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 사이언스

Movie in Tech - 조선시대 얼음과 화약의 비밀

"석빙고를 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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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개요

코미디, 액션/한국/121분/2012.08.08 개봉

감독 김주호

출연

차태현(이덕무), 오지호(백동수), 민효린(백수련) 등

등급 12세 관람가


4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올 여름 막바지 더위를 화끈하게 날린 영화가 있다. 배우 차태현이 주연으로 활약한 코미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다.

조선 후기 ‘얼음’을 독점한 부패한 권력을 몰아내기 위해 ‘서빙고’를 통째로 훔친다는 간단한 줄거리지만,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와 시대적 배경을 인용한 짜임새 있는 이야기 덕분에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조선시대 사람들이 여름에도 얼음을 먹을 수 있었던 비결인 ‘석빙고’와 영화 속 주인공들이 석빙고를 통째로 터는 데 크게 기여한 ‘화약’에 숨은 과학을 소개한다.


글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서빙고 얼음을 통째로 털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겁니다!”

조선시대판 ‘도둑들’이라 불리며 극장가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이덕무(차태현 분)’는 도굴꾼, 폭탄제조가, 변장의 달인 등 조선 최고의 전문가들을 모아놓고 ‘크게 한 판을 벌이자’고 제안한다.

실존 인물인 이덕무는 총명함을 타고 났지만 우의정의 서자(庶子)인 탓에 벼슬에 욕심을 버리고 책에만 빠져 살던 위인이다. 그런 그가 이런 거대한 계획을 세운 건 좌의정 무리의 계략에 빠져 아버지가 억울한 귀양살이를 했기 때문. 더욱이 좌의정 무리는 나라의 얼음 창고를 독차지하고 온갖 횡포를 부리는 중이었다.

덕무는 가장 먼저 ‘백동수(오지호 분)’를 찾아간다. 백동수 역시 실존 인물로, 영화 속에는 한때 서빙고 관리자였지만 청렴한 성품 때문에 덕무 아버지처럼 억울하게 귀양살이를 하게 된 인물로 설정된다. 서빙고의 구조를 잘 안다는 점에서 이번 계획에 꼭 필요한 존재였다.

또 도굴꾼은 서빙고 바닥까지 들어가는 굴을 파고, 폭탄제조가는 서빙고 바닥을 내려 앉힐 폭탄을 개발하는 등 각자의 장기를 십분 발휘한다. 그들은 몰랐겠지만 무척 과학적인 방법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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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빙고 얼음! 차가운 지하에 보관,
더운 공기 ‘굴뚝’으로 빼


전문가 10여 명이 모여 터는 게 고작 ‘얼음?’이라고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인공으로 얼음을 만들 수 없었던 조선시대에 얼음은 금붙이보다 귀한 물건이었다. 한겨울에 꽁꽁 언 한강 얼음을 잘라서 넣어두면 될 것 같지만 이 얼음을 봄과 여름에도 녹지 않게 보관하는 방법은 간단하지 않다.

영화 속에서 얼음을 독점한 죄의정 세력도 따로 빙고를 만들지 못하고, 나라에서 만든 석빙고의 얼음 유통권을 독점하는 방식으로 이득을 취했다. 다시 말해 당시 석빙고를 제작하고 관리하는 것은 많은 돈과 기술이 필요한 ‘거대과학(Big Science)’이었던 셈이다.

덕무와 동료들의 목표물인 서빙고는 한양에 있는 두 개의 석빙고 중 하나로, 지금의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동에 있었다. 이곳에는 얼음 13만 4,974정(丁개)을 보관할 수 있었는데, 1정은 두께 약 12cm, 둘레 약 180cm 크기인 얼음 덩어리 1개를 말한다. 당시 한양 외에도 청도, 현풍, 안동 등지에도 석빙고가 있었다.

석빙고를 얼핏 보면 거대한 돌무덤처럼 생긴 입구가 좁은 땅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공기 흐름을 이용해 열을 효과적으로 차단한 과학적인 건축물이다. 특히 위쪽에 설치돼 굴뚝처럼 보이는 환기구가 더운 공기를 효과적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했다.

석빙고 안쪽은 지면보다 낮게 파 서늘한 땅속에 얼음을 저장했다. 석빙고의 바닥에서 천장까지 높이는 5m 정도인데, 지면에서 천장까지 높이는 3m에 불과해 얼음이 저장된 부분에는 항상 찬 공기가 존재했다.

