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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열쇠 - 힉스 입자 발견과 국가연구시설장비의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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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혁신의 시대, 연구개발 활동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연구장비의 활용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단순히 연구장비를 양적으로 늘리기 보다는 전략적인 접근 하에 도입과 운영, 활용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과학기술 강국으로서의 모습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시설 장비의 중요성

얼마 전 세계 과학기술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소식이 있었다. 바로 ‘힉스입자(Higgs Boson)로 추정되는 물질’을 발견했다는 뉴스이다.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 중 유일하게 관측되지 않은 가상의 입자, 힉스 입자의 발견은 과학계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굉장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이번 성과는 EU 20개국이 협력을 통해 구축한 대형연구장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EU의 유럽원자핵공동연구시설(CERN)이 보유한 거대강입자가속기(Large Hadron Collider, LHC)가 그 주인공으로, CERN은 지난 2008년 지하 100m에 지름 27km 규모로 판 터널에 거대한 입자충돌용 가속기강관을 설치하고 내부에 설치된 지름 5cm의 입자가속기용 관을 구축했다.
 
구축비용만 무려 100억 달러로 추산된다. 힉스입자의 발견이 LHC를 이용했기에 가능했다는 점은 연구시설·장비 구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흔히 연구 과제와 인력, 장비를 연구개발의 3요소로 꼽는다. 이 중 인프라 분야인 연구시설·장비는 R&D 투자의 양적 확대와 더불어 질적 성장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우리 정부도 연구시설·장비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최근 6년간(2005~2010년) 이 분야에 총 4조 4,429억원(연평균 7,405억원)을 집중 투자하여 과학기술 인프라 구축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50억원 이상 소요되는 대형연구시설·장비의 경우, 지난 1985년부터 4조 5,215억원을 투자하여 102개 시설을 구축했다.

2012년 7월 현재 국가연구시설장비공동활용서비스(NTIS)에 등록된 3,000만원 이상의 연구장비는 59,486점으로 이 중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비는 28,847점이다.

보유기관으로는 정부출연연구기관(25개소)을 비롯하여 국립대(37개소), 사립대(96개소), 테크노파크(18개소), 지방자치단체 출연연구기관(41개소) 등 총 954개 기관에 달한다.
 
이들 기관에서는 외부 연구자들에게 연구장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장비활용을 개방하고 연구를 지원하는 등 연구개발을 위한 최적의 연구지원시스템 구축을 위해 애쓰고 있다.


연구장비의 효율적 활용 방안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연구개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연구장비의 체계적인 운영관리와 더불어 공동활용을 위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과거 추격형 연구가 아닌 선도형 연구가 요구되는 지금의 시점에서는 단순히 연구장비를 양적으로만 확대하기보다는 전략적인 접근 하에 도입-운영-활용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이번에 힉스입자를 발견한 연구성과가 이를 잘 증명해 주고 있다. 그러면 전국에 분포되어 있는 수많은 연구장비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첫 번째 방안으로 국가연구시설장비의 공동활용시스템 구축을 꼽고 싶다.

이는 연구자가 연구에 필요하면 언제든지 필요한 연구장비 정보를 찾고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연구자가 손쉽게 연구장비를 검색하고 예약할 수 있으며, 필요 시 연구지원 상담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연구장비의 활용도 제고뿐만 아니라 연구성과 창출지원이라는 측면에서도 효용성이 크다고 하겠다.

두 번째로는 체계적인 운영관리를 통해 연구장비의 내구연한 연장이다.
 
이는 관심 부족이나 관리 소홀로 인해 장비 수명이 단축되거나 폐기되는 상황을 미리 예방하고 전문인력에 의한 체계적 관리와 유지 보수를 통해 연구장비의 내구연한을 연장시키자는 것이다.
 
국내 한 연구기관이 1994년 4월에 도입한 핵자기공명분광기(FT-NMR 300MHz)의 경우 내구연한인 10년보다 8년 이상을 더 사용하고 있는데도 현재까지도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세 번째로 연구장비 유지·보수를 위한 전문인력의 체계적 육성과 관리가 필요하다.
 
연구장비의 누적 투자규모는 2012년 7월 현재 7조 4,226억원으로 해마다 R&D 예산의 7% 정도가 투자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구축 장비가 증가함에 따라 효율적으로 운영·관리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선진국의 경우는 연구장비 전문인력을 전문직으로 인정하고 직업화하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행정직이나 대학원생을 임시로 고용하여 운영·관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써 근무 여건이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21세기는 R&D 발전을 통하여 인간이 행복하고 풍요로워질 수 있는 변혁의 시대이자, 기술혁신의 시대이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혁신 중심에는 체계적 구축을 통해 운영·관리되는 연구장비가 있다.
 
독창적이고 효율적인 연구를 가능하게 하고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더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장비의 중요성은 향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연구장비의 체계적 관리와 활용도 제고는 R&D 인프라 구축의 의미를 넘어 과학기술 강국으로 가는 핵심적인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