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in Tech - 알약 하나로 머리가 좋아진다면?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평범하기 짝이 없던 두뇌가 펜티엄급 이상으로 능력이 향상된다면? 스치듯 지나간 모든 장면들이 저절로 머릿속에 입력되고 어떤 기억도 필요할 때마다 끄집어낼 수 있다면?
과연 나는 무엇을 할 것이며 또 어떤 일을 겪게 될까.
영화 <리미트리스(Limitless)>는 누구나 어렸을 때부터 한번쯤 꿈꿨을 그 상상, ‘내 머리가 말도 못하게 좋아진다면?’ 일어날 일들을 풀어낸 이야기다.
글 김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ymkim@donga.com
주인공 에디 모라(브래들리 쿠퍼)의 직업은 작가다. 그러나 마감 날짜가 다가오도록 한 글자도 제대로 쓰지 못할 만큼 그는 무능력하다.
책을 쓰고 싶다는 열망은 누구보다 강하지만 집중력이 부족해서인지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그나마 생활비를 보조해주던 여자친구도 떠나고 에디는 하루하루 궁핍한 삶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에디는 우연히 전처의 동생을 만나 얘기를 나누던 중 그로부터 알약 하나를 받는다. 동생은 약에 대한 자세한 효능을 알려주지 않고 그저 ‘도움이 될 거다’라는 얘기만 남긴다. 에디는 호기심 반,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한 마음 반으로 그 알약을 집어 삼킨다.
그때부터였다. 잠자고 있던 에디의 두뇌는 기능이 100% 깨어나면서 믿을 수 없을 능력을 펼치기 시작한다. 몽롱했던 정신이 또렷해지고 상상력도 풍부해지면서 집필하던 원고를 단 하루 만에 끝낼 수 있게 된다.
보고 들은 것은 모두 기억할 수 있게 되면서 수일 만에 몇 개의 외국어를 습득하기도 했다. 단 3일만 레슨을 받았는데 피아노를 수준급으로 연주할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다스리는 법까지 자연스럽게 터득한다.
에디는 이 검증되지 않은 약 NZT를 계속 먹으며 능력을 지속해 간다. 기억력이 좋아지자 돈의 흐름까지 보이게 된 에디는 주식투자를 해 순식간에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인다.
그러자 그에게 기업합병을 도와달라며 제의하는 거물이 나타난다. 그는 이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인생을 준비한다.
사람의 뇌를 20% 밖에 사용 못한다고?
글쎄…
이 영화를 보면 단순히 머리가 좋아진다는 것이 얼마나 가공할만한 힘을 갖게 되는 것인지 확실히 깨닫게 된다.
주인공은 NZT를 쫓는 무리들의 추격을 받게 되는데, 약을 먹으면 순식간에 그 동네 지도가 눈앞에 그려지고 판단력이 빨라진다. 때문에 에디는 언제나 유유자적 무리를 따돌리고 빠져나간다.
힘과 돈과 권력 모든 것 위에 뛰어난 두뇌가 군림하고 있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말 알약 하나로 머리가 좋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모르고 있지만 사실은 알고 보면 이 세상에 이런 알약이 이미 존재해왔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머리 좋아지는 약’의 존재를 알아보기에 앞서 우리는 이 영화가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기본 전제에 대해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 영화는 ‘사람의 두뇌는 일부만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삼고 있다.
이 영화에는 “우리는 오로지 뇌 기능의 약 20%만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야. 하지만 이 약을 먹으면 뇌 전체를 사용할 수 있어”라는 대사가 나온다. 즉 영화에 등장한 머리 좋아지는 약은 잠자고 있는 뇌 기능을 깨워 빠르게 연산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뇌 이용률이 수 퍼센트에 불과하다는 이러한 통설은 오랫동안 정설로 받아들여진 낭설에 불과하다. 21세기 뇌과학자들은 인간은 이미 뇌의 모든 기능을 사용하고 있으며, 접근하지 못한 부분이 없다는 것을 최첨단 영상기술들로 밝혀냈다.
만일 우리의 뇌가 정말 일부만 활용하고 나머지는 쓸모없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지난해 1월 머리에 총상을 입은 미국의 가브리엘 기퍼즈 전 하원의원으로부터 이런 소식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총알이 잘 사용하지 않는 나머지 80% 부분에 맞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기퍼즈 의원은 총상 후유증으로 인해 한 동안 말을 하지 못하고 발음 장애를 겪어야 했다.
시험 잘 보게 하는 약
아쉽지만 머리 좋아지는 약 NZT도 물론 존재하지 않는다(있었으면 좋겠지만). 가장 가깝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가 치매환자나 기억상실증에 걸린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 정도다.