또 얼음은 짚이나 왕겨처럼 단열효과가 높은 재료로 싸서 바닥부터 쌓았다. 짚이나 왕겨 같은 재료는 얼음을 서로 달라붙지 않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석빙고 주변은 화강암처럼 단열효과가 높은 암석으로 둘러 바깥의 열기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어온 열기는 굴뚝(환기구)으로 해결했다. 석빙고 안으로 들어온 더운 공기는 차가운 안쪽 공기보다 가벼워 위로 뜨기 때문이다.

천장에 낸 구멍은 더운 공기를 바깥으로 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덕분에 얼음은 더운 공기의 영향을 받지 않고 무더운 여름에도 꽁꽁 언채로 보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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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빙고 바닥을 폭파하라!
염초ㆍ황ㆍ숯으로 만든 화약에 ‘인’ 섞으면?


13만 정이 넘는 얼음이 보관된 서빙고라면 규모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 많은 얼음을 한 번에 빼내고, 옮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덕무는 이 부분에서 조선 최고의 도굴꾼 ‘홍석창(고창석 분)’과 폭탄제조가 ‘석대현(신정근 분)’의 힘을 빌린다. 서빙고 바닥까지 굴을 판 뒤 폭탄을 터뜨려 바닥을 내려앉히려는 작전이다.

땅굴을 파는 일이야 석창을 비롯한 동료들이 하면 되지만, 폭탄제조는 오직 대현의 몫이었다. 덕무는 대현에게 ‘열은 나지만 소리는 안 나는 폭열탄’을 개발해 달라고 주문한다. 석빙고 바닥을 폭파할 때 최대한 조용히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 당시 화약이 이 정도로 강력한 성능을 가졌는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조선에서 화약을 사용한 암석발파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발파란 ‘대상물 속에 구멍을 뚫어 폭약을 재어 넣고 폭파시키는 것’인데, 이와 비슷한 사례는 영화 배경인 영조 말기보다 한참 뒤인 순조 11년(1811년)에 기록돼 있다. 당시 홍경래의 난을 진압하기 위해 진행된 성곽 발파였는데, 16일 동안 땅굴을 만든 다음 화약 수천 근을 땅굴에 넣고 불을 붙여 폭발시켰다고 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는 극적 재미를 더하기 위해 대현이 폭열탄은 물론 폭음탄까지 개발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는 어떻게 폭열탄과 폭음탄을 만들었을까?

화약은 황과 숯과 초석(硝石)이라 불리는 ‘질산칼륨(KNO₃)’의 혼합물이다. 중국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화약은 흑색화약이며 마찰이나 열 같은 충격을 주면 반응해 불타면서 폭발하게 된다. 요즘에도 화약을 만들 때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 물질이 쓰인다.
 
황은 낮은 온도에서도 발화해 폭발을 증가시키고, 숯은 연소가 계속 일어날 수 있도록 탄소를 공급한다. 초석은 화약이 폭발할 때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황은 광산에서 캘 수 있고, 숯은 나무를 태우면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다.  그러나 초석을 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초석은 염초(焰硝)라 불렸으며 고려시대 최무선 장군 때부터 제조법이 개발돼 꾸준하게 발전했다. 최무선에 따르면 오래된 건물의 추녀나 담장 밑의 짜고 습한 흙(함토)에서 염초를 얻을 수 있다.
 
당시에는 흙에 염초 성분이 들었는지 알 수 있는 법은 맛을 봐서 ‘짜거나 시거나 달거나 매운맛’을 가지는지 살피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염초를 대량으로 많이 생산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함토라 판단된 흙을 구하면 잿물에 넣어 끓이고 건조시킨 뒤 염초를 얻었는데, 이는 사실 간단한 화학식에 따른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흙에 포함돼 있는 질산이온(NO₃-)을 불탄 뒤 나오는 재에서 추출한 칼륨이온(K+)과 반응시켜 염초(KNO₃)로 만들었던 것. 그러나 조상들은 화학물질이나 화학식을 몰랐기 때문에 경험을 통해 이 같은 지식을 쌓고 후대에 전했고, 고려뿐 아니라 조선시대로까지 전해져 군사무기 등에 요긴하게 쓰였다.

그러나 이런 화약은 암석 발파용이 아니었기 때문에 영화 속 대현은 실패만 거듭한다. 그러던 어느 날 대현은 날 무덤에서 생긴 ‘도깨비불’을 보고 결정적인 힌트를 얻는다. 조용하게 불타오르는 물질이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인(P)’이었다.

