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 우수인력 확보의 호기
지식기반 경제 하에서 글로벌 Mobility가 높아지면서 외부 R&D인력의 활용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세계 시장을 무대로 고급인력 유치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독일과 일본 등에서 숙련된 엔지니어들이 방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에게는 선진 기술과 경험을 보유한 우수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어려울 때 R&D에 투자한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교훈은 세계 경제가 여러 차례 불황을 겪으며 이미 확인됐다.
그리고 그 투자의 중심에는 ‘우수인재 확보’가 자리잡고 있다. 경쟁력 있는 지식자산은 차별적 능력을 보유한 우수 인적자원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국내 인재 Pool의 한계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핵심인재를 자국 내에서 육성하여 활용하는 ‘내부육성형’ 국가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발전단계나 고용시장의 수급여건상 해외 고급인력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았고, ‘해외 인력이 부족한 국내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인식이 자리잡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R&D 핵심인재는 현재 국내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2000년 이후 고급두뇌의 대부분이 의과대학에 진학하거나 이공계 우수학생의 해외 유학 선호가 급증하는 등 고급인력의 이탈이 가속화되었고, 지금 상황이라면 2020년까지 약 9만명의 과학기술 핵심인재가 부족할 것이라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전망도 있었다.
교육과학기술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체의 경우 대학이나 연구소와 비교했을 때 현실적으로 R&D 인력의 부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각 기업들마다 불황 이후 재편되는 산업판도를 대비하기 위해 미래 유망산업에 대한 R&D 투자를 늘려 신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현재 존재하는 국내 인재 Pool만으로는 기존의 ‘추격형’ 연구개발이 아닌 ‘창조형’ 연구개발 수요를 충당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는 것이다.
해외 고급인력 유치 및 활용의 필요성
지금까지 국내에서 학생이 아닌 외국인 연구개발 인력의 유입 및 활용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연구개발사업 수주를 위해 상징성 있는 외국인 연구자를 모셔오거나, 외국인을 채용하는 대신 외국 박사학위를 취득한 한국인 위주로 채용하는 등 외국인 고급인력의 채용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기업들이 국내 우수 R&D인력 공급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만큼, 이제는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활동적이고 유능한 연구개발 인재의 원천을 해외로 확대하여, ‘두뇌견인’을 통한 개발원천 다양화로 선도적 기술을 도입하고 혁신을 꾀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2008년부터 ‘천인계획’을 통해 해외 첨단기술인력 유치를 강화하면서 단기간 내에 기술강국으로 부상한 것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지식기반 경제 하에서 글로벌 Mobility가 높아지면서 외부 R&D인력의 활용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비단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들도 글로벌 고급인력 유치를 위한 경쟁에 치열하게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도 이제는 인재 Pool을 해외로 확대하여 글로벌우수인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림1 주요국의 핵심인재 육성 전략
그림2 외국인 이공계 인력의 대체 가능성
유럽 및 일본 등의 우수인재 유치 기회
최근 글로벌 경기 악화 상황으로 세계 각국에서 우수한 능력과 기술을 가지고도 자국 내에서 퇴직하게 되거나 일찍 은퇴하는 사례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특히 기술기반의 나라인 일본과 독일과 같은 유럽시장에서는 자국의 경제성장 둔화로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고용이 창출되지 않거나, 연구비의 삭감 및 R&D본부의 축소화, 연구원의 현장부문으로의 이동 등으로 우수한 연구개발 인재들이 잉여인력으로 남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에게는 선진 기술과 경험을 보유한 우수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자국민 위주로 채용해온 관행 때문에 개개인 스스로도 이직 등의 이동에 대해 보수적이었던 일본의 경우, 과거에 비해 이공계 기술자를 중심으로 이직이 활발해지면서 특화 헤드헌팅 업체들의 활동도 두드러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의 우수인력을 국내로 유치하는데 매우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 환경 및 여건에도 불구하고 해외 우수인재 확보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해외 우수인력 유치는 소수의 인원이 관심을 기울여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국가적인 차원에서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민간과 공공이 함께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림3 기업의 외국인 인력 채용방법
그림4 기업의 외국인 인력 채용과정 애로사항
해외 우수인력 확보 방법
과학기술부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해외 인력 채용방법으로 ‘지인이나 내부추천’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공식적인 채용 루트보다는 비공식적, 내부적 방법을 통해 유치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채용과정에서의 애로사항으로는 ‘해외 인력에 대한 구체적 정보부족’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해외 인력 채용에 있어 전문가 활용, 체계적인 인재 DB 확보 및 관리 등을 통해 보다 객관적이고 충분한 정보의 제공과 채용과정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기업에서는 해외거점들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관리하거나, 글로벌 기업-연구소 간 사전협약에 의한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인력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해외 유수 헤드헌팅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헤드헌팅 업체를 잘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해외 R&D 거점 마련을 통해 현지의 우수인재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과거에는 해외 R&D 거점이 현지 시장에서의 제품 활용을 높이는 정도의 역할이었으나, 지금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화됨에 따라 현지에서 신기술 개발을 추진한 이후 전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역할까지 맡게 되면서 현지 R&D 거점의 중요성이 커졌다.