그러나 이 같은 약을 정상인이 복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은 마치 영화 속에서 약을 끊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과 비슷하다.
최근 미국에서는 시험 잘 보게 돕는 약이라며 주의결핍치료제인 아데랄과 리탈린이 일반 학생들 사이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고 한다.
‘네이처’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0%가 이 같은 약품을 집중력 향상 같은 비의료적인 목적으로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제약 컨설팅 및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IMS 헬스에 따르면 매년 2,100만 명의 청소년이 이 약물들을 복용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의료 관계자들은 일반인이 이런 약물을 장기 복용하면 중독 위험도 있고 우울증과 심장이 불규칙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인터넷에서 파는 가짜 약들은 원래의 성분 대신 진통제인 트라마돌과 아세트아미노펜이 들어 있어 ADHD 치료 효과가 없는 것은 물론 위험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정상적인 생활을 영유하면서 기억력까지 향상시키는 약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기억을 돕는 물질의 발견
그렇다면 언제쯤 우리는 완벽한 NZT를 얻을 수 있을까. 지금처럼 뇌의 기억능력을 높이는 물질을 찾으려는 인간의 노력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좋은 두뇌에 대한 욕망이 식지 않는다면 조만간 인간은 진짜 NZT를 손에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최근 뇌신경학 쪽에서 나온 연구결과들은 이런 꿈이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지난해 1월 미국 뉴욕 마운트시나이 크리스티나 앨버리니 교수팀은 뇌의 기억능력을 높이는 ‘인슐린유사증식인자-II(IGF-II)’라는 단백질을 발견했다고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전까지 IGF-II는 세포의 성장과 발전 및 손상 조직의 회복에 중요한 기능을 하며 인간의 기억능력이 형성될 때 만들어진다고 알려져 있었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IGF-II가 뇌에 공급되지 않으면 실험용 쥐들이 이전에 습득한 정보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반대로 IGF-II를 뇌에 직접 투입하지 않고 코를 통해 뇌로 들어가도록 하자 기억력이 향상되는 효과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최소 몇 주 동안 지속됐다.
특히 IGF-II는 뇌에서 단어, 이름, 날짜, 얼굴 등의 정보와 같은 서술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의 활성화에 기여했다.
알츠하이머 치매나 다른 퇴행성 질환에 걸리면 이러한 서술기억이 손상을 입게 된다. 따라서 IGF-II를 활용하면 기억을 강화하고 보존할 방법을 찾을 길이 열릴 것이다.
올해 3월초에는 뉴욕주립대 다운스테이트메디컬센터의 토드 색터 박사팀과 뉴욕대 야딘 듀다이 교수팀이 기억을 ‘편집’ 할 수 있는 물질을 발표했다. 뇌의 신경 단위인 뉴론 끝부분에 있는 PKMzeta는 기억을 강화시키는 물질, ZIP는 기억을 지우는 물질이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실험용 쥐가 먹이를 먹으러 가는 2개의 길 중 하나를 전류가 흐르게 만들었다. 몇 번 전류에 감전된 쥐는 절대 그 길을 사용하지 않았다. PKMzeta라는 효소가 뉴런과 뉴런 사이의 신호 전달을 도와 기억이 저장되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쥐의 뇌에 ZIP라는 효소를 주입시키자 쥐는 계속해서 전류가 흐르는 길로 들어가려 했다. ZIP가 PKMzeta의 활동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 ZIP 물질을 통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치매와 같은 병을 쉽게 고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보통 지나치게 성공가도를 달리는 주인공들이 결국은 패망하거나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본래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에 반해 이 영화 <리미트리스>는 다소 충격적인 결말을 제시한다.
영화를 보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결말을 함부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컴퓨터 만큼 똑똑한 두뇌로 이뤄내지 못할 일은 세상에 없더라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똑똑해지는 미래가 행복할지, 불행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아마도 과학자들은 꿈의 약을 개발하려는 목표로 지금도 연구 중일 것이다. 업그레이드된 두뇌들이 만드는 세상의 모습,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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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canner Darkly
개요
액션, 드라마, 미스터리, SF, 애니메이션
미국|100분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키아누 리브스(밥 액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제임스 바리스), 우디 헤럴슨(어니 럭맨), 위노나 라이더(도나 호손), 로리 코크레인(찰스 프렉) 등
미국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미래사회. 첩보 경찰인 프레드(키아누 리브스) 조차 인기 약물 섭스턴스-D에 중독된 요원 중 한명이다.
이 약물은 투약자들의 영혼과 인성을 변화시키는데, 문제는 프레드가 변한 또 다른 자아가 악명 높은 마약딜러 밥이라는 것이다. 프레드는 밥의 악랄한 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해 극심한 정신적 혼란을 겪는다.