도깨비불은 사람의 시체가 썩어서 생긴 인화수소류(PH₃, P₂H₄) 등이 자연적으로 발화한 흔적이라는 설이 있다. 이 물질이 공기 중에서 쉽게 발화하는 성질을 가졌기 때문이다. 또 오줌을 증발시키고 난 걸쭉한 액체에 모래와 숯을 넣고 강하게 가열하면 바닥에 남은 물질이 공기 중에서 흰 연기를 내면서 불이 붙는 걸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인이 자연발화해서 생긴 빛이다.

물론 대현이 도깨비불의 정체를 알았는지는 의문이지만, 이후 ‘정군(천보근 분)’을 시켜 사람들의 오줌을 받아다가 끓이라고 지시한다. 오줌을 끓이자 가마솥에 투명하거나 노란 알갱이들이 만들어졌는데, 이것을 화약에 집어넣자 조용하지만 뜨거운 폭열탄이 만들어졌다.

화약에 인의 한 종류인 백린(白燐)을 섞어 만든 폭탄은 연막이나 조명탄, 소이탄 등이다. 백린은 투명한 고체로 빛을 쬐면 노랗게 변해 황린(黃燐)이라고도 하는데, 이들이 공기와 접촉하면 가연성과 자연발화성이 매우 크고 폭발할 때 열도 많이 난다.
 
또 독성도 가지고 있어 백린 연막탄이나 소이탄은 아주 위험한 폭탄으로 간주된다. 어쨌거나 영화 속에서는 뜨거운 열을 내면서 강력한 폭발력을 가지는 폭열탄으로 묘사됐다.

모든 작전이 끝날 즈음, 좌의정 무리에게 꼼짝 없이 몰린 이덕무 일행을 살린 것도 대현이 개발한 새로운 폭탄이다. 정군이 ‘폭열탄을 만든 원리를 응용해 만들어보았다’고 설명한 ‘폭음탄’이다. 대현이 하늘 위로 던지자 천지가 무너지는 듯 커다란 소리가 났던 폭음탄 역시 화약에 인을 섞어 만든 것이다.

인 중에는 적린(赤燐)이라 불리는 붉은 인도 있는데 이는 백린과 조금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어 자연발화하거나 빛을 내거나 독을 가지지 않는다. 대신 적린을 염소산칼륨(KClO₃)에 섞으면 반드시 폭발하며 과염소산칼륨(NH₄ClO₄)과 섞으면 반응이 훨씬 둔감하면서 커다란 소리를 내게 된다. 대현과 정군이 끓인 오줌에서 나온 여러 물질을 화약에 섞으며 실험한 결과 얻어낸 또 다른 결과물인 셈이다.

물론 영화 속에서처럼 입맛에 맞는 폭탄을 쉽게 만들기는 어려웠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화약을 만든 나라이며, 불꽃놀이를 즐겼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다소 과장이 있거나 허구적으로 보일지라도 그런 상상을 할 만한 충분한 근거는 갖춰졌다는 이야기다.

그까짓 얼음 하나 훔치는 데 뭐가 이렇게 어렵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쉽게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누리고 있는 모든 혜택은 이미 오래 전부터 연구하고 개발해 온 과학기술 덕이다. 한 여름에 먹는 얼음도, 예쁜 불꽃놀이도 모두 쉽고 간단해 보이지만 그것이 없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할 신기한 현상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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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 The Thieves

개요 범죄, 액션, 드라마/한국/135분

감독 최동훈

출연 김윤석(마카오박), 김혜수(팹시), 이정재(뽀빠이), 전지현(예니콜), 김수현(잠파노), 오달수(앤드류), 김해숙(씹던껌)

한 팀으로 활동 중인 한국의 도둑 뽀빠이와 예니콜, 씹던껌, 잠파노. 미술관을 터는데 멋지게 성공한 이들은 뽀빠이의 과거 파트너였던 마카오박이 제안한 홍콩에서의 새로운 계획을 듣게 된다.

여기에 금고털이 팹시가 합류하고 5명은 각자 인생 최고의 반전을 꿈꾸며 홍콩으로 향한다. 홍콩에서 마카오박은 자신이 계획한 목표물을 밝히는데, 그것은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를 훔치는 것.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위험천만한 계획이지만 2천만 달러의 달콤한 제안을 거부할 수 없는 이들은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