.
따라서 이산화지르코늄으로 다이아몬드 대용을 만들 때는 산화칼슘을 첨가해 온도가 내려가도 등축정계가 유지되도록 만든다.
결정형을 잘 유지해 안정화가 되었을 때 굳기는 모스 굳기로 8 ~ 8. 5정도다. 모스 굳기계는 독일 과학자 모스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광물의 굳기를 상대적으로 비교한 표다.
이 표에 따르면 굳기 7은 흔히 크리스탈이나 수정이라고 부르는 석영, 8은 토파즈로 알려진 황옥, 9는 루비나 사파이어가 포함된 강옥, 10이 다이아몬드다.
즉, 이 가짜 보석이 정말 이산화지르코늄으로 만들어졌다면 시간이 지나면 표면에 흠이 생겨 뿌옇게 변하고 색도 변색될 수있다.
그러나 자동차가 밟고 지나갔다고 두 동강이 날 정도로 약하지는 않다는 뜻이다. 사실 뽀빠이가 정말 억울해야 할 것이 하나더 있다.
앞서 말했듯, 이산화지르코늄은 다이아몬드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영화 제작진이 태양의 눈물을 만드는데 들인 비용은 300만 원.
극중 뽀빠이가 가짜를 위해 지불한 금액은 2,000만 원. 불법으로 만든 입막음을 위해서라지만 사실을 알게 되면 꽤나 속이 쓰릴 것 같다.
5,000만 원으로 가짜를 만들어 뽀빠이를 속이지만 결국 마카오 박(김윤석)에게 진짜 태양의 눈물을 빼앗기게 될 예니콜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연관 영화
오션스 일레븐 Ocean’s Eleven
개요 범죄, 코미디 / 미국 / 116분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조지 클루니(대니 오션), 브래드 피트(러스티 라이언), 맷 데이먼(라이너스 캘드웰), 앤디 가르시아(테리 베네틱) 등
뉴저지 교도소를 출감한 지 불과 24시간도 되기 전, 대니 오션은 벌써 새로운 한탕을 계획하고 사상 최대 규모의 카지노털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각 방면의 전문가(?)들을 불러 모은다.
참모장 격인 카드의 달인 러스티, 천재 소매치기 라이너스, 폭파 전문가 배셔, 중국인 곡예사 옌, 현역에서 은퇴했던 베테랑 사기꾼 사울 등… 이름하여 ‘오션스 일레븐’.
이들이 범행 대상으로 삼은 라스베가스의 세 카지노는 모두 테리 베네딕트라는 인물이 소유하고 있는 곳.
범행 D-day는 MGM 카지노 실내 체육관에서 레녹스 루이스와 블라디미르 클리치코의 헤비급 복싱 경기가 열리는 날로 정해졌다.
그날 카지노 금고에 보관되어 있을 현금의 액수는 어림잡아 1억 5,000만 달러! 이 돈을 훔치기 위한 오션스 일레븐의 치밀한 범행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