때문에 현지 환경 조성을 통해 필요한 지식이 있는 곳에 직접 거점을 마련하여 현지에서 지식을 조달하고 개발·출시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또 유럽이나 일본 등의 고급인력 활용 시, 중국 및 인도 등에 비해 3~4배 이상 높은 인건비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러한 인건비가 부담이 될 경우 직접 고용이 아닌 프로젝트성 공동연구개발 참여유도 등을 통해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외인재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뒷받침 되어야만 한다.
기본적으로 체계적이고 풍부한 글로벌 인재 DB를 확보하는 것이 해외 우수인재 확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이슈인 만큼, 국가적인 차원에서 인력 Pool을 확대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채용과정에서의 애로사항으로 ‘채용절차 사후관리에 대한 행정적 어려움’, ‘사증발급 지연’ 등 제도와 관련된 부분이 역시 상위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정책상으로 우수인재 유치를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표1 기업에 고용된 외국인 이공계 인력의 고용기간 분포
영입 인력의 유지 및 관리
해외 우수인재를 어떻게 ‘영입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영입한 인재를 어떻게 ‘유지 및 관리하느냐’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과학기술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에 고용된 외국인 이공계 인력의 고용기간이 ‘1년 초과~2년 이내’에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어, 우리나라에 영입된 해외 인재의 정착률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외 우수인재의 국내 정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역시 기업과 정부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현행 비자는 미국, 영국 등에 비해 허가 기간이 짧고 자격요건도 까다로울 뿐 아니라, 해외 고급 기술인력 대상의 영주권 부여조건도 실효성이 떨어져 해외 우수인재의 정착률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이민 정책을 전략적으로 운영하여 고급인력의 정착이 용이하도록 제도 완화 및 수정이 필요하다.
외국인 우수인재에게 10개월만 경과하면 영주권을 부여하는 이민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인재 허브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싱가포르의 경우, 최근 고급인력 매력도에서 세계 3위(IMD, 2011)를 차지했다.
기업차원에서는 해외 현지수준에 맞는 실질적인 급여수준을 제공하고, 무엇보다 탁월한 연구개발 성과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기업에서의 R&D 활동을 통해 얻어진 새로운 기술은 특허출원·등록이나 기업내부 정보로 관리되는 경우가 많아, 그 속성상 연구자 개인에게 인센티브가 돌아가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해외 우수인력의 국내 영입과 유지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R&D 결과에 따라 기업체에 얻어지는 수익을 연구개발자 개인에게도 보상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 밖에 문화적 이질감을 줄일 수 있는 적응 프로그램 마련, 전담인력 배치 등의 환경은 기본적으로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우수 해외인력 유치는 철저한 계획과 준비를 통해 진행되어야 한다. 기업 내에서 사전에 활용 방안, 수요 등을 명확하게 파악하여 전략적인 활용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불황의 위기의식이 점차 확대되어 가는 지금의 시기를 우수인재 확보의 기회로 활용한다면, 불황의 시기를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진정한 ‘Winner